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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철]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라
 
2008-07-31 18: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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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에 충실하자”

신도철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 교수)




 - 한국경제를 위한 제언 -



 


최근 물가 투자 고용 소비 주가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한결같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제적으로 석유 원자재 곡물 값이 폭등하고 미국 발 신용경색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데 기인하는 바 크다.


 

이러한 위기적 경제상황에 잘못된 대응을 할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의 선진화는 요원한 것으로 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어려움을 호소하고 정부의 도움을 요청하는 산업, 계층, 집단들이 많아지게 된다. 정부는 이들 호소를 쉽게 외면할 수 없기도 하거니와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바로 자신의 역할이라고 보면서 여러 가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다. 정부가 정책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경제주체들의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를 손상시키면서 정부로부터 많이 받아내려는 노력을 부추기는 정책이 양산될 수 있다. 정부가 경제원리를 벗어나 대증적 포퓰리즘적으로 대처하게 되면 상황은 악화되고 성장잠재력은 저하될 것이다.


 
근본적으로 대외적인 요인에 기인한 위기적 경제상황에 대해 부작용 없이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정부정책은 불행하게도 별로 많지 않다. 장기적인 부담으로 남을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는 것을 삼가면서, 그리고 경제주체들의 인센티브를 크게 왜곡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려움에 처한 계층과 사람을 돕는 정책을 어느 정도 펼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법치와 시장경제의 원칙이 확고하게 지켜지면 경제는 예상외로 빠르게 스스로 회복할지 모른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나라 경제가 처해 있는 역사적 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기초하여 경제발전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2000~06년 중 잠재성장률은 4.8%로 1990년대의 6.5%에 비해 1.7%p 정도 하락하였다. 앞으로도 인구 고령화 등의 요인으로 잠재성장률은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1996년 세계 34위였던 우리나라 1인당 GDP 순위가 2006년 세계 35위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최근 5년간(2003-2007)의 우리나라 연평균 성장률은 4.3%로서 세계평균성장률 4.9%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 시점에서 성장 동력을 재가동해야 한다. 경제학 등 사회과학은 어떻게 하면 경제가 성장하는지에 대해 상당한 신뢰성을 가진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더 많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더 열심히 일하도록 하고, 인적·물적 자본에 대한 투자가 왕성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활발하게 도입·개森풩돈?하는 제도적 장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화의 진전으로 자본과 기술 그리고 고급인력이 보다 쉽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게 됨에 따라 한 나라의 법과 제도와 정책과 이념이 어떻게 되어 있고 또 어떻게 바뀌어나가느냐는 그 나라의 성장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의 위기적 경제상황을 극복하고 나아가 성장의 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 시점에서 시급하게 요구되는 바는 경제·사회의 발전원리에 대한 잘못된 관념을 불식하고 소승적인 집단이기주의를 넘어서서, 민간의 창의와 활력을 이끌어내는 정책과 제도를 뿌리내리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몇 가지 국정과제를 언급해보기로 한다.


1. 정부신뢰의 회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면서 고통분담을 호소한다.
  
국민들은 당장의 고통을 모면하기 위해 대증적인 처방을 요구할 수 있다. 정치인과 정부는 항상 대증적 포퓰리즘적 정책처방을 내어놓을 유혹에 직면한다. 그러나 이러한 처방은 기본적으로 제로섬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서 계층간 집단간의 갈등만 증폭시키면서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저하시킨다. 포퓰리즘의 유혹을 벗어나 장기적 성장잠재력을 확충시키는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정부가 굳건한 신념과 철학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정부정책이 가진 자, 집권세력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전체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진정성을 가지고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하다. 참으면서 차근차근 모색해야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불가피한 어려움도 있는 법이다. 정부는 경제주체들에게 보다 나은 공동체의 앞날을 위해 소승적인 요구를 자제하면서 당장의 어려움을 참아나갈 것을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

2. 상황에 맞는 균형 잡힌 거시경제정책을 펴나간다.
  
통화 재정 환율 등과 관련한 거시경제정책은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잘 잡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고환율 정책은 수출을 촉진시키지만 물가에 부담을 주는 반면, 저환률 정책은 석유 원자재 곡물 등의 국제가격 상승이 국내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시켜주겠지만 외환보유고를 줄이고 경상수지 적자를 늘리며 국내 외국자본의 해외이탈을 도와주는 효과를 가질 것이다. 금리인상 등 유동성 억제정책은 물가상승을 막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경기 감퇴, 금융권의 신용경색 등을 초래할 수 있다. 팽창적 재정정책은 경기부양에 다소간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켜 장기적으로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어느 방향으로 거시경제정책을 펴나가야 할지에 대한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심하게 한쪽 방향으로 치우친 정책은 마땅히 경계해야 한다. 지나친 저환율정책이 외환위기를 초래했던 경험과 지나친 긴축적 통화·재정 정책이 경제위기를 심화시켰던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편 현재 재정건전성이 많이 취약해져 있다는 사정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3. 대증적 포퓰리즘적 정책을 삼간다.
  
