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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한국] 이용준 前대사 "韓, 미중 진영간 대결에서 '양다리 걸치기' 불가능하다"
 
2019-06-28 14:37:47

"'美 진영 vs. 中 진영' 진영 간 대립, 냉전시대처럼 수십 년 지속"
"韓, '화웨이 보이콧' 동참해도 '제2 사드사태' 우려할 필요 없다"

"안보지원은 미국에서 받고 정책공조는 중국과 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는 배신의 외교이며, 이는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간 이에 대한 결정을 미루고 모호한 입장을 취해 왔지만, 결정을 마냥 미룰 수는 없습니다. 결정을 미룰 수 있는 유예시간은 거의 소진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결정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먼저 결정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북핵 협상 현장의 산증인'이자 외교안보 전문가인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담당대사는 27일 가진 '위키리크스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패권경쟁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한국이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이용준 전 대사는 '미중 무역 전쟁'을 앞으로 수십 년간 지속될 '미중 패권경쟁'으로 규정했다. 이 전 대사는 "과거 20세기 냉전시대처럼 미국 진영과 중국 진영이라는 양대 진영 간 대립이 수십 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남중국해 문제와 화웨이 문제를 둘러싼 미중 충돌은 이미 미국 진영과 중국 진영 사이의 '진영전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대사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압박은 미국이 중국의 도전과 패권국가화를 저지하기 위한 일종의 예방조치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 대한 도전을 그칠 때까지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 대사는 또 "그간 한국은 안보를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면서도 대외정책은 대부분 중국과 북한의 진영논리에 동조하는 모순된 입장을 취해왔다"며 "이제 미중 사이의 본격적인 패권싸움이 시작되는 마당에 한국 정부는 이러한 '외교적인 곡예'에서 벗어나 어느 진영에 설지 확실하게 선택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사는 '화웨이 보이콧에 한국이 참여하면 제2의 사드 사태가 온다', '미중 사이에서 선택해선 안 된다'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제재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당시 워낙 광범위하게 제재를 가했다. 중국이 설사 제재를 추가한다고 해도 새삼스럽게 추가로 제재할 것이 별로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국익을 위한 주권적 결정을 함에 있어 사드 제재와 같은 중국의 부당한 위협에 굴복하기를 반복한다면 주권도 국익도 지킬 수 없다. 우리가 중국의 제재를 두려워해 대중국 굴종외교를 계속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중국의 제재를 스스로 자초하는 첩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담당대사는 경기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1979년 외교부 유엔국과 북미국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1991년 청와대 남북핵협상 담당관을 시작으로 주미국 대사관 북핵문제 담당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북한 경수로 협상 대표, 북미1과장,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책조정부장, KEDO 사무국 정책국장,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 6자회담 차석대표, 북핵담당대사, 외교차관보 등을 거쳤다. 2018년 12월에는 북핵 협상 현장에서의 생생한 경험을 담아 '북핵 30년의 허상과 진실'을 출간했다.

이용준 전 대사와의 인터뷰 1부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 △한국이 가진 세 가지 선택지, △미중 경쟁구도 속 북핵문제 전망 등을 밝히고, 2부에서는 △미중 패권경쟁, △중국의 산업정책인 '중국제조 2025', △각각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기술전쟁과 자원전쟁의 전개방향을 전망하고, △한미일 삼각협력의 필요성을 다루게 된다.

다음은 외교차관보와 북핵담당대사를 역임한 이용준 전 대사와의 일문일답이다.

▷미중 패권전쟁이 앞으로 30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중 패권전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리라고 전망하십니까?

"'패권전쟁'보다는 '패권경쟁'이라는 말이 더욱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중 패권경쟁이 현재와 같은 경제전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군사충돌로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군사충돌로 가기보다는 경제전쟁에서 판가름이 날 가능성이 더 큽니다.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은 단 한 번도 군사적 충돌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결국 경제전쟁에서 소련이 미국에 패해서 몰락했죠.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전쟁은 단순한 무역분쟁이 아니고 앞으로 장기간에 걸쳐 지속될 패권전쟁의 시작단계에 불과합니다.

