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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소급적용·옵트아웃(opt-out) 방식 집단소송제] 통권409호
 
2026-08-31 09:25:38
첨부 : 260831_brief.pdf  

Hansun Brief 통권409호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 목 차>

1. 민주당 집단소송제 확대의 부작용

2. 개인정보위가 부과한 쿠팡 과징금

3. 실제 유출된 소비자 개인정보 치명적인가

4. 소비자 정보기업의 기술 정보공히 보호되는가?

5. 기술 유출에 수반된 범죄수익 환수해야

6. 정책은 편의가 아닌 원칙의 문제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구제라는 명확한 명분은 있지만 설계를 잘못하면 기업에 막대한 소송세를 부과하는 괴물이 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려는 소급적용·옵트아웃(opt-out) 방식의 집단소송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한국의 집단소송제(class action)는 현재 원칙적으로 증권 분야에만 적용된다. 민주당 박균택 의원 등 32인이 202639일 발의한 집단소송법안은 그 적용 범위를 손해배상청구 소송 전반으로 확대한 것이다. 피해자 가운데 일부가 대표로 소송을 제기하고, 별도로 제외 신고(opt-out)를 하지 않은 경우 피해자 전체에 판결 효력이 미치게 된다. 발의안은 법사위에 회부돼 4월 두 차례 법안소위 심사를 거쳤다.


법안 발의의 직접적인 계기는 쿠팡·SK텔레콤 등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다. 암묵적으로는 쿠팡을 겨냥하고 있다. 집단소송제 필요성 논리는 수많은 개인정보가 유출돼도 개인당 예상 손해배상액이 작으면 피해자가 시간과 변호사 비용을 들여 개별적으로 소송할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기업이 거액의 과징금을 납부하더라도 이는 국가의 몫이기에 실제 피해자는 거의 보상받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민주당 측 주장이다.

 

민주당과 정부는 2025년부터 경제 형벌은 줄이고 민사책임을 강화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배임죄 등 형사처벌 범위를 줄이는 대신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즉 기업인을 형사 법정에 세우는 방식에서 피해자에게 돈으로 배상하게 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집단소송제는 소액·다수 피해의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제도이다. 디지털·플랫폼 경제에서 집단소송제는 유효한 소비자 집단 구제 제도로 기능할 수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집단소송제는 순기능의 측면을 갖고 있다. 집단소송제의 필요성과 별개로 한국에서 논의되는 방식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내재되어 있다.

 

1. 민주당 집단소송제 확대의 부작용

 

집단소송제에는 논리가 아닌 숫자라는 힘으로 분쟁을 해결하려는 압력 기제가 내재되어 있다. 예컨대 피해자가 3천만 명이고 1인당 배상액이 10만 원이면 이론상 청구액은 3조 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승소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도 패소했을 때의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수백억 원이라는 상당한 금액에 조기 합의하는 편을 선택할 수 있다. 엄정하게 시비를 가리는 대신 합의를 통해 손해 규모를 통제 가능한 범위로 줄이는 유인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잘못이 없으니 끝까지 다투자보다는 5천억 원 또는 7천억 원을 주고 화해하는 것이 기업가치 측면에서 더 싸지 않은가라는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대형 집단소송의 화해 압력(settlement pressure)으로 주조화(coining)되었다.

3자가 소송비용을 제공하는 소송금융이 존재하면 원고 측이 자금 부족 때문에 중도 포기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는 시장경제의 거래 원칙에 반하게 된다.

집단소송의 범위가 넓어지면, 실제 피해자보다 변호사·소송 사업자가 중심이 되는 기획 소송이 빈발(頻發)할 수 있다. 특히 성공보수, 3자 소송금융이 결합하면 피해자가 소송을 원하는가라기보다 소송의 수익성이 있는가가 소송 제기의 기준이 될 공산이 크다. 그래서 EU는 집단소송을 허용하면서도 적격 소비자 단체만 대표소송을 제기하도록 하고, 3의 자금 지원자의 이해충돌을 규제하고 있다.

 

기업의 집단소송비용은 결국 주주·근로자·소비자에게 귀착된다. 집단소송비용이 커지면 일부는 가격 인상, 투자 감소, 배당 감소 등의 형태로 이해관계자에게 귀속된다. 그 과정에서 대기업보다 법무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더 큰 부담을 받을 수 있다.

