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지배하는 북한경제 (조영기 지음 | 한반도선진화재단 펴냄)
왜 북한 경제는 그야말로 폭삭 망했을까. 이유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건 다른 얘기다. 북한 전문가인 조영기 국민대 초빙교수는 최근에 낸 이 책에서 북한 경제를 ‘경제의 정치화’란 관점에서 해부했다. 정보량이 부족하고 그 정보마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북한 연구의 특수성을, 입수 가능한 북한 내부 문헌을 최대한 활용해 극복했다.
저자는 ‘정치엔 정치의 길이 있고 경제는 경제의 길이 있다’며 ‘정치가 경제에 개입·간섭하면서, 경제가 정치권력에 의해 좌우되어 경제가 위기로 치닫는 현상’을 ‘경제의 정치화’로 정의했다. 현실에서 관찰하기 쉬운 예가 국유화다. 사회주의 경제에선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계획경제의 실현을 저지하는 핵심요소로 여겼다. 혁명을 통해 거대 기업들을 전부 국가가 ‘접수’하면 거대한 생산 능력이 실현된다고 봤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로버트 서비스(Service) 옥스퍼드대 역사학과 교수가 저서 《코뮤니스트》에서 썼듯, ‘사회주의 이념은 역사상 가장 매혹적이었고, 실현되었을 때 가장 파괴적’이었다. 이유 중 하나로 조 교수는 ‘독재자의 경제논리’를 들었다. 독재자의 경제논리란 독재자 또는 독재집단은 그들 집단의 경제적 잉여를 극대화하는 걸 우선한단 뜻이다. 경제의 정치화 현상이 심화되면 독재자의 경제논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올라간다. 그 결과 국민 다수에게 돌아가야 할 경제적 잉여가 독재집단의 잉여로 이전하게 된다. 그 결과는 우리가 보는 대로다.
북한 경제가 살아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치 예속에서 벗어나는 게 근본적인 처방전이겠지만, 그건 저자를 비롯한 독자들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해결책은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수출산업 육성과 경제특구 활성화를 통한 산업화를 들었다. 책을 읽을수록 문재인 정부가 펴고 있는 경제 정책들이 떠오른다. 입맛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