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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반헌법·반법치의 위기와 보수의 사즉생] 통권396호
 
2026-05-11 16: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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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통권396호 


손용우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

       
                
 < 목 차>

 

1. 법치와 권력

2. 헌법 위에 서려는 권력

3. 헌법 수호와 보수의 사즉생




1. 법치와 권력

 

신정권은 구정권의 반헌법·반법치적 과오를 단죄한다는 명분으로 출범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신정권은 헌법과 법치를 권력의 도구로 삼는 위험한 행태를 드러내고 있다. 과거 권력의 잘못을 바로잡는다는 명분이 현재 권력의 반헌법·반법치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법치는 과거 권력을 심판하는 기준이자 현재 권력을 제한하는 원칙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국혼과 정체성은 자유민주주의와 공화주의에 있다. 자유는 개인의 존엄과 창의를 보장하고, 민주주의는 국민주권의 원리를 실현하며, 공화주의는 국가 공동체의 공적 책임과 공동선을 세운다. 이 세 기둥을 하나의 헌정질서로 묶어주는 핵심 원리가 바로 법치주의이다.

 

법치주의의 본질은 권력을 법 아래에 두는 데 있다.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고, 누구도 법 밖으로 밀려나서도 안 된다.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선언한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사법부도, 일반 국민도 이 원칙의 예외가 될 수 없다. 이것이 법 앞의 평등이며, 자유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기본질서이다. 그래서 자유민주 사회에서 헌법이 선언한 평등의 가치는 자유만큼 중요하다.

 

자유가 법치를 잃으면 방종이 되고, 평등이 법치를 잃으면 공정성이 파괴되며, 민주주의가 법치를 잃으면 다수의 횡포가 되고, 공화주의가 법치를 잃으면 권력자의 통치 명분으로 전락한다. 그러므로 법치는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함께 작동하게 하는 헌법의 최고 중심축이다. 법이 흔들리면 국가는 권위주의로 기울고 권력이 법을 지배하면 그것은 곧 독재의 문턱을 넘는 것이다. 이것은 대한민국 헌정사가 이미 뼈아프게 겪어온 교훈이 아니던가.

 

2. 헌법 위에 서려는 권력

 

오늘 대한민국이 마주한 위기는 바로 법치와 헌법의 새로운 위기이다. 이재명 정권의 국정운영은 단순한 갈등이나 여야 대립을 넘어 헌법 위에 권력을 세우려는 반헌법·반법치의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소취소 특검 논란, 대법관 증원, 사법제도 재편, 정략적 개헌 시도는 모두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그것은 권력을 헌법에 복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헌법과 법치를 권력의 확장 논리에 종속시키려는 위험천만한 시도이다.

 

이재명 정권 출범 이후 대한민국 헌정질서는 또다시 중대한 시험대에 서 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다수 의석과 대통령 권력이 결합하더라도, 그 권력은 헌법의 한계 안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권력분립, 사법독립, 법 앞의 평등, 죄형법정주의, 적법절차는 헌정 체제의 기둥이다. 그런데 최근 여권이 추진하는 일련의 사법과 헌정 개편은 개혁의 범주를 넘어 정권의 사법리스크를 제도적으로 해소하고 정치적 반대 세력을 도덕적으로 무력화하려는 반헌법적 국정운영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민주당이 발의한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이다. 핵심은 특검에게 기존 기소 사건의 공소유지 여부 판단 권한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여권은 이를 조작기소 특검법이라고 주장한다. 야권은 이 법안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의 공소취소 가능성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소취소 특검법 또는 셀프사면 특검법으로 비판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이 법안이 진행 중인 재판의 독립성에 부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조계와 법학계에서도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유지 여부를 특검이 판단하는 구조는 법 앞의 평등과 사법절차의 독립성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치주의의 핵심은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데 있다. 대통령에게 헌법상 불소추특권이 인정되지만, 그것은 재직 중 직무수행의 안정을 위한 절차적 특례일 뿐이다. 형사책임의 면제가 아니다. 권력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형사절차를 제도적으로 중단시키거나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 그런 길이 열리는 순간 법치주의는 스스로 무너진다. 대통령도 헌법과 법률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 이 원칙이 무너질 때 헌법 위에 선 통치자가 등장한다. 그 순간 법치국가는 무너지고 권력자의 뜻이 법을 대신하는 독재의 길이 열린다.

 

대법관 증원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 주도로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재판 지연 해소, 사건 부담 완화, 사법 전문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대법관 증원 논의는 검토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정권의 사법리스크가 첨예한 상황에서 사법부의 최고심 구성 자체를 대폭 변경한다면, 이는 순수한 사법개혁이 아니라 권력에 유리한 사법 재편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결국 대법관 증원의 핵심 쟁점은 숫자가 아니라 사법부의 독립성과 재판의 공정성이다.

