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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조용히 끝난 韓美훈련과 대통령 책무
 
2020-09-04 09:47:39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 군의 ‘연합지휘소훈련(CCPT)’이 8월 18∼22일 방어훈련과 24∼28일 반격훈련으로 끝났다. 훈련의 시작과 종료,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훈련이었고, 미국 본토, 인도-태평양사령부, 주일미군은 코로나19로 참가하지 못했다. 양국 군은 어려운 여건을 무릅쓰고 훈련을 잘 마무리했다.

한·미 양국 정부가 훈련에 소극적이고, 코로나19팬데믹 속에서도 반격단계까지 소화함으로써 지난해 취소된 훈련을 복원하고, 북한에 대한 억제 태세를 강화했다. 훈련 직전 B-1B, B-2 전략폭격기 6대가 대한해협에 출격해 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곧 한미연합사에서 ‘AAR(After Action Report)’라는 사후 검토를 할 것인데, 냉정한 분석으로 유용한 교훈을 도출해 내고, 내년에는 대규모 실(實)병력 참가 속에 북핵에 대한 연합 대응책을 면밀하게 점검하기 바란다.

일각에서는 이번 훈련이 축소됨으로써 ‘한국군 한미연합사령관 체제로의 전환’(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의 실질적 내용)을 점검하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번에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마치면, 내년 최종 점검을 거쳐서 2022년에 전환한다는 일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기회에 대통령과 정치권이 이 사안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해 향후 추진 방향을 재검토해 주기를 바란다. 북한이 비핵화는커녕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군을 사령관으로, 미군을 부사령관으로 교체하는 것은 한반도 방어에 대한 미군의 책임을 경감시키고, 북한에 오판의 소지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은 ‘최고사령관’이라는 거창한 직함을 허용하면서까지 미군 대장을 나토군의 지휘관을 유지함으로써 유럽 방어에 대한 미군의 책임의식을 강화하고, 잠재적국의 오판을 방지하고 있다.

한국군이 한미연합사령관일 경우를 상상해 보자. 미국의 핵무기가 어떤 형태이고, 어디에 보관하고 있으며, 어떤 절차로 사용하는지도 모르는 한국군 한미연합사령관이 핵무장한 북한과의 전쟁을 어떻게 지휘할 수 있다는 것인가? 북한이 핵 위협 아래 기습공격을 해 올 경우 6·25전쟁 때와 같이 허둥지둥하다가 3일 만에 서울을 탈취당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미군이 ‘부(副)’의 책임을 갖게 되면 그만큼 한국 방어에 대한 책임의식과 지원 태세는 약해지지 않겠는가? 동업하다가 부도나면 사장을 대신해서 부사장이 책임지겠는가? 누가 봐도 ‘북한 핵 위협 해소’ 때까지 한국군 한미연합사령관 임명을 미루는 게 합리적이지 않은가? ‘자주’라는 감정보다 북핵 위협의 현실을 더욱 엄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한미연합사의 구호는 ‘파이트 투나이트(Fight Tonight!)’이다. 오늘 밤 전쟁이 발발한다는 마음가짐과 고도의 전투준비 태세를 강조하는 말이다. 그만큼 북한의 위협이 심각하고, 기습공격의 가능성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를 구현하려면 한·미 연합군은 철저히 훈련하고, 즉각 대응태세를 유지하며, 첨단무기와 장비를 갖추어 나가야 한다. 여기에는 ‘국군통수권’을 가진 대통령도 동참해야 한다. 이번 훈련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로서 훈련 부대를 방문해 격려하고 부대들의 실제 전투준비 태세를 점검했더라면, 군의 사기와 국민의 신뢰가 고양되는 것은 물론, 대북(對北) 전쟁억제 태세, 한·미 동맹은 크게 강화됐을 것이다. 내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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