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력과 권력운영의 상관관계
윤 여 준 (前 국회의원)
말하자면 그것은 최고의 공공성을 갖는 존재이다. 장 현대적인 국가리더십인 대통령 역시 최고의 공공성을 갖는 존재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제 한국의 현실로 눈을 돌려보자.
오늘의 한국이야말로 대통령의 권위와 능력이 대통령 개인의 것을 넘어 곧 국가의 힘이자 국민의 자산이 된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권출범 3개월 만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한때 이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7%대(5점 척도 - 4점 척도로는 12%대)로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가 그 어떤 국가적 과제도 제대로 수행할 것이라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의 권위와 리더십이 추락하면서 나라와 국민이 크게 손실을 입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이다.
그동안 이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여러 각도에서 숱한 문제 제기가 있어 온 만큼 여기에서 이를 일일이 되풀이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잘 아시다시피, 모든 리더십의 성畇?그 권위와 신뢰의 정도에 달려있다. 권위가 뒷받침되지 않는 권력은 폭력일 뿐이고 신뢰가 따르지 않는 권력은 無力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가 어찌하여 권위와 신뢰를 잃게 되었나?
‘통찰력의 부족’을 그 첫 번째 요인으로 들고자 한다.
통찰력이란 ‘전체를 환하게 보되 본질을 꿰뚫고 변화를 앞서 보는 능력’이다.
이것이야말로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최고의 자질이며 덕목이라 할 수 있다.
근래에 거버넌스니, 協治니 하는 말들이 강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방적 정책결정과 국민과의 소통부족은 국민들에게 ‘오만’으로 비쳐지면서 쇠고기 협상을 계기로 거리의 정치, 광장의 정치를 부활시키고 말았다.
이처럼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과 이대통령의 리더십 사이에는 엄청난 시차가 있다.
지금 겪고 있는 국정위기는 사회와 국민의 변화를 꿰뚫어 보지 못한 통찰력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통찰력과 관련한 이명박 정권의 두 번째 약점은 바로 비전이 없다는 점이다. 비전은 미래에 대한 통찰력으로부터 나온다. 그러한 비전은 국민으로 하여금 꿈을 갖고 하나로 뭉쳐 그 실현을 위해 신바람 나게 뛰게 하는 정치의 묘약이다. 따라서 비전은 반드시 실천을 매개할 수 있어야 한다.이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금년을 선진화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하였다.
오히려 그 적실성의 부족으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는 경향마저 있다.
촛불집회에 모인 많은 시민들의 심리적 배경에는 이런 우려와 불안감이 깔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국민에게 꿈을 주지 못하는 청사진, 그래서 실천을 낳지 못하는 청사진, 그것은 불임의 비전에 불과하다.박정희 대통령은 조국근대화의 비전으로 국민들의 동기부여에 성공, 그 역량을 한 데 모아 단시일 내에 산업화에 성공했다.
이명박 정권의 통찰?부족을 지적하는 세 번째 포인트는 정치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명언이 있다.
야누스의 두 얼굴과 같은 양면성 때문에, 누구나 정치를 증오하지만 누구나 정치를 한다.
그중에서도 대통령은 최고의 정치적 존재이다. 이대통령은 당선 직후 자신은 정치를 혐오하기 때문에 여의도 정치에서 벗어나 국가경영에 전념하겠다는 말을 했다.
가장 정치적 방법으로 그 자리에 올랐을 뿐 아니라 직무 자체가 가장 정치적이어야 할 이대통령의 정치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다.
마오체통(毛澤東)은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고 했지만 우리는 권력이 설득의 능력에서 나오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대통령은 또한 모든 국정행위는 정치적 측면을 갖는 것이라는 점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란 正治를 구현하는 것, 다시 말해 시대의 요구와 국민의 소망에 따라 권력을 바르게 행사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국정운영방식(통치문화) 상의 문제점들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는 우선 지지기반의 경시로부터 비롯되었다.
이명박 정권은 당초부터 지지기반이 매우 취약한 정권이다. 530만표 이상의 차이로 압도적 승리는 했으나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역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63%)과 총유권자 대비 낮은 득표율(약 30%대)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더욱이 이대통령은 YS나 DJ같은 확고한 지지 기반이 없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충성심이 강한 이념적 지지세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나는 전통적 보수세력의 무조건적 지지이다.
이들은 지난 10년??걸친 진보성향의 두 정권들에 대해 비판적이었으며 특히 노무현 정권의 실정에 대해 크게 반발하던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이명박 후보의 특장에 이끌렸다고 하기보다는 그가 보수세력을 대변한다는 생각으로 무조건적 지지를 보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들에게는 이명박 정부의 이념적 성향이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경제적 기대심리, 즉 이해관계에 따라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계층으로 이에 많은 젊은 세대들이 가세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이해관계에 따라 지지한 유권자들은 기대가 어긋나는 순간 등을 돌리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대통령은 취임 후 원활한 국정수행의 바탕이 되는 자신의 지지기반을 확대 안정시키는데 우선 역점을 두었어야 했다. 그러나 인수위로 시작된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실용노선은 보수세력으로 하여금 정권의 정체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지지세력으로부터 이탈하게 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더욱이 정부 구성과 한나라당 공천과정에서의 이紫?세력의 ‘독식’은 이에 분노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지지층의 추가이탈을 초래하였다.
