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4년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선재단과 인연을 맺었던 몇몇 공직자분들의 이임사를 모아 봤습니다.
사명감을 갖고 불철주야 뛰었던 이들이 직에서 물러나면서 실천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아쉬움에 대해 남긴 말들이 큰 교훈과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한선재단을 아끼고 사랑하는 많은 분들께서 희망찬 2015년을 기약하며 참고할 만한 글이 될 듯싶어 전합니다.
발췌글 순서는 최근 퇴임한 분들의 이임사를 우선했습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2014.11.18)
최근, 한국 금융산업과 금융시장은 자의든 타의든 금융감독의 존재를 크게 부각시켰습니다. 특히, 오랜 기간 우리 금융업계가 늘 그래왔던 적당히 하는 관행을 바로 잡고 법과 원칙에 의한 금융질서를 확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감독당국에 대한 따가운 눈총,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 등 파열음(破裂音)이 많이 났습니다. 그러나, 파열음, 즉 요란한 소리가 난다는 것은 시장이 살아있고 제도가 움직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중략) 금융시장과 산업이 법과 원칙에 따라 움직이도록 만들고, 금융감독원의 변화를 이루기 위해 소리가 나는 것은 우리가 발전을 이루기 위한 필연의 시간이고, 규제․검사․제재를 책임지는 감독당국이 참고 견뎌내야만 하는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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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일 한선재단 이사장 (2014.02.26)
지금 돌이켜 보면 규모가 작은 한선재단이 큰 꿈을 가지고 뛰어 왔습니다. 돈도 권력도 없는 ‘선비지식인’들이 모여 꿈만 크게 꾸며 뛰어 왔습니다. 우리는 현실주의자들의 승리를 통하여서가 아니라, 이상주의자들의 좌절을 통하여 역사가 발전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중략) 우리 한선재단의 나라사랑을 우리 사회가 받아들여 주어, 크나 큰 보람을 느끼고 기뻐했던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사랑을 우리 시대가 외면하여 좌절과 슬픔을 느낀 때도 많았습니다. 아!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우리 선비지식인들에게 나라사랑은 본래가 ‘짝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나라사랑은 사랑을 받기 위하여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좌절로 혹은 半(반)의 성공으로 끝난다 하여도 우리의 나라사랑은--먼 훗날 우리 후손들의 보다 나은 역사를 위하여--한없이 끝임 없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한선재단이 경장(개혁)의 칼을 차고 책을 읽는 선비지식인들의 모임, 즉 국민 속의 ‘민간 집현전’이 되기를, 이 시대 국가개조의 ‘정신적 산실’이 되기를 염원해 왔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가비전을 제시하고 이 시대의 올바른 공론을 세우고, 더 나아가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수 있는 그러한 ‘혁명적 선비지식인’의 집단이 되기를 기대하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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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2013.03.22)
여러분과 함께 했던 시간은 승자와 패자가 선명하게 갈리는 글로벌 대전환기였고, 경제위기가 상수로 자리 잡은 뉴 노멀 시대였습니다. 중규모 개방경제인 우리에겐 이 모두가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발등의 불'로 다가왔습니다. 우린 이 글로벌 경제위기의 한복판을, 소금 짐 진 당나귀가 물살 빠른 강 건너듯 한발 한발 조심스레 헤쳐 나왔습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소비와 투자가 부진하고, 성장률도 떨어지는 등 여전히 어려운 모습입니다. 그러나 희망의 불씨도 여기 저기 보입니다. 지난해 가계소득과 흑자가구 비율이 9년 만에 최고로 늘었고, 소득 5분위 배율은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물가는 역대 두 번째로 낮았고, 일자리가 10년 만에 가장 많이 늘었으며, 경상수지는 사상최대 흑자를 나타냈습니다. 단기외채 비율이 큰 폭 하락하고 외환보유고가 꾸준히 늘어나는 등 대외건전성도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그밖에 7번째 20-50 클럽 합류, 무역규모 세계 8강 진입, 녹색기후기금(GCF) 유치 등 괄목할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선진국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되는 가운데, 국가신용등급이 역대 최고로 상승한 낭보도 있었습니다. 재정건전성을 건실하게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외화내빈의 경기 부양 유혹에 빠지지 않고, 체질을 착실히 개선한 덕분입니다. '겨울이 되서야 솔이 푸른 줄 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재정건전성은 바로 이 '솔'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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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2013.03.11)
학생, 학부모, 교직원, 연구자 여러분 교육과 과학기술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우리 소중한 아이들 모두의 행복과 성공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뒤처지지 않고 교육과 과학기술을 통하여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간 교육과학기술부 직원들과 함께 열심히 노력한 결과 현장에서 긍정의 변화를 가져오는 데 보탬이 되었다는 자부심과 동시에 앞으로도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 연구와 교육에 다시 매진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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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택 통일부장관 (2011.09.19)
제가 재임했던 지난 2년 7개월은 우리가 다 몸으로 느끼고 또 겪어온 것처럼, 남북관계에 있어서 격동의 시절이었습니다. 변화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생성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변화는 불가피하게 고통을 수반합니다. 그러나 변화 없는 발전은 없습니다.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한 발전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평가받기 위해서 일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가려고 한 목표를 향해 묵묵히 걸어갔을 뿐입니다. 저는 역사를 생각할 때 한 가지를 생각합니다. 바로 “시대정신”입니다. 어느 한 시대에 시대정신이 제대로 구현된 역사만이 발전적 역사라고 할 것입니다.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이 무엇입니까? 저는 바로 “진실 된 자유”, “진실 된 평화”, 그리고 “진실 된 통일”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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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 통계청장 (2011.07.21.)
2년2개월 하고도 열흘 전, 취임사를 하면서 만나면 언젠가 헤어진다는 회자정리(會者定離)를 생각하며 재임기간동안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납니다.
통계가족 여러분! 제가 부임한지 한 달 만에 참석한 OECD통계위원회 의장국 회의에 처음 참석했을 때 각국의 통계청장들이 제게 해주신 말씀이 ‘Welcome to Family’였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은 그 뜻을 깊이 느끼지 못했으나 두고두고 제가 여러 번 인용했지만 참 의미있는 말씀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통계라는 만국공통어를 맺어진 우리들은 참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었습니다. 아직도 할 일이 많은데 남겨두고 떠나간다는 서운함과 그동안 여러분과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제 스스로 청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참 보람 있었고 따뜻했다는 말로 이임 인사를 대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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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연 법제처장 (2010.08.11)
민주주의는 목적뿐 아니라 수단과 절차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아무리 더디고 힘들더라도 절차적 정의, 즉 적법절차는 준수되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사회적 약자에게만 준법을 강요하는 것은 진정한 법치주의가 아닙니다. 권력을 행사하는 측에서도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절차의 원칙에 따라 그 권한을 행사하여야 하고, 특히 행정과 관련하여서는 국민이 지킬 수 있는 수준의 법을 만들어 지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해를 입지 않은 자가 피해를 입은 자와 똑같이 분노할 때 진정한 정의가 이루어지고 국가의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란 점을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아무리 법체계가 완비되어도 그 법령에 의해서 국민이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국민생활이 보호되지 못하면 그 법은 명목적ㆍ장식적 의미에 지나지 않습니다. 국민의 일상에 지장을 주거나 약자와 소수자의 법익을 소홀히 하는 법을 중점적으로 끊임없이 고쳐나가야 합니다. 사회적 약자의 눈물과 한숨을 담아내지 못하는 법은 제대로 된 법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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