근본적으로 대외적인 요인에 기인한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정부가 직접적인 해결책을 내놓겠다고 서두를 경우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 고유가 대책으로 일정 소득 이하의 영세자영업자 등에게 세금을 환급하거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은 포퓰리즘의 극치이다. 공공부문 차량 홀짝제도 전시행정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물가대책으로 관리대상 품목을 정해놓고 이를 집중 관리하겠다는 것도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물가는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이런 정책들은 국민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여 정부가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4. 자유시장경제가 나라를 번영으로 이끄는 체제임을 명확히 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제도 선진화를 위해 노력한다.
  
반시장주의 세력과 투쟁해 시장 질서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지나친 평등의식, 정부 의존적 사고를 불식해야 한다. 좌파적 정책은 바로 감성적으로 먹혀드는 데 반해 시장지향적 정책은 고통스러운 경쟁을 요구하기 때문에 시장경제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그 장기적 이익을 설득하기 위한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법치에 기반을 둔 열린 시장경제를 확립하는 것이 성장 동력 강화의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교육 연구 법치 규제 노동 조세 복지 대외개방 등 미시적 분야에서의 제도 선진화가 이루어져야만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여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음을 국민들에게 이야기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해외 기관들의 조사·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특히 취약한 분야는 법질서, 노사협력관계, 고용과 해고, 창업, 재산권보호, 외국인투자자 보호, 정부지출의 책임성 등인 것으로 나타난다.


 

5. 시장의 영역을 키우고, 시장의 힘을 거스르는 정책을 삼간다.
 
국내외적으로 시장의 영역을 키우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많은 공기업이 민영화를 통해 효율성과 책무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한·미 FTA를 조속히 비준하고, 한·EU FTA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며, 한·중, 한·일 FTA도 조만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시장은 인적 물적 자원이 생산성이 낮은 산업부문이나 지역에서 생산성이 높은 곳으로 이동하도록 한다. 생산성이 낮은 산업부문이나 지역에 인적 물적 자원이 그대로 머물게 하는 정책은 하책이다.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자원이 옮겨가는 것을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농업지원 정책, 낙후지역 지원 정책, 전문서비스 분야의 과도한 진입제한 등 재검토가 필요한 정책분야가 많다. 부동산정책 분야에서도 시장거래의 활성화를 위해 지난 정부의 지나친 규제, 과세 등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 자체가 과도한 정규직 보호에 연유함을 직시하고, 경영상황에 따라 고용 및 임금의 조정이 신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유연화해 나가야 한다.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는 법을 제정한 것은 전형적인 대증적 처방으로 보호하고자 한 바로 그 집단을 어려움에 빠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6. 지방분권에 기초한 자율적 지역발전 시스템을 구축한다.

권한과 책임을 지방정부로 대폭 이양하여 지방정부가 지역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바로 며칠 전 발표한 새 정부의 지역발전 정책은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지역발전의 단위를 광역화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행정도시 혁신도시 건설 등 참여정부의 균형발전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 같아 우려를 금할 길 없다. 업무 비효율, 국민과 기업의 불편, 향후 투입될 막대한 재정비용 등을 감안하면 행정도시와 혁신도시의 건설은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혁신도시로 이전이 결정된 공기업에 대해 지방이전을 전제로 민영화를 추진하기로 한 것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민영화 자체에 대한 걸림돌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비효율적인 입지를 정부가 조장·강제하는 셈이다. 참여정부 균형발전정책을 정리해나가는 과정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지방분권을 심화시켜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중앙정부가 지배하고 있는 권한과 재정을 예컨대 광역경제권본부에 대폭 이양하고, 광역경제권본부로 하여금 자율적으로 광역경제권의 전반적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재원의 사용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수도권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당장 혁파해야 한다. 수도권의 국제경쟁력 향상은 국가와 지방의 발전을 이끈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개발에 따른 이익은 적절히 환수하여 지방의 발전을 지원하는 데 쓸 수도 있을 것이다.


7. 우리나라의 국제적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제도와 정책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되게 정비해나가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세상을 보는 관점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광우병 시위는 한국의 이미지를 국제적으로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있다. 한국은 모든 문제를 시위로 푸는 나라로 비치고 있다.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선진화를 향해 나아가는 나라로 인식되어야 한다. 보다 높은 문화적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로 비쳐져야 한다.


 

♤ 이 글은 2008년 7월 23일 위기의 한국, 진단과 처방_경제 세미나에서 발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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