'신냉전체제가 시작됐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20세기 냉전시대처럼 미국 진영과 중국 진영이라는 양대 진영 간 대립이 수십 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남중국해 문제와 화웨이 문제를 둘러싼 미중 충돌은 이미 미국 진영과 중국 진영 사이의 '진영전쟁'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 충돌을 '자유민주주의 세력과 사회주의·전체주의 세력 간 문명 충돌', 혹은 '문명세계와 비문명세계 간 충돌'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압박은 미국이 중국의 도전과 패권국가화를 저지하기 위한 일종의 예방조치 같은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중국이 미국에 대한 도전을 그칠 때까지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설사 이 무역전쟁이 끝나더라도 미국이 남중국해 내 중국의 불법 군사기지화를 철폐하라고 요구하는 등 다른 분야에서도 새로운 '전쟁'이 계속될 것입니다. 20세기 냉전체제와 같은 진영 간 대립 형태가 수십 년간 계속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양 진영에는 각각 어떤 국가들이 참여할까요?

"양대 진영에 어떤 국가가 가담할지 예측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고 대다수 학자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국가와 분쟁을 겪거나 이라크 전쟁 등 국제분쟁에 개입할 때마다 거의 예외 없이 항상 행동을 함께했던 동맹국들이 앞으로도 미국 진영에 가담할 전망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캐나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도가 되겠죠. 그 밖에도 중국과 숙적 관계인 인도나 아세안 국가 중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등이 미국 진영에 가담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 아세안(ASEAN) 국가들은 대체로 친중이었으나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에 등을 돌렸죠. 반면에 중국 진영에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친중 국가들, 예를 들어 북한, 러시아, 이란, 파키스탄 등이 가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은 어느 쪽에 속하게 될까요?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은 당연히 미국 진영에 포함될 국가입니다. 앞으로 한미 동맹관계가 유지되고 주한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한 한국의 선택은 너무나도 자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생각해봅시다. 현재 미국이 한국에게 제공하고 있는 방위 공약, 주한미군 주둔, 핵우산 제공 등 안보지원 역할을 중국이 대신해 줄 수 있을까요? 중국은 그런 지원을 제공해 줄 의사도 능력도 없고, 우리 국민들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도 없습니다.

그러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궁극적으로 두 진영 중 어느 진영에 가담할지는 불확실합니다. 한국 정부는 최근 수년간 미중 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대부분의 국제적 현안에서 동맹국인 미국 편을 들기보다는 중국이나 북한 편에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문재인 정권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도 그다지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북핵 문제에서 일괄타결을 원하는데, 한국 정부는 중국과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해결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를 거부하고 있고, 남중국해 문제에서도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사드 미사일을 상주 기지에 반입한 지 2년이 넘었으나,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 북한의 반대 때문에 사드 기지의 가동을 아직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만한 한일 관계를 원하는 미국과 전략적 관점에서 한일관계를 이간하려는 중국 사이에서 중국 쪽에 기울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또한 지난 수십년간 한미일 삼각협력 관계 타파에 진력해온 중국과 북한의 동북아 전략에 휘말려 한미일 삼각협력의 파괴에도 크게 일조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미국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에 참여했고, 2015년 중국 전승절 70주년 열병식에 주요 서방권 국가의 국가원수로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일하게 참석함으로써 미국인들을 분노하게 했습니다.

그간 한국은 안보를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면서도 대외정책은 대부분 중국과 북한의 진영논리에 동조하는 모순된 입장을 취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 미중 사이의 본격적인 패권싸움이 시작되는 마당에 한국 정부는 이러한 '외교적인 곡예'에서 벗어나 어느 진영에 설지 확실하게 선택해야만 합니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한국에게 어느 진영에 속할지 명확한 선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화웨이 문제와 사드 문제, 그리고 남중국해 문제에 있어 한국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죠."

▷한국은 그동안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전략적 모호성을 취해왔습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한국이 지금처럼 미국과 중국 어느 쪽도 선택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중립으로 남을 수는 없을까요?

