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폐렴)가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확진환자가 한자리 수를 넘으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사회분위기도 가라앉고 있다. 마스크 사용이 일상화되고 사람접촉을 피하느라 식당이나, 커피숍, 영화관 출입도 자제하고 있다. 여행업과 항공업은 물론 생산과 소비 등 경제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와중에 4.15 국회의원 총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다. 정당마다 공천 작업이 한창이다. 정당별 후보들이 결정되면 공약을 발표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사탕발림 공약으로 달콤한 유혹을 보낼 것이다. 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권의 중간 평가 성격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사 발표와 기자회견을 별도로 가졌다.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보냈다. 기자회견에서는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한 애틋한 사적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탐욕과 위선으로 다수 국민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힌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없었다. 신년사 역시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루어 미래로 나가자는 내용은 없었다. 핵심과제인 노동·공공·연금개혁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오히려 많은 부작용을 유발한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노조편향, 재정압박과 자립의식을 약화시킨 선심성 복지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졌다. 현실의 경제난에 대해서 대통령은 “지난해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했다.”고 자화자찬하면서 “나아진 경제로 ‘확실한 변화’를 체감하도록 하겠다.”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일자리 내용을 보면 60대 취업자 수는 늘었지만 경제 허리로 불리는 40대의 취업자 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60대 고용 증가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든 단시간, 노인 일자리가 대부분이었다. 여론조사 역시 경제가 나아질 것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악화를 걱정하고 있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가세하고 있다. 여기에 기업에 대한 정부규제까지 더해지고 있다. 사외이사 6년 임기제한과 기관투자가들의 경영개입확대를 포함한 ‘공정경제 3법’(상법, 자본시장법,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이 그것이다. 오죽하면 IT?벤처기업들이 ‘규제개혁비례당’ 창당을 선언했을까?
대통령의 신년사와 기자회견은 정확한 현실 인식에 근거한 정책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그냥 메시지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북정책이 그러하다. 가장 중요한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대신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접경지역 협력, 2032년 올림픽 남북공동개최, 남북간 철도?도로연결, 비무장지대의 국제평화 지대화 등 대북 5대 정책을 제시했다. 지속적인 북한의 냉대와 무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짝사랑을 하고 있다.
현실에는 많은 문제가 놓여있다. 우선 지난 해 내내 정쟁을 유발했던 패스트 트랙 3법에 대한 후유증이다. 이중 개정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은 위헌 지적까지 받고 있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지역구 후보 1표·정당 1표의 등가성 훼손은 물론 직접·평등선거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월 10일 개정선거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조항들이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재개정을 요구했다. 비례대표 후보자 기탁금 1,500만 원이 과도하다는 것, 지역구 예비후보자가 공천을 받지 못할 경우에 기탁금 반환 조항이 없다는 것 등이다. 이밖에 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춘 데 따른 학교 내에서의 명함 살포·연설회 등 선거운동 허용 여부에 대해서도 법적 규정을 요구했다.
‘공수처법’은 법률기관인 공수처가 헌법기관인 검찰총장에 대해 사건을 보내라 말라하는 그 자체가 위헌소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악용 가능성도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활동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3차례나 검찰소환에 불응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출범하면 검찰총장을 고발하겠다고 위협했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국민의 인권보호 강화, 정치중립성 제고, 대통령의 인사권 조정인데 이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오히려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법무부가 1차 검찰간부와 2차 중간간부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면서 검찰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비정상 상태를 정상화 시키는 것이 중요
집권 3년차를 맞이하면서 문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력행사가 가능한 단계에 접어 들었다. 법원과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검찰 등 헌법기관은 물론 민주당과 범여권 군소정당 연합인 '4+1'을 앞세워 입법부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다. 노동계, 교육계, 문화계, 공영방송과 시민단체는 이미 장악된 상태이다. 여기에 공수처까지 설치된다. 이렇게 권력을 장악했는데도 아직도 미흡한지 여당은 4.15 총선에서 승리하여 ‘사회적 패권’까지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작금의 국정운영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국가권력행사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하며 자의성 배제와 공정성이 핵심이다. 법과 절차보다 하명과 지시를 우선하는 권력은 비정상이다. 비정상을 정상화 시키는 노력이 긴요하다.
