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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보수의 품격과 청년 정치] 통권411호
 
2026-09-08 13:58:38
첨부 : 260908_brief.pdf  

Hansun Brief 통권411호 


손용우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





 < 목 차>

  

1. 청년 정치는 왜 다시 중요한가?

2. 보수의 가치와 철학: 서구의 뿌리와 한국 현대사의 경험

3. 한국정치의 문제: 품격을 잃은 진영정치

4. 공동체자유주의: 청년 정치의 대안 철학

5. 결론: 청년 정치는 분노가 아니라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1. 청년 정치는 왜 다시 중요한가?

 

청년 정치는 단순히 젊은 정치인이 등장하는 문제가 아니다. 청년 정치는 한국 정치가 과거의 진영 대립과 동원정치를 넘어 미래세대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가를 묻는 문제이다. 오늘의 청년은 자유를 원하지만 동시에 깊은 불안 속에 살고 있다. 취업, 주거, 결혼, 출산, 돌봄, 지역 격차, 교육격차, 노후 부담은 청년의 삶을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청년 정치는 세대의 이름만 앞세우는 정치가 아니다. 청년의 삶을 국가 비전과 제도개혁으로 연결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오늘의 한국 정치는 보수와 진보의 건강한 경쟁보다 진영의 적대심이 압도하고 있다. 상대를 설득할 경쟁자로 보지 않고 제거해야 할 적으로 본다. 정책보다 분노가 앞서고, 사실보다 진영의 자기 확신이 앞서며, 국가의 장기 과제보다 눈앞의 강성 지지층 결집이 우선된다. 이런 정치 환경 속에서 청년은 미래를 배우기보다 갈등의 공학부터 배우기 쉽다. 그만큼 청년 정치도 진영정치의 낡은 방식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그러나 청년 정치의 본질은 분노의 재생산이 아니다. 청년 정치는 한국 정치가 잃어버린 품격과 책임을 회복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청년 정치가에게 필요한 것은 진영의 언어와 태도가 아니다. 자신이 왜 정치에 참여하는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꾸려 하는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려 하는지 스스로 묻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청년 정치가 다시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청년 정치는 세대교체를 넘어 정치의 방향, 국가의 미래, 공동체의 책임을 다시 묻는 출발점이다.

 

2. 보수의 가치와 철학: 서구의 뿌리와 한국 현대사의 경험

 

보수는 변화를 거부하는 사상이 아니다. 보수는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되, 변화가 인간과 사회의 복잡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사회는 한 세대가 마음대로 설계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아니다. 사회는 과거 세대, 현재 세대, 미래 세대가 함께 이어가는 연속적인 역사적 공동체이다. 따라서 개혁은 필요하지만, 전통과 제도, 법과 관습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책임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서구 보수주의의 뿌리는 이 문제의식을 잘 보여준다.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 1729-1797)는 프랑스혁명의 급진주의를 비판하며 책임 있는 개혁을 강조했다. 알렉시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 1805-1859)은 민주주의가 선거제도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 시민사회, 자발적 결사, 공동체의 습관 위에서 유지된다고 보았다.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폰 하이에크(Friedrich August von Hayek, 1899-1992)는 국가계획의 위험을 지적하고 법치와 시장 질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러셀 커크(Russell Kirk, 1918-1994)와 로저 스크루턴(Roger Scruton, 1944-2020)은 보수주의를 단순한 반공이나 시장주의가 아니라 역사적 기억, 도덕 질서, 소속과 감사, 공동체 책임의 철학으로 이해했다.

 

대한민국 보수의 뿌리는 더욱 복합적인 역사 속에서 형성되었다. 대한민국 보수는 단순히 전통 질서를 지키는 사상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다. 개화기 근대국가 건설의 문제의식, 식민지 시기 독립과 근대국가 수립의 과제, 해방 이후 자유민주국가 수립의 선택, 대한민국 건국과 체제 수호, 산업화와 안보, 한미동맹과 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자유통일의 과제 속에서 형성되었다.