"한국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세 개의 선택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미국 진영에 남아서 미국의 안보지원을 받고 미국과 정책적으로 협조하는 방안, 둘째로 한미 동맹을 포기하고 중국 편에 가담해 중국의 안보지원을 받는 방안, 셋째는 과거 냉전시대의 핀란드나 스위스처럼 중립으로 남아 홀로 자력갱생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한국이 미중 진영 간 대결에서 중립으로 남으려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포기해야 합니다.

한국이 이 세 가지 선택지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는 한국 국민들이 주권적으로 결정하고 그 결과를 감내해야 할 사항입니다. 안보지원은 미국에서 받고 정책공조는 중국과 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는 배신의 외교이며, 이는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간 이에 대한 결정을 미루고 모호한 입장을 취해 왔지만, 결정을 마냥 미룰 수는 없습니다. 결정을 미룰 수 있는 유예시간은 거의 소진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결정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먼저 결정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한국이 화웨이 보이콧에 동참한다면 제2의 사드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제2의 사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화웨이 보이콧에 한국이 참여하면 '제2의 사드 사태'가 온다고 우려하는 이들이 있는데,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제재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당시 워낙 광범위하게 제재를 가했습니다. 중국이 설사 제재를 추가한다고 해도 새삼스럽게 추가로 제재할 것이 별로 없을 정도입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사드 배치는 '자위를 위한 당연한 주권적 행동'이었습니다. 자위를 위한 당연한 행동에 대해 중국이 한국 길들이기의 일환으로 제재를 가한 것은 한국의 주권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한국을 중국의 '속방' 정도로 생각하는 중국 정부의 속내가 반영된 것입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이러한 오만하고 비문명적인 태도는 우리가 앞으로 주권을 지키고 독립을 유지해 나감에 있어서 총력을 기울여 반드시 극복해 나가야할 중대한 도전입니다.

우리가 국익을 위한 주권적 결정을 함에 있어 사드 제재와 같은 중국의 부당한 위협에 굴복하기를 반복한다면 주권도 국익도 지킬 수 없습니다. 구한말의 불행했던 역사는 이에 관한 많은 교훈을 우리에게 남기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한중관계에서 한국이 반드시 '을'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지만 무역관계는 항상 상호적이며 무역상 분쟁이 생기면 한국만 손해를 보는 건 아닙니다. 한국은 중국의 중요한 '기술 및 부품 제공국'입니다. 만약 한중 관계가 악화해 양국이 상호 제재를 한다면 한국보다 중국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중국은 한중관계에서 '갑' 행세를 하고 있지만, 국제무역 구조상 중국이 항상 '갑'은 아닙니다. 중국은 한국, 미국, 일본의 최첨단 부품이나 기술을 토대로 최종제품을 생산해 세계 시장에 수출합니다. 만일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그러한 부품이나 기술을 수입할 수 없다면 중국은 한국보다도 더 사이가 나쁜 일본으로부터 더 비싼 값에 이를 수입해야 합니다. 한중 양국 간 무역에 이상이 생기면 한국뿐 아니라 중국으로서도 큰 타격입니다.

따라서 중국이 수세에 몰려 있는 미중 무역전쟁 구도 하에서 중국이 주요 부품공급국인 한국에 대해 섣불리 무모한 제재를 가하진 못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작 제재를 걱정해야 할 나라는 오히려 한국이 아닌 중국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가 중국의 제재를 두려워해 대중국 굴종외교를 계속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중국의 제재를 스스로 자초하는 첩경이 될 것입니다."

▷최근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방문하면서 '북중 밀착'이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북한이 미국 대선과 미중 패권전쟁을 어떻게 이용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북한이 향후 어떤 협상 전술과 전략을 취할지 궁금합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준비 차원에서 미북관계를 어찌 활용하려 할지도 궁금합니다.