기회는 있다. 4.15 총선이다. 이번 총선은 자유민주주의, 공화주의, 입헌주의, 법치주의 헌법정신을 수호하는 국가명운을 결정하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고 있다. 때문에 정치에 나서는 사람들은 나라와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과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갖춘 사람인지를 되새겨봐야 한다. 이런 마음가짐 없이 정치에 나서려는 사람은 자제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바람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을 보면 공심(公心)보다 사심(私心)이 앞선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44명의 청와대 출신인사들이 대거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것이 그러하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자유대한민국의 수호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선거이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헌정사는 굴곡으로 점철되어 왔지만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한 적은 없었다. 2018년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하려는 헌법 개정시도가 처음이었다. 이런 행태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표를 얻기 위한 현금복지?선심성 복지공약에 현혹되어서도 안 된다. 오늘날 배려와 포용의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고 과잉 이기주의가 나타난 것은 흑백논리와 선심성 복지정책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이런 것들이 우리의 전통미덕인 가족에의 헌신, 남에게 신세지는 것을 부끄러워하던 자립정신, 이웃 사랑의 공동체 정신을 약화시킨 요인이다. 국민 개개인의 자립심이 국가에의 의존심으로 바뀌면 모두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
4.15 총선은 국민 스스로 부끄럽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기회이다.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의 투표가 훼손된 ‘삼권분립’과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되살리고 잘못된 제도와 행태를 복원하여 국가운영을 정상화 시키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권자들은 이런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자신과 사회 그리고 국가의 미래를 바라보고 4.15 국회의원 선거에 임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국민이 만든다. 국민이 선택한 지도자가 앞에서 이끌고 국민이 뒤에서 밀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장점을 펼쳐나가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우리는 흥과 함께 우수한 두뇌와 창의성을 갖고 있다. 흥과 창의성은 자유에서 나온다. 이를 발현시켜야 한다. 방탄소년단이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세계인이 공감하는 흥과 자기들만의 독창성을 가미시켰기 때문이다. 제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에는 국민의 잠재적 자산인 두뇌, 감수성, 창의성을 더 발현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규제로 모든 것을 처리하려는 국가 주도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대신 개개인의 자유와 창의가 마음껏 발휘되고 경제적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갈등과 분열은 포용과 배려의 공동체 실현으로 극복해야 한다. 말 그대로 공동체자유주의 즉 공동체를 소중히 하는 자유주의가 꽃피는 나라를 만들어가야 한다.
번호 |
제목 |
날짜 |
---|---|---|
121 | [2022년 1월] 넉넉하고 너그러운 문명국가로 | 22-02-07 |
120 | [2021년 12월] 한 해를 돌아보며 - 불안, 불만, 불신의 2021년 | 21-12-01 |
119 | [2021년 11월] 오징어게임의 시사점과 교훈 | 21-11-03 |
118 | [2021년 10월] 의혹사건에 가려진 비전과 정책경쟁 | 21-10-01 |
117 | [2021년 9월] 아프간 사태의 교훈 | 21-09-01 |
116 | [2021년 8월] 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 | 21-08-04 |
115 | [2021년 7월] 사회적 자본과 사회적 부채 | 21-07-05 |
114 | [2021년 6월] 시대정신 탐색 | 21-06-02 |
113 | [2021년 5월]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가정의 달 | 21-05-03 |
112 | [2021년 4월] 유권자의 선택 | 21-04-05 |
111 | [2021년 3월] 학폭보다 나쁜 정폭·법폭 | 21-03-03 |
110 | [2021년 2월] 피로사회, 그 현상과 치유 | 21-02-03 |
109 | [2021년 1월] 공동체자유주의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21-01-06 |
108 | [2020년 12월] 진영의 덫에 갇힌 2020 대한민국 | 20-12-02 |
107 | [2020년 11월] 제복의 품격 | 20-11-04 |
106 | [2020년 10월] 국가의 사명과 군인의 본분 | 20-10-07 |
105 | [2020년 9월] 온라인 교육, 산업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 | 20-09-02 |
104 | [2020년 8월] 또 한 번의 8월 15일을 맞으며 | 20-08-07 |
103 | [2020년 7월] 6·15 남북공동선언의 평가와 과제 | 20-07-01 |
102 | [2020년 6월] 호국의 달에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다 | 20-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