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15_brief.pdf
Hansun Brief 통권397호
1. 주독(駐獨) 미군 감축의 영향
2. 독일의 재무장(再武裝) 동향
3. 우리의 안보 대응 자세
지난 4월 27일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독일 총리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에 대해 “미국 전체가 굴욕을 당하고 있다.”. “미국 종전 협상에는 전략이 없다”라는 발언을 하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복을 초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 주둔 미군 5천 명을 감축하고, 유럽산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인상하겠다(15%→25%)고 응수했다. 이 중 관세 부과는 7월까지 보류했다. 이에 대해 메르츠 총리는 “미국은 최우선 동맹,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파트너다.” “대서양 관계 개선을 위한 모든 노력을 포기하지 않겠다”라고 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봉쇄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 독일 등 주요국에 군함 파견을 요청했으나, 대부분 국가가 이를 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요청을 거부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대해서도 주둔 미군의 감축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안보·무역 관련 보복성 행보가 미국 동맹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주독 미군 감축이 가져올 영향, 그동안 독일의 재무장(再武裝) 동향, 그리고 우리의 안보 대응 자세 등에 대해 살펴본다.
1. 주독(駐獨) 미군 감축의 영향
현재 유럽에는 미군 약 8만여 명이 주둔하고 있으며, 그중 주독 미군은 전체의 46%인 3만 7천여 명이다. 이번에 트럼프가 줄이겠다는 5천 명은 주독 미군의 13.5% 수준이다. 독일 서부 지역 라인란트 팔츠州에는 미군의 유럽 사령부 본부, 아프리카 사령부 본부와 3개 공군기지가 있다. 특히 뷔헬(Buechel) 공군기지에는 B61 핵폭탄 등 미군 전술핵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지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핵 공유 체계의 거점 기능을 하고 있다.
미국은 냉전 이후 지금까지 유럽 주둔 미군을 통해 옛 소련과 러시아를 효과적으로 제어해 왔다. 이는 서방 국가의 동맹의 굳건함의 상징이었다. 이러한 미군의 역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훨씬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거꾸로 주독 미군을 감축하면 독일 경제와 안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먼저 경제적 영향을 보자. 미군 기지와 그 주변 일대는 미군 덕분에 마트 음식점 미장원 렌터카 등 경제권이 형성돼 있다. 마치 한국의 동두천과 같다. 따라서 미군이 떠나면 상권이 붕괴하고 실직자도 발생하면서 지자체 세수가 감소하게 된다. 결국, 남은 주민들이 세금 인상을 통해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다음, 안보 차원에서 미국과 나토의 불협화음, 나아가 대서양 동맹의 균열을 시사한다. 이는 러시아 견제 기능 약화를 불러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사실상 이러한 균열은 이미 예고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에 대해 군비를 확충하여 스스로 유럽을 지키라고 요구해 왔고, 실제로 유럽 내 미군 감축 계획도 오래전부터 마련되어 있었다. 유럽도 이를 받아들여 자신의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그렇더라도 주독 미국 감축이 현실화하면 안보와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메르츠 총리의 발언은 신중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 독일의 재무장(再武裝) 동향
독일은 그동안 2차 세계대전 패전국 프레임에 묶여 국방력을 소홀히 해왔다. 군 병역도 통일전 50만 명에서 계속 감축하여 지금은 18만 명에 불과하다. 핵무기도 없다.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하는 등 군축 노력을 많이 해왔다. 그래서 독일 군사력은 존재감이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국방비 규모는 GDP의 1.5%, 군사력은 세계 16위에 불과했다. 이 결과 세계 평화지수에서 늘 1∼2위를 유지해 왔다. 세계대전을 두 번씩이나 일으킨 나라가 최고의 평화 국가가 된 점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슈타인마이어(Steinmeier) 대통령은 대(對)러시아 전략의 실패를 자인했다. 사민당 소속의 올라프 숄츠(Olaf Scholz) 총리는 2022년 4월 「시대 전환(Zeitwende)」을 선언하고 재무장에 착수했다. 러시아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과거의 원죄를 털고 재무장의 길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푸틴이 잠자는 독일을 깨웠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기민당의 메르츠 총리는 2025년 초 집권하자마자 재무장 구상을 구체화했다. 향후 10년간 1조 유로(약 1,700조 원)를 투입하여 군사력을 강화하고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먼저, 군비 확장을 위해 헌법을 개정해 기채(起債) 한도(GDP의 1% 이내)를 없앴다. 신병을 강제 징집할 수 있도록 하고, 모병제를 다시 징병제로 환원할 수 있는 길을 트고 있다. 또 사이버전(戰)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연방정보원(BND)과 연방헌법수호청(BfV) 등 정보기관의 사이버 정보 기능을 확대하기로 했다. 2026년 4월에는 전후 최초로 러시아를 주적(主敵)으로 하는「군사전략」을 수립했다.
독일의 재무장은 일정 부분 러시아를 견제하는 균형자 역할을 할 것이다. 러시아는 독일의 힘을 무시하지 못한다. 푸틴은 메르켈 총리 재임 중에는 가만히 있다가, 퇴임 두 달 만인 정권 교체기를 틈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점이 이를 방증한다. 독일 역시 러시아 침략을 단독으로 막아낼 수 없다. 미군과 나토와의 동맹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3. 우리의 안보 대응 자세
한국도 미국/이란 전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지원하는 미국 주도 ‘프로젝트 프리덤’에 한국도 참여하라고 강도 높게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의 성정으로 봐서 그냥 넘길 수만은 없을 듯싶다. 비단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한국은 북핵 위협에 상시 노출되어 있고, 북한과 동맹 관계인 러시아·중국 등 핵무장 군사 대국에 둘러싸인 채 지경학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치인이나 국민 모두 안보 불감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안보관이 걱정스럽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더러운 평화론〉을 주장했다.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긴 전쟁보다 낫다”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외국 군대가 없으면 왜 자체 방위가 어렵다고 불안감을 가지는가?”, “한미 동맹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금물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회복을 조속 추진하겠다.”라는 등의 발언으로 마치 한미 동맹이 더 이상 필요 없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의 국가신용 평가에서 한국은 AA 수준으로 매우 높다. 일본이나 프랑스보다도 높고, 영국 벨기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재정 건전성과 주한 미군 주둔에 크게 기인한다. 경제와 안보 면에서 안정성을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군이 철수할 경우 북한의 전쟁 유혹을 부추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우리의 대안이 아니다. 또한 국가 경제 전반에 걸쳐 큰 타격을 입을 요인이 크다. 먼저, 미군 기지 주변 지역 경제의 몰락을 가져와 국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동시에 대외 신뢰도가 급속히 떨어져, 국내 금융시장 위축, 외국자본의 국내 투자나 교역 축소 등의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한미 동맹 없이 홀로 안보를 지키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대통령은 일개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국익과 직결된다. 특히 안보는 한번 잘못된 길에 들어서면 되돌릴 수가 없다. 그래서 대통령의 입은 무거워야 하고 행동은 신중해야 한다.
※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자료가 도움이 되셨다면 068801-04-137381(국민은행)로 후원해 주세요☆
한반도선진화재단은 비상하는 대한민국을 위해 오늘을 진단하고 내일을 조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