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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통권399호
1. 빚투와 영끌로 쌓아 올린 ‘코스피 8000’
2. 이재명 정권의 설계주의가 촉발한 ‘비이성적 과열’
3. 국민연금공단을 주가부양 수단으로 치부한 치명적 오류
4. 2026년 이전의 ‘실제 운용 현황’
5. 외국 자본의 한국 탈출의 숨은 조력자로서의 국민연금
1. 빚투와 영끌로 쌓아 올린 ‘코스피 8000’
2026년 5월 15일 코스피가 장중 처음 8000선을 터치했다. 하지만 코스피가 8000을 돌파한 날, 주가지수는 6.12% 급락했고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그 뒤 5월 18~20일 미수거래 반대매매가 ‘3,051억 원’ 이뤄졌다. 그중 5월 20일 하루에만 ‘1,458억 원’의 반대매매가 이뤄졌다. 이는 2023년 10월 24일 이후 31개월 만의 최대 수치다.
미수거래 반대매매는 증거금 부족에 따른 ‘하한가 강제청산’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반대매매는 하루 100억에서 300억 정도 일어난다. 5월 20일을 기준으로 하면 평상시 상단의 ‘5배의 반대매매’가 일어난 것이다. 반대매매를 한 번이라도 당하면 개미들은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연합뉴스는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인용해 5월 20일 신용거래 융자 잔고가 36조 5,675억 원이라고 보도했다. ‘증권사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이는 직전 역대 최고치였던 36조 683억 원을 넘어선 수치이다. 1년 전에는 20조 원 안팎이었다.
2026년 증시 개장일인 1월 2일, 코스피 종가는 ‘4,309.63’로 전 거래일 대비 2.27% 상승해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개장일(1.2)을 기준으로, 불과 5개월 만에 코스피가 거의 2배 오른 것이다. 이는 ‘비이성적 과열’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시장의 복수를 자초한 것이다.
2. 이재명 정권의 설계주의가 촉발한 ‘비이성적 과열’
이재명 정권은 “코스피 5000”을 직접 정책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 가운데 한국처럼 특정 주가지수 자체를 명시적 정책목표로 내건 사례는 없다. 따라서 한국의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선진국 정부나 중앙은행의 공식 거시정책 목표는 “통상적으로 물가 안정, 고용, 성장률, 재정건전성, 금융안정” 등이다. 예컨대 미국 연준의 법정 목표도 “최대고용, 물가안정, 적정 장기금리”이지, 다우지수나 S&P500 특정 수준이 아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도 좋은 비교 사례이다. 아베 정부는 “금융완화, 재정정책, 성장전략을 통해 디플레이션 탈출을 추진했고”, 일본은행은 2% 물가목표를 제시했다. 일본 증시가 크게 오른 것은 ‘사후적 결과’일 뿐이다. 공식 정책목표는 구체적 닛케이 지수가 아닌 “디플레이션 탈출과 물가목표”이다. 일본 정부는 아베노믹스 설명 자료로 세 개의 화살, 즉 “과감한 금융정책, 기동적 재정정책,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성장전략”을 제시했다.
정치인은 선거 과정에서 “증시를 끌어 올리겠다,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1기 재임 중 주가 상승을 자신의 성과로 자주 언급했고, 일본 정치권도 닛케이 상승을 아베노믹스 성과로 홍보했다. 하지만 이는 ‘사후적 성과 홍보 또는 시장친화적 정책’의 기대효과를 설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우 5만”, “닛케이 5만” 같이 특정 지수가 공식 국정목표일 수는 없다.
이재명의 “코스피 5000”은 그 자체로서 부작용을 내포한 거친 정책 목표가 아닐 수 없다. 주가지수는 정부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내생 변수’이다. 주가는 “기업이익, 금리, 환율, 글로벌 경기, 반도체 사이클, 외국인 자금, 지정학 리스크”에 의해 움직인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상법·세제·회계·공시·배당·자사주·불공정거래 규제 등 제도적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지, 특정 지수 자체를 목표로 삼아서는 안된다.
자유주의 철학자 하이에크(F. Hayek)는 ‘일조량과 강우량’이 맞으면 풍년이 든다고 비유했다. 농사는 자연이 스스로 짓는 것이 인간이 통제할 수 없다.
최근 한국의 증시는 ‘8000’을 찍은 후, 극심한 변동성에 노출되어 있다. 정책목표는 “코스피 5000”이 아니라, “주주권 보호와 자본시장 신뢰 회복”, “주가 부양”이 아니라, “기업이익과 주주환원이 정당하게 반영되는 시장구조 조성”이었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 주가가 올라가도록 하는 것이 정책 순리이다. 특정 주가지수를 정책목표로 삼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주가 수준을 먼저 목표로 내세우면 정치적으로는 선명할 수 있지만, 경제정책으로는 결과지표에 구속되는 ‘설계주의’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최근의 자본시장에서 목도되는 개인 투자자의 “영끌, 빚투”가 일상화된 것은 정부가 투자자에게 결과를 책임져줄 것 같이 행동했기 때문이다.
