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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젠더 평등 없는 공정은 공허하다
 
2020-09-24 15:09:32

◆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공정 논쟁이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37차례나 '공정'을 언급했다. “공정은 촛불혁명의 정신이며, 우리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목표”라고 역설했다. 더불어 “우리는 반드시 공정의 길로 가야한다는 신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밝힌 공정 메시지는 몇 가지 논쟁적인 측면이 있다.

우선, ‘선별적 공정’ 또는 ‘편의주의적 공정’의 문제다. 문 대통령은 공정을 강조하면서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아들 병역 특혜 의혹에 휩싸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도 없었다. 오히려 문 대통령은 21일 권력 기관장 회의를 주재하면서 회의장에 추 장관과 동시에 입장했다. 대통령이 특혜 의혹에 쌓여있는 추 장관에 대한 신임을 보내기 위한 상징적 조치로 해석된다. 이렇다보니 주호영 국민의 힘 원내대표는 “조금이라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으면 공정을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문 대통령의 공정 메시지는 “심장에 와 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추 장관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한 다음에 공정을 얘기하는 게 맞는 순서인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 공정의 과정에 대한 논쟁이다. 문 대통령은 “공정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불공정도 있었습니다”면서 ”때로는 하나의 공정이 다른 불공정을 초래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은 비정규직을 대거 정규직화 하는 과정에서 불공정 논란이 불거진 ‘인천국제공항’ 사태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정부의 정책 능력과 연계된 것이다.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할 때 아무리 ‘선한 의지’를 갖고 있어도 정책 효과가 반대로 나타나면 이를 가차 없이 시정해야 한다. 아무리 대통령의 ‘묻지마’ 지시가 있어도 ‘불공정한 정규직화’도 예외가 돼선 안 된다.

셋째, 공정을 둘러 싼 편 가르기다. 문 대통령은 “기성세대는 오랫동안 특권과 반칙이 만연한 사회에 살았습니다.” 그러면서 “기성세대가 불공정에 익숙해져 있을 때, 문제를 제기하고 우리 사회의 공정을 찾아 나선 것은 언제나 청년들이었습니다”라고 했다. 아무리 청년의 날 행사라고 하더라도 ‘젊은 세대=공정, 기성세대=불공정’이라고 세대 간 편 가르기를 한 것은 패착이다. 국민 통합의 저해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공정의 성과에 관한 논쟁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또한 청년들과 함께하고자 했고, 공정과 정의, 평등한 사회를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고 했다. 현 정부 출범 초기 젊은 세대는 문재인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현 정부 출범이후 3주 정도 지난 2017년 6월 1주 한국 갤럽 조사 결과, 20대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87%였다. 그러나 3년 3개월 정도 2020년 9월 1주 조사에서 20대 지지도는 30%로 급락했다. 이런 현상은 조국, 윤미향, 추미애 사태 등에서 드러난 현 정부 인사들의 특권 인식과 불공정,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에 대한 압박, 청년 일자리 창출 실패와 부동산 정책에서 나타난 정부의 무능 등에 대해 젊은 세대가 분노하고 좌절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메시지로 현 정부의 공정 추진에 대한 논쟁이 불거졌어도 공정은 시대정신이고, 공정의 사각지대가 있어서는 안 된다. 말로는 누구나 공정을 외칠 수 있다. 그러나 실행하지 않는 공정은 공허하다. 공정한 인사, 공정한 법 집행, 공정한 배분 못지않게 공정의 절대 과제는 젠더 평등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공정의 토대 위에 여성의 눈높이에서, 여성의 마음을 담아 젠더 평등을 추진해야 한다. 공정이란 “공평하고 올바름”이다. 가령, “특권과 차별이 없는 것” “기회가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주어지는 것” “과정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것”이다. 젠더 평등도 반드시 이런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 백 미터 달리기에서 여성은 출발선, 남성은 30m 앞에서 시작하면 공정은 무의미하다. 단언컨대,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취업, 승진, 임금, 육아 등에서 차별받고 있는 ‘불평등의 고착화’를 타파하지 않으면 공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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