"북한이 미중 패권경쟁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한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개별국가로서 행동할 때는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나. 미중 패권경쟁이 진영 간 대립으로 발전돼 가면 북한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이 동맹국이자 최대 무역파트너인 중국 편에 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미중 간 진영 싸움이 본격화하면 북핵 문제뿐 아니라 다른 연관 사안들까지 모두 미중 간 진영경쟁이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겁니다. 그러면 북핵 문제도 개별 현안이 아니라 미중 패권경쟁 구도에 편입 흡수돼 미중 패권경쟁 구도 하의 종속변수화 될 것입니다. 그리되면 북한이 동맹국인 중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가 대단히 어려워지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앞두고 국내정치적 목적에서 북한과 정치적 쇼를 할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인 대북 정책은 바꾸지 못할 것입니다. 앞으로 북핵 문제에서도 진영 간 대립의 성격이 점차 가시화할 것입니다.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고 해도 북핵 문제에 대한 기본 정책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민주당 행정부는 핵문제에 더해 인권 문제까지 추가로 제기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더욱 버거운 상대가 될 것으로 봅니다."

▷그렇다면 중국은 미중 경쟁에서 '북한카드'를 활용 수 있을까요?

"'시진핑 주석이 미중 경쟁구도에서 북한 카드를 이용하려고 방북했다'는 국내 일각의 해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북한과 중국은 상호 다른 대안이 없는 불가피한 동맹국이고 그간 중국은 북한 핵문제, 대북 제재문제 등에 있어 북한 입장을 일관되게 두둔하고 지지해 왔습니다. 따라서 시진핑 주석의 방북이 북한이나 중국에 새삼스럽게 어떤 새로운 대외적인 카드가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따라서 시진핑 방북은 미중 경쟁구도에 영향을 미칠 카드라기보다는 단순히 북중 양자관계에 있어서의 관계 복원 정도의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네 차례 방중을 했으니 이번에 시진핑 주석이 한 번 답방해 준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보며, 북한으로서도 '시진핑이 북한을 방북했다'는 국내 선전용 실적 이상의 실익이 있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번 달 28~29일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이 어떻게 나올까요? 갈등을 봉합하는 듯한 외교적인 제스쳐를 취하는 것 이상으로 합의할 수 있을까요?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전쟁은 앞으로 장기간, 수십 년간 계속될 미중 패권경쟁의 일환입니다. 이 무역전쟁이 끝나더라도 양 진영 간 대립은 앞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아마도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기를 진정으로 중단하거나 또는 도전할 만한 힘이 없는 국가로 변모할 때까지 계속되리라 봅니다.

미소 냉전시대에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강력한 대(對)소련 경제제재로 소련은 경제적으로 몰락하고 해체되기에 이릅니다. 결국 서방세계의 승리로 냉전이 종식됐죠. 이러한 역사를 잘 아는 중국이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에 쉽게 양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무역 전쟁이 장기화하고 격화하면 중국 경제가 점점 더 치명타를 입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으로서는 진퇴양난인 상황입니다. 중국의 고심이 대단히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국이 미중 대립을 끝내려면 중국몽(中國夢), 즉 세계의 패권을 잡겠다는 정책적 목표를 포기하면 됩니다. 그러나 이는 중국 국내 정치상 선택하기 매우 어려운 선택지입니다. 1962년 미국과 소련 사이의 쿠바 미사일 위기가 종식된 후 2년 만에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실각했는데, 그 당시 미국의 핵전쟁 위협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가장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국내정치적으로 중국몽을 포기할 수도 없고 미국과 끝없는 대결을 벌일 수도 없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중국이 앞으로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중 패권경쟁 구도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30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전망하십니까?

"단순한 추측이지만,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정치용'으로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재현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대선 캠페인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방문해 미국의 국가안보와 한반도 문제에 관한 어떤 인상적이고 중요한 메시지를 미국 국민들에게 던질 수 있다고 봅니다.

1983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DMZ를 방문해 북측을 망원경으로 둘러보는 장면은 미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DMZ는 종종 총알이 날아다니는 위험한 지역이었습니다. 그런 위험 지역을 미국 대통령이 방문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지요.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DMZ는) 공산주의와 대치한 최전선이자 북한 사람들과 얼굴을 맞댄 지점”이라는 말을 했어요.

트럼프 대통령은 레이건 전 대통령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말이 있고, 레이건 전 대통령은 '소련 붕괴'라는 역사적인 업적을 세웠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과도할 정도로 소련과 군비경쟁을 벌였고, 이를 쫓아가던 소련은 경제적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붕괴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 필적할만한 대중국 승리라는 거시적 목표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려는 꿈을 품고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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