3. 국민연금공단을 주가부양 수단으로 치부한 치명적 오류
국민연금은 매년 중기 자산배분안과 연도별 기금운용계획을 통해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정한다. 중기 자산배분은 5년 단위 전략으로서 “기대수익, 위험, 자산군 간 상관관계, 정책조건” 등을 고려해 목표 수익률과 위험 한도 안에서 자산군별 비중을 정하는 절차이다.
2025년에 의결된 2026년도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14.4%였고, 올해 1월 시장 변동성을 이유로 목표비중을 14.9%로 한 차례 올렸다. 그런데 2026년 2월 말 현재 국민연금의 실제 국내주식 비중은 24.5%까지 올라 목표 비중을 크게 초과했다. 복지부는 코스피 시장의 초호황으로 자산구성에서 주식보유 비중이 크게 올랐는 바, “주식보유 비중을 당초 목표치인 14.9%로 낮추게 되면” 즉 ‘리밸런싱’을 하게 되면 매물 폭탄이 터져 코스피 시장이 폭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는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주식의 비중이 목표보다 높아지면 국내 주식을 팔아 비중을 낮추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2026년 5월 28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정하는 2027~2031년 중기 자산배분안”을 심의·의결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2026년 말 기준 목표 비중을 ‘국내 주식 20.8%, 해외 주식 34.7%, 국내 채권 23.1%, 해외채권 7.4%, 대체투자 14.0%’로 의결했다. 기금위원회는 국내 주식의 목표 비중을 올린 논거를 “상법 개정 등에 따른 국내 주식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리밸런싱이 불러올 시장 충격 회피”로 들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20.8%’는 비상식적으로 큰 숫자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연금소득을 책임지는 장기 기금이기에 ‘국내 경기·기업 실적·정책 리스크’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exposure)은 분산투자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4. 2026년 이전의 ‘실제 운용 현황’
2024년 말 국민연금의 실제 운용비중은 국내채권 344.3조 원(28.4%)이 가장 컸고, 국내 주식은 139.7조 원(11.5%)에 그쳤다. 해외주식은 431.0조 원(35.5%), 해외채권은 88.3조 원(7.3%), 대체투자는 206.9조 원(17.1%) 였다.
2026년 5월 조정 전까지 국민연금의 자산 운용 방향은 “국내 채권 축소 → 해외 주식 확대 → 대체투자 확대 → 국내 주식은 14~15%대”에서 관리하는 것이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도 포트폴리오 다변화 방향을 “국내 채권 비중을 축소하고, 해외투자 및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것으로 설명해 왔다.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은 2026년 이전인 2024년 말까지만 해도 국내 주식 비중은 11.5%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5~2026년 국내 증시 급등으로 국내 주식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국내주식 20.8%는 정상적인 목표라기보다, 실제 비중이 20%를 넘어선 상황을 사후적으로 인정한 ‘현실화 비중’인 것이다.
2026년 2월 말 국내 주식 비중이 24.5%까지 올라간 상태에서 기존 14.9% 목표를 고수하면 대규모 매도와 시장 충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목표치를 사후 조정한 것이다. 즉 경제논리상 20.8%가 최적 자산배분이어서가 아니라 시장충격 방지를 위한 정책 조정인 것이다.
5. 외국자본의 한국 탈출의 숨은 조력자로서의 국민연금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 20.8%에 집착하는 데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2026년 국민연금 기금적립금은 ‘1,610.4조 원’이다. 여기에 2026년 2월 현재 국내 주식 비중 24.5%를 감안하면 (1,610.4조 원 × 0.245 = 394.5조 원) 국민연금이 395조 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만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의 고공행진이 가능하게 된다.
물론 국민연금이 한국기업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최선의 자산관리 차원에서의 결정이어야지, 자본시장 부양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는 아니다. 국민연금이 자본시장의 ‘큰 손’으로 기능하다보니. 외국자본이 차익 실현 후 한국을 탈출하는 데 국민연금이 조력자가 되고 있다. 외국인은 연속 20일간 한국물을 팔고 한국을 떠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던진 ‘한국물’을 국민연금이 받아줄 것으로 기대한다.
6월 8일 현재 코스피 지수는 7천대 중반으로 무너져 있다. 인위적으로 부양된 코스피 시장에 늦게 올라탄 ‘영끌, 빚투’ 개미들은 원금 손실을 보고 있다. 그들은 사실상 정부가 파 놓은 함정에 빠져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이다.
※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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