 

이승만 정부는 대한민국 건국의 제도적 기반을 세우고, 6·25전쟁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했으며, 한미동맹의 토대를 마련했다. 박정희 시대의 산업화는 대한민국을 절대빈곤에서 벗어나게 하고 수출국가, 제조업 국가, 산업국가로 전환시킨 결정적 성취였다. 김영삼 정부는 하나회 정리, 금융실명제, 공직자 재산공개 등을 통해 군부 정치의 잔재를 청산하고 민주화 보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보수는 자신의 역사적 성취만 말해서는 안 된다. 건국과 산업화, 안보와 성장의 공적은 계승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난 권위주의, 정치적 자유의 제한, 정경유착, 노동과 인권의 희생까지 함께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보수의 품격은 과거를 무조건 방어하는 데 있지 않다. 과거의 성취와 과오를 함께 보고, 그 성취를 자유민주주의와 공정한 시장 질서, 청년 세대의 기회와 새로운 국가전략으로 발전시키는 데 있다.

 

진보의 문제의식도 함께 이해해야 한다. 진보는 불평등, 차별, 권력남용, 사회적 약자 보호, 시민권 확대의 문제를 제기해 왔다. 보통선거, 노동권, 여성의 권리, 사회보험, 인권의 보편화는 이러한 문제의식과 연결되어 있다. 보수가 이 문제의식을 외면하면 청년 세대에게 설득력을 잃는다. 다만 진보의 해법이 자유와 법치, 재정 책임, 시장의 활력, 헌법적 통일 원칙을 약화시킬 때는 분명히 비판해야 한다. 좋은 정치는 진보가 제기하는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 해법을 보수의 책임윤리와 지속 가능한 국가 운영의 원칙 위에서 제시하는 것이다.

 

3. 한국 정치의 문제: 품격을 잃은 진영정치

한국 정치의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있지 않다. 차이는 민주주의의 자연스러운 조건이다. 문제는 그 차이가 정책 경쟁과 국가 비전 경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진영의 충성 경쟁과 상대방 배제의 정치로 굳어졌다는 데 있다.

 

보수는 안보와 성장의 성취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청년 세대가 이해할 수 있는 철학과 미래 비전으로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했다. 보수가 과거의 성취를 반복해서 말하는 데 머물면, 청년에게는 미래를 설계하는 세력이 아니라 과거를 방어하는 세력으로 보일 수 있다. 진보는 민주화와 개혁의 도덕적 자산을 가지고 있었지만, 권력을 행사할 때에도 헌법, 법치, 절차, 표현의 자유, 권력분립을 동일하게 존중하는 책임윤리로 충분히 이어가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정권교체의 경험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은 1987년 체제 이후 여러 차례 평화적 정권교체를 경험했다. 이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큰 자산이다. 그러나 정권교체가 반복되었음에도 한국 정치는 여전히 과거 공로의 경쟁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보수는 안보와 성장의 공적을, 진보는 민주화와 개혁의 도덕성을 독점하려 한다. 그 결과 정치는 미래를 설계하기보다 과거의 정당성을 둘러싼 투쟁으로 흘러간다.

청년 정치도 이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청년 정치가 새로운 정치를 말하면서도 기존 진영정치의 언어, 팬덤 정치, 분노의 동원 방식을 반복한다면 세대교체는 아무 의미가 없다. 청년 정치인은 강성 지지층의 박수와 공공의 이익을 구분해야 한다. 좋은 정치는 국민의 분노를 이용하지 않고 국민의 고통을 해결한다. 품격 있는 정치는 상대를 악마화하지 않고 사실과 논리와 대안으로 국민을 설득한다.

 

4. 공동체자유주의: 청년 정치의 대안 철학

공동체자유주의는 청년 정치에 매우 현실적인 철학이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국가가 모든 것을 대신해 주겠다는 약속도 아니고, 각자도생하라는 냉정한 방치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안전망, 노력의 결과가 공정하게 인정되는 제도, 가족과 지역사회가 무너지지 않는 삶의 기반이다.