여기에다 경제사정마저 국민의 기대에 크게 어긋나게 되자 이해관계에 따른 지지세력의 대거 이탈로 마침내 지지기반의 붕괴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를 초래한 또 하나의 요인은 홍보에 대한 몰이해와 그에 따른 오류이다.이는 참모들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들은 “스타일 위주의 홍보는 홍보의 주체를 가볍게 만든다.”는 철칙을 경시한 것 같다.
이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불공단의 전봇대를 뽑았으며 경찰서를 방문해 어린이 유괴범을 빨리 잡으라고 촉구했다. 이어 청와대 칸막이를 낮추라고 지시하고 사관하교 졸업식에서는 단상의 높이도 줄이도록 했다.
이는 마치 ‘보통사람의 시대’를 외치며 빈 가방을 들고 나서고 와이셔츠 바람으로 회의를 하던 노태우 대통령 시대를 연澯쳔객?것이었다. 결국에는 대통령이 ‘물태우’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선례를 참모들은 심각하게 되새겼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언행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가장 중요하다. 일관성의 유지야말로 리더십의 권위와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요체이기 때문이다. 왕왕 국가원수의 말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의도적 모호성(Intentional Ambiguity)을 지니도록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언행의 불일치가 너무 잦다. 그로 인한 신뢰의 상실은 불문가지이다.이번의 쇠고기 파동과정 만 보아도 이대통령은 촛불집회가 한참이었던 지난달 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을 편하게 모시지 못한 내 자신을 자책했고 앞으로 새 출발을 다짐하려고 한다."고 선언했다.
쇠고기 추가협상에 대한 결과에 대해서도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국민이 납득할 때까지 고시를 미루겠다고 약속한 것을 다음날 고시를 강행하도록 지시했다.
국민을 향해 자책의 고개를 숙인 직후 태도를 돌변한 것이나 여당의 원내대표가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즉시 뒤집어 버린다면 국민은 대통령을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다.
청와대에 새로운 홍보팀이 구성되어 기대를 갖고 주시하고자 한다. 대통령의 모든 언술은 반드시 전문가들에 의해 철저히 관리되어야 磯? 대통령도 이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대통령의 말은 곧 국가의 무기이자 역사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홍보 멘들은 국민의 지봉?두려워하며 이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실체(Substance)와 다른 홍보는 반드시 실패한다.”
대통령의 성공여부는 권력을 공적 제도로 보느냐 사적 전유물로 보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가름하는 대표적인 것이 인사다.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위기를 가져온 본질적 요인도 바로 인사의 실패에 있다고 본다.많은 국민들은 이 대통령이 자질이나 능력보다는 사적인 인연을 중시한다고 여긴다. 그래서「고소영」이란 말까지 나왔다.
萬事兄通 이라는 말이 신문기사의 제목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형은 어디까지나 사적인 혈연관계일 뿐 국정에 관여할 공적인 신분이 아니다. 그럼에도 주요 인사와 ㅓⅠ甦ㅏ?깊숙이 관여한摸?이는 국가기강에 관한 문제다.
역대 대통령들에게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의식이 많이 변했다. 똑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국민의 눈높이는 훨씬 높아졌다.
이것이 민심이반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엄청난 것이었는지 이대통령도 잘 알 것이다.
인사문제와 관련, 덧붙일 이야기가 있다
대통령이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갈리고 국민의 삶이 달라진다.
따라서 훌륭하고 유능한 인재들의 보좌를 받는 것이 절실하다.
孔子는 "정사를 함이란 사람을 얻는 것" 이라고 말했다. (爲政在於得人)
여기에서 집 앞에 등불을 밝혀 놓아 세상의 인재를 구한 한 고사를 인용하고 싶다.
대통령은 이 나라의 최고의 인재들로부터 최상의 보좌를 받을 권리와 의무가 있다.
그리고 이런 인재를 고르는 능력이 바로 리더십의 중핵이다.
결어
지금 이명박 정권은 이 세 가지가 모두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 자신이 후보시절부터 도덕성에 상처를 입은 데 다, 취임 후 청와대와 내각 인선에서 더 큰 도덕적 상처를 입었다.
시대에 대한 통찰력의 부족으로 권력의 적실성에도 의심을 받고 있다. 효율성마저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국정의 모든 분야에서 낙제점수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권출범 후 3개월 만에 심각한 위기를 맞은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 나라와 우리 국민을 위해서 이명박 정부가 반드시 성공하길 바란다.
이명박 정부에게는 여전히 기회가 열려 있다고 본다.그 첫 번째 길은 대통령의 리더십을 국가의 최상위 제도로 공공화하는 데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