 

옵트아웃 방식은 파급력이 매우 크다. 이번 민주당()제외 신고를 하지 않은 구성원 전체에 확정판결의 효력이 미친다. 소비자 구제에는 매우 강력하지만, 수천만 명이 자동적으로 하나의 소송집단에 포함될 수 있다. 대상 집단의 확정, 통지, 손해액 산정과 배분 문제가 복잡해진다.

 

가장 논란이 큰 것은 소급 적용이다. 민주당 발의안은 법 시행 전에 발생한 사유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도새 집단소송법을 소급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쿠팡·SK텔레콤 사건도 대상이 될 수 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라는 민법상 소멸시효와 연계해 집단소송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과거 행위로 인한 거액의 집단소송 위험을 사후적으로 부담하게 되기 때문에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훼손되는 것이다. 소급 문제는 단순한 찬반을 넘어 헌법적 논쟁의 여지가 있다.

 

집단소송이 전 분야 적용 + 옵트아웃 + 소급적용 + 징벌배상이 한꺼번에 결합한다면 기업의 실제 위법 정도보다 잠재적 소송금액이 지나치게 커져 정상적인 기업활동과 투자까지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

 

2. 개인정보위가 부과한 쿠팡 과징금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2026610일 쿠팡에 대해 6,2468,100만 원의 과징금과 1,680만 원의 과태료 부과를 의결했다. 쿠팡의 6,246억 원 과징금은 개인정보 대량 유출 관련 과징금 4,2357,500만 원 타사 웹·앱 이용기록 무단 수집 과징금 2,011600만 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정보위는 과 관련하여 쿠팡이 인증 서명키 관리와 접근통제를 소홀히 해 약 3,755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판단했다. 개인정보위는 이를 단순한 행정착오가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상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라는 본질적 위법행위로 보아 4,2357,5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개인정보위는 와 관련하여, 쿠팡이 약 1,117만 명 회원의 타사 웹사이트·앱 방문기록 등을 적법한 동의 없이 수집·저장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별도로 2,0116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과징금은 전체 매출액의 3% 이내에서 부과할 수 있고, 위반행위와 관련 없는 매출은 제외하여 산정하도록 돼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은 쿠팡의 거대한 매출액을 기초로 산정되었다.

 

쿠팡Inc2025년 전체 영업이익은 47,300만 달러였다. 반면 회사가 20262분기 회계에 반영한 개인정보위 관련 과징금 추정액은 41,000만 달러이다. 즉 과징금이 쿠팡의 2025년 연간 영업이익에 육박하는 규모이다.

 

천문학적 과징금 부과는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는 합당한 근거를 갖고 있는가? 아니면 과잉대응인가? 후자에 가깝다. 2026827일 현재까지 공개된 정부 발표와 주요 보도를 확인하면, 쿠팡에서 유출된 개인정보가 보이스피싱·금전탈취·계정탈취 등에 실제 이용됐다2차 피해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개인정보위 스스로 이를 인정했다.

 

개인정보위 사무처장은 현재까지 유출 정보가 실제 2차 피해에 활용됐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미래의 2차 피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실제 2차 피해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장래의 2차 피해 위험이 없다고 확인된 것도 아니다는 것이다.

 

3. 실제 유출된 소비자 개인정보 치명적인가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밝혀진 유출된 정보는 성명과 이메일이 포함된 이용자 정보 약 3367만 건, 성명·전화번호·배송지 주소 등이 포함된 배송지 목록 페이지 약 14,806만 회 조회,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포함된 페이지 조회 5474, 최근 주문 상품 목록 페이지 102,682회 조회로 확인됐다. 조사단은 실제 돈을 잃은 사람이 아직 없다. 2차 피해가 없다는 사실을 근거로 유출 자체가 경미했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실제 금전손해가 발생해야만 행정제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행정소송에서 중요한 질문은 쿠팡에게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라는 이분법보다는, 중국 국적의 전직 직원의 고의적인 범죄가 직접 원인이 된 사건에서, 실제 2차 피해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기업의 보안관리 과실을 근거로 4,23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과연 위반 정도와 책임에 비례하는가라는 것이다.

 

앞으로 집단소송까지 도입된다고 가정하면, 4.235억 원의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 집단소송에 의한 피해자 민사배상 + 징벌적 손해배상이 중첩된다면, 피해자 구제와 별개로 국가 제재와 사법상 배상을 합친 총제재가 비례원칙을 충족하는가이다.

