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용은 지난 9월 3일(수),국가선진화지수2008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요약입니다.
주요 10개국 개혁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정재영 (성균관대 경영학부교수)
세상의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금융을 비롯한 세계 시장의 글로벌화, 무한 경쟁시대의 도래, 국가 간 상호의존의 증가, 사회주의국가 붕괴에 따른 경제 위주 사고의 확산,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국 출현 등, 지금 변화의 폭과 속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깊고, 빠르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선진화와 국가경쟁력의 의미는 더욱 중요해져 각국은 삶의 질 향상과 경쟁국가 건설로 국가운영의 틀을 바꾸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 영국 일본 아일랜드 독일 네덜란드 뉴질랜드 두바이 호주 중국 등 주요 10개국의 개혁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공통점과 시사점은 무엇일까?
- 정부 혁신을 향한 대대적 개혁 정책-
시스템은 시대적 산물이다.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그 유효성이 오히려 상실된다. 환경변화로 지금까지 잘 작동해 오던 제도 자체에서 피로현상을 느끼는 소위 ‘제도의 피로(System Fatigue)’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 자체가 국가경쟁력 향상의 핵심적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판단, 정부혁신을 위해 대대적 개혁정책을 추진했다. 현재도 진행 중이다.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 고객 지향적 정부, 성과 중심 운영, 정부 규제 개혁, 저비용 고효율의 시장 메커니즘 도입 등을 정부혁신의 방향으로 삼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부지출 축소, 감세, 교육과 행정에 경쟁 도입, 노동시장 유연화, 공기업 민영화,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구축, 국가 경제 능력에 맞는 복지 정책으로의 선회 등을 추진했다.
선진국은 단지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된다고 가능한 것은 아니다. 중동의 고소득 국가들이 선진국으로 인식되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경제력만이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국제적으로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 또 선진국이 되려면 소득향상이나 외형적 제도적 발전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법과 질서가 존중되지 않는 선진국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법과 제도만 바꿔서 개혁이 성공하고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사상과 의식의 선진화가 수반돼야 한다. 사람의 행동뿐 아니라 사고와 의식, 나아가 문화 자체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선진화는 그래서 더욱 어렵다. 선진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많은 국가들이 이런 이유로 좌절하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주요 10개국 개혁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 자유화, 민주화, 시장화, 분권화, 세계화(글로벌화) -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개혁을 추진한 이들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자유화, 민주화, 시장화, 분권화, 세계화의 방향으로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로부터 구체적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첫째, 우리를 둘러싼 위기적 환경 변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다. 자유화, 민주화, 세계화가 시대정신이 되고 있는 지구촌에서 생존하려면 결국 경쟁력이 있어야 된다. 평등을 우선해선 생존이 어렵다. 세계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도 불확실하다.
둘째, 개혁에 대한 정치지도자의 강력한 의지와 열정이 필요하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도 갈등은 정치에 의해 해결되기 마련이다. 정치지도자는 미래에 대한 확실한 철학과 비전을 갖고 반대자를 설득해 참여와 협조를 구하며, 개혁에 관한 의지와 열정을 행동으로 보일 필요가 있다. 국가적 핵심역량을 정확히 파악, 선택과 집중의 전략에 따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셋째, 개혁전문가 집단에 의한 구체적 전략 마련과 지속적 추진이 필요하다. 정책의 국제경쟁력이 중요한 시대가 되면서, 명확한 철학과 비전, 풍부한 경험 그리고 전문적 지식을 갖은 정책 전문가 집단의 참여로 개혁안을 만들어 철저하게 집행 했다. 이처럼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개혁정책을 신념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넷째, 열린 국가운영이다. 글로벌 분업시대에는 우수한 인재, 앞선 기술, 경영 노하우, 글로벌 시장 네트워크 등 경제발전에 필요한 것을 외국에서 구할 수 있다. 외국인과 기업들이 한국을 가고 싶은 나라, 일하고 싶은 나라, 살고 싶은 나라, 투자하고 싶은 나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생존의 길이다.
다섯째, 균형발전으로 성공한 나라는 찾기 힘들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에 의해 국가의 경쟁요소를 전략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중앙에서 지방으로, 관에서 민으로의 분권화에 열중하고 있다. 균형발전 전략은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세계 각국의 균형발전 전략은 유감스럽게도 모두 실패했다. 이상과 현실은 이렇게 다른 것이다.
끝으로, 국민의식개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반 전문가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결과 평등주의, 배타주의, 부에 대한 질시, 노동 경시, 포퓰리즘, 편향된 민족주의, 반 기업 정서 등의 사고를 극복해야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 나와 다른 타인을 인정하고 더불어 사는 마음, 인간존중, 시장주의, 법치주의가 존중되는 가치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