 

공동체자유주의는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를 기계적으로 섞은 절충론이 아니다. 그것은 자유와 공동체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자유 없는 공동체는 억압이 될 수 있다. 국가나 집단이 개인의 선택과 양심, 재산과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면 공동체는 보호의 이름으로 개인을 지배하게 된다. 반대로 공동체 없는 자유는 고립과 무책임으로 흐를 수 있다. 개인이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가족, 이웃, 지역사회, 국가에 대한 책임을 잊으면 자유는 공동체를 해체하게 된다.

 

공동체자유주의는 시장만능주의도 아니고 국가만능주의도 아니다. 시장은 창의와 효율을 만들지만, 시장의 결과가 곧바로 공동체 통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족해체, 지역소멸, 교육격차, 노동시장 격차, 세대 갈등은 시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통제할 수도 없다. 국가가 복지와 개혁의 이름으로 지나치게 커지면 시민은 주체가 아니라 수혜자로 전락하고 기업의 혁신과 지역사회의 창의도 약화된다.

 

따라서 공동체자유주의의 국가는 무능해서도 안 되고, 모든 것을 대신하려 해서도 안 된다. 국가는 해야 할 일을 유능하게 수행하되, 개인·시장·가족·지역사회·시민사회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이것이 유능하지만 절제 있는 국가이다.

 

청년 정치의 관점에서 공동체자유주의는 다섯 가지 정책 원리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자율과 책임의 원리이다. 개인과 기업, 지역사회가 스스로 선택하고 도전할 자유를 보장하되,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세워야 한다. 둘째, 공정한 기회의 원리이다. 출발선의 격차가 세대를 넘어 고착되지 않도록 교육, 직업훈련, 주거, 돌봄, 지역 기회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사회적 신뢰의 원리이다. 법치, 투명성, 부패 방지, 공정경쟁을 통해 국민이 제도를 믿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넷째, 지속 가능성의 원리이다. 복지, 재정, 연금, 의료, 기후, 에너지, 인구정책은 다음 세대가 감당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 다섯째, 헌법적 통일의 원리이다. 통일은 민족 감정만으로 추진될 수 없으며 자유민주주의, 법치, 인권, 국민주권이라는 헌법 가치 위에 서는 평화통일이어야 한다.

 

5. 결론: 청년 정치는 분노가 아니라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보수의 품격은 말투나 이미지의 문제가 아니다. 보수의 품격은 헌법을 대하는 태도, 권력을 쓰는 방식,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책임감에서 드러난다. 이겼을 때 오만하지 않고 졌을 때 제도를 부정하지 않으며, 권한이 있을 때도 헌법과 법치, 절차를 존중하는 정치가 품격 있는 정치다.

 

청년 정치는 기존 정치의 축소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청년 정치가 진영의 언어, 분노의 동원, 팬덤 정치의 방식을 반복한다면 한국 정치는 달라지지 않는다. 청년 정치의 과제는 기존 정치보다 더 빠르게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더 멀리 보고 더 책임 있게 설계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왜 지켜야 하는가, 무엇을 개혁해야 하는가, 시장은 어떻게 공정해질 수 있는가, 복지는 어떻게 지속 가능해야 하는가, 통일은 어떤 헌법적 원칙 위에서 추진되어야 하는가, 정치는 어떻게 국민의 분노를 해법으로 바꿀 수 있는가에 답해야 한다.

 

보수의 품격은 과거를 지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건국, 산업화, 민주화의 성취를 계승하고, 이를 선진화와 자유통일의 국가 비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청년 정치의 과제는 세대교체가 아니라 정치의 수준을 높이는 일이다. 자유로운 개인, 책임 있는 시민, 건강한 공동체, 품격 있는 국가를 함께 세우는 것, 이것이 공동체자유주의가 청년 정치에 제시하는 길이다. 대한민국 보수는 이 길 위에서 분노의 정치가 아니라 미래의 정치를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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