 

4. 소비자 정보기업의 기술 정보 공히 보호되는가?

기술유출의 경제적 피해는 개인정보 유출 못지않게 경우에 따라 훨씬 크다. 산업부가 국정원 자료를 인용한 추산에 따르면 2019~2023년 산업기술 해외유출에 따른 피해액은 약 248천억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확인된 해외유출은 96건이고 그중 국가핵심기술이 33건이었고, 반도체가 약 4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기업의 기술유출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수준에 머물렀다. 2019~2022년 기술유출 사건에서 실형은 약 10.6%에 불과했고, 영업비밀 해외유출 사건의 평균 선고형도 2022년 약 14.9개월 수준이었다. 대표적 사례로, 중국 경쟁사에 철강 제조기술을 넘긴 사건에서 피해기업이 기술개발에 100억 원 이상을 투입했음에도 고작 징역 1·집행유예 2이 선고됐다.

 

삼성전자가 수조 원의 R&D와 수년의 시행착오를 거쳐 만든 반도체 공정기술이 중국 경쟁기업으로 넘어가면 그 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기업의 기술우위 감소 중국 경쟁사의 개발기간 단축 가격경쟁 심화 삼성·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과 이익 감소 국내 투자·고용·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국가정책의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개인정보 침해에는 기업 매출액을 기준으로 수천억 원의 경제적 제재를 가하면서, 수조 원을 들여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을 해외 경쟁국으로 이전하여 국가의 장기적 산업경쟁력을 훼손한 범죄에 대해 그 경제적 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하는 장치가 작동이나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인에 의해 탈취된 쿠팡 고객의 이메일과 주소는 천금같이 중요하지만,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계도 무단 반출은 아무것도 아닌가 말이다.

 

그동안 기술유출은 피해액 산정이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실제 손해가 엄청나도 법정에서는 이를 구체적인 숫자로 증명하기 어렵다는 변명이 통했다.

 

5. 기술유출에 수반된 범죄수익 환수해야

기술유출은 본질적으로 경제적 동기에 의한 범죄인 경우가 많으므로 경제적 유인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기술을 팔아 받은 급여·보너스·스톡옵션·자문료 전액 추징 + 기술유출을 통해 취득한 경제적 이익의 가중 환수 + 기술을 조직적으로 취득한 법인에 대한 강력한 법인벌금 + 해당 외국 기업과 관련자의 국내 자산 동결·공공조달·정부지원 제한 + 국제 사법공조 강화 등이다.

이는 개인정보를 소홀히 관리한 기업에 대한 책임을 낮추자는 얘기가 아니다. 개인정보도 보호해야 하지만, 국가핵심기술 역시 국가경제·경제안보 차원에서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개인정보 보호와 국가핵심기술 보호 사이에서 국가가 제재의 우선순위와 비례성을 일관되게 설정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개인정보 침해에는 국내 기업의 매출을 기준으로 수천억 원의 제재를 즉각 부과할 수 있는 반면,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빼돌려 경제적 이익을 얻은 개인과 외국 수혜기업의 이익을 실질적으로 환수하는 제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제재의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6. 정책은 편의가 아닌 원칙의 문제

자유주의 철학자 하이에크(F. Hayek)는 정책은 원칙(principle)의 문제이기에 편의(expedience)를 쫓아서는 안 된다고 설파했다. 집단소송제 소액·다수 피해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소비자 구제 제도이기에 기업을 혼내주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집단소송제는 쿠팡 손보기라는 특수목적을 쫓는 정책으로 읽힌다. 이 같은 합리적 의심은 과거 민주노총의 행태에 연원한다. 민주노총은 중국 자본의 국내 진입을 희망했고 쿠팡에는 홈플러스 인수를 압박했다. 알리와 테무그리고 중국의 그림자를 지워야 한다.

 

민주당은 투팡의 개인정보 유출을 빌미 삼아 전방위적인 압박을 이어갔다.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면 담당 책임자를 국회에 부르면 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무조건 대주주 출석을 요구했다. 그 자체가 민주당의 정치적 후진성을 웅변하는 것이다. 제도의 취지는 늘 선()하다. 따라서 제도는 운영이 중요하다. PL(제조물 책임법)도 제조업자의 불가항력적인 합리적 면책조항을 다수 인정해 운신의 폭을 열어줬다. 집단소송제도 기업의 이유 있는 항변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기업하기 좋은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의 본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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