 

개헌 시도 역시 순수한 헌정개혁으로 평가받기 어렵다. 헌법 개정은 국가의 기본질서를 새롭게 설계하는 중대한 작업이다. 따라서 충분한 국민적 숙의와 여야 합의, 미래지향적 국가 비전을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런데 공소취소 특검 논란, 대법관 증원, 사법제도 재편 등 반헌법·반법치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개헌을 앞세워 야당을 내란 세력으로 몰아가는 것은 헌정개혁의 본령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는 자신들의 법치 훼손 논란을 희석시키고 헌법수호의 명분을 독점하려는 정치적 계략이며 헌법개정이 아니라 헌법농단이다.

 

병법에서 논하는 병자궤도(兵者詭道)는 전쟁에서 기만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치에서도 이러한 기만술이 작동할 때가 있다. 이번 개헌 시도는 겉으로는 헌법수호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야당을 반헌법 세력으로 낙인찍고 정권의 반법치 논란을 덮는 정치적 엄폐막으로 활용되고 있다. 헌법은 정파의 무기가 아니라 여야 모두를 구속하는 공동의 규범이며 권력을 제한하고 국민의 자유를 보호하는 국가공동체의 최고 약속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략적 개헌이 아니라 권력의 자의성을 막고 법치주의를 회복하는 헌정 정상화이다.

 

3. 헌법수호와 보수의 사즉생

 

그렇다면 이러한 헌정 위기를 과연 누가 막아낼 것인가. 국민의힘이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가. 국민의힘은 이미 헌정질서 앞에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다.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은 대한민국 보수정치가 역사 앞에 남긴 치명적 상처이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켜야 할 보수정당이 오히려 헌법 질서를 흔드는 사태를 막지 못했고 국민에게 집권당으로서 국정의 안정성과 책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것은 정치적 실책을 넘어서 보수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훼손한 역사적 대과였다.

 

보수는 국가의 계속성, 법치의 안정성, 공동체의 질서, 개인의 자유를 함께 지키는 세력이다. 그래서 보수(保守)는 책임 있는 보존이라는 막중한 사명을 지닌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그 길에서 벗어났다. 권력의 실패 앞에서 분명한 책임윤리를 세우지 못했고 역사적 반성과 성찰도 턱없이 부족했다. 계엄과 탄핵의 상처를 받은 국민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쇄신의 모습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그 결과 보수는 국민에게 헌법수호 세력이라는 신뢰를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대한민국의 헌정 위기를 제도정치 안에서 막아낼 수 있는 현실적 세력은 국민의힘밖에 없다. 이것이 아쉬움이자 현실이다. 국민의힘이 다수 권력을 견제할 제1야당이라는 헌법적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입법권력과 행정권력이 한 방향으로 결합하고 사법부 구성까지 정권의 영향 아래 재편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방파제는 야당이다.

 

문제는 리더십이다. 국민의힘은 과거의 책임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현재의 위기에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정권의 반헌법적 국정운영에 맞서 제1야당다운 전략과 대국민 메시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 앞에 처절히 반성하고, 헌법과 법치의 기준을 다시 세우며, 정권의 반헌법성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설득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리더십이다. 보수의 재건은 현재의 위기에 맞설 대의명분을 다시 세우는 데서 시작된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에 대처하면서 동시에 헌법수호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사즉생(死卽生)의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두 번 다시 계엄과 탄핵의 상처에 대해 헌법적 책임을 회피하거나 변명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이재명 정권의 반헌법성을 비판할 도덕적 자격이 생긴다. 변명과 방어의 언어를 다시 쓰는 순간 보수 재건의 마지막 기회마저 사라진다.

 

둘째,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의 반헌법적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하되, 그 비판의 근거를 헌법과 법치에서 찾아야 한다. 정쟁이나 진영 대결로 끌고 가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현재의 반헌법·반법치 시도는 모두 권력이 법 위에 서려는 문제로 규정해야 한다.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고, 어떤 권력도 사법부를 흔들 수 없으며, 헌법은 정파의 도구가 될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셋째, 남은 선거를 헌법수호의 교두보로 삼아야 한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지방 권력의 경쟁이 아니다. 권력 독주를 견제할 최소한의 민주적 균형을 세우는 선거이다. 국민의힘은 민생, 법치, 지방권력 견제,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수호를 하나의 메시지로 묶어야 한다. 정권 심판만으로는 부족하다. 헌법을 지키고 민생을 살리는 책임 야당이라는 구체적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보수는 다시 헌법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공화주의, 공동체적 책임의 언어로 국민 앞에 서야 한다. 국민의힘이 이 길을 걷지 못하면 보수는 다시 무너질 것이다. 그러나 이 길을 걷는다면 남은 선거는 단순한 방어전이 아니라 보수 재건과 헌법수호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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