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선진화재단 고용노동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인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칼럼입니다.
공업화시대의 경직된 노동법 / 경제 패닉서 시급한 과제인가
지난 23일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의 비준안과 관련된 대량의 노동관계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 주된 내용을 보면, ILO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제87호, 제98호) 및 강제근로금지(제29호) 협약의 세 가지 비준을 추진한다. 이와 연계된 노동관계법안은 노동3권 중에서 ‘단결권’에 편중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노조법)상의 정당한 해고자·실직자·구직자의 모든 노동조합에 가입 ‘허용’ 등이 있다. 논쟁이 필요한 교원노조법상 초·중·고교의 퇴직교원(정당한 해고자 포함)의 노동조합 가입 인정 등도 포함됐다.
정부가 조만간 노동관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법안은 2018년 말 20대 국회에 제출한 후 자동폐기된 법안과 대동소이하다. 당시 정부법안에 대해 노동계도, 경제계도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특히 경제계는 무기 대등원칙을 위한 대체근로의 전면 허용, 노동조합의 부당노동행위 신설 및 형사벌칙 규정 삭제 등을 요구했다. 그때도 당·정·청은 ILO 100주년 기념을 위해 강력히 추진할 의향도 가졌다. 하지만 팽팽한 여야는 선거법 개정 및 공수처 설치라는 엄청난 정치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었다. 선입법 후비준 전략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형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21대 국회는 엄청난 판세의 변화가 있다. 국회의원 300석 중 176석을 차지한 집권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통과시키지 못할 입법이 없게 된 것이다. 정부법안을 보면, 여유 없는 경제 패닉상태에서 이렇게 급한 과제인가 의문이 든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는 ‘노동법의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여전히 노동법의 핵심어는 ‘유연성’(flexibility)이다. 현실은 공업화 시대의 경직된 노동법, 특히 근로시간 규제를 시대 변화에 맞추어 유연화하는 것이 과제이다. 노동법에서는 ‘내성’(reflexivity)과 ‘잠재능력’(capability)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노동법의 큰 과제는 복잡한 사태 속에서 노사 스스로가 현안의 해결·예방은 그 한계나 폐해도 고려하면서 법 안에서 수용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각 개인이 그 잠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 기반을 정비하는 것이다.
정작 우리의 노동법의 상황은 어떻게 진척되고 있는가? 교원노조법 개정과 관련해 우리 헌법은 ‘근로자’만이 근로조건의 유지·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으로 일체적 노동3권을 가진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이런 헌법례는 ILO와 구미 국가와도 다른 법 규정이다. 구체화된 노조법 및 특례의 교원노조법에서 헌법 합치적으로 체계적인 법해석이 선결할 과제이다. 조만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12명의 대법관들이 최종 확정할 것이다. 무엇이 급해서인지 피고였던 정부 스스로가 전교조의 재합법화를 위해 입법기술상 깔끔하지 못한 ‘해직교원’도 노동조합에 가입하도록 법개정을 하는지 모르겠다.
정부는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에 둔 ILO 핵심협약 미비준에 대해 분쟁해결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는 코로나19 사태로 중지된 상태가 아닌가. 이 또한 국가를 통한 규제를 다양한 현장의 실태에 적응하거나 개별거래에서 개인 능력 또는 정보 한계를 보충하려면 국가와 개인의 중간에 있는 집단 조직이나 네트워크를 통해 문제 인식과 해결·예방을 도모해야 한다. 이것을 위하여 법제도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미래 노동법의 핵심 과제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사회가 다양화·복잡화되었다. ‘현장의 실태’에서 뒤처진 국가에겐 다양한 문제를 치밀하게 파악·인식해 실태에 따라 적절하게 해결할 능력이나 자원의 한계가 있다. 국회나 정부가 상세한 룰을 노동관계법령으로 규정했더라도 이것이 현장의 실태나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합하지 않아 법이 준수되지 않는 법과 실태의 괴리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이번 법안은 국민 모두가 코로나발 경제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한 후에 처리해도 늦지 않다.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과 노동관계법의 개정은 시기상조이고 ‘유감’(有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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