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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재정을 통한 성장의 한계] 통권359호
 
2025-06-17 14: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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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통권359호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



                   
                  < 목 차>

 

1. 무능한 정치

2. 재정과 경제성장과의 관계

3. 정부 부채와 경제

4. 올바른 정책 방향




 

1. 무능한 정치

 

돈 뿌리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선동하는 정치는 무능한 정치의 상징이다. 표는 얻고 싶고, 정책을 만들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의존하는 것이 곳간 정치다.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많은 돈을 뿌렸어도 경제는 살아나지 못했다. 재정지출을 늘릴수록 경제가 성장한다면 정부가 지출을 주도하는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것이 수령님의 은혜인 북한이 발전하지 못하고 사람들이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빈부 격차로 처참한 삶을 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연이은 탄핵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정치 투쟁으로 경제가 파탄 나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25만 원을 나눠준다는 해괴한 정책이 인구에 회자했다. 코로나19 사태 시기에 돈을 푼 나라 중에서 지금 경제가 좋은 나라가 있는가. 돈을 풀어 물가가 상승하고 고통받지 않는 나라가 있는가. 마구잡이 돈 풀기가 경제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됐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에 구조조정을 회피해서는 경제가 살아나기 어렵다. 재정지출 분야에 따라서도 재정지출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지적했듯이, 정부는 민간이 할 수 없는 대규모 사업을 수행하여 경제를 견인할 수 있다. 과거 고도성장기에 추진했던 고속도로 건설과 같은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경제성장의 동력이 됐다. 반면 세금을 걷어서 아무런 정책 목표도 없이 누구에게나 나누어 주는 정책이 성장을 견인하는지는 의문이다. 공급 역량이 제한된 경우, 풀린 돈은 투기성 자금으로 이동하여 올라가는 집값에 기름을 붓는다. 이후 주택 가격의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가 파탄 난다. 1990년대 스웨덴의 경제위기가 대표적 사례다. 더욱이 국가채무의 급증으로 재정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돈 풀기 정책은 경제의 강건성을 무너뜨리고 외부 충격에 경제가 쉽게 무너지게 한다. 어떤 정권이 이러한 문제들이 있는 정책을 단순히 인기를 위해 추진한다면 사악한 정권이고 만약 모르고 추진한다면 무능한 정권이다.

 

2. 재정과 경제성장과의 관계

 

정부의 재정지출은 경제성장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바로(Robert J. Barro)1988년 내생적 경제성장 모형에 정부부문을 결합하여 재정지출의 성장 효과를 이론적으로 보였다. 재정지출 비중이 증가하면 소득이 증가한다고 가정했다. 이렇게 정부지출 성장에 기여할 수 있어도 정부지출의 자금은 세금에 의해 조달되기 때문에 무작정 정부지출을 늘린다고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정부지출 비중이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최적점이 있으며 이 점을 넘어가면 재정지출 비중 증가로 경제성장은 둔화한다. 기본적으로 민간투자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보완하고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재정을 지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에도 지나치면 안 된다는 것이 이론적으로 규명됐다. 우리나라의 정부지출과 경제성장률의 관계는 서로 상충적으로 변한 지 오래다.

 

재정지출이 승수효과에 의해 경제성장을 견인한다는 신화가 교육을 통해 사람들에게 통용되고 있다. 바로의 1991년 논문에서는 이러한 케인즈적 신화가 실증되지 않음을 보였다. 바로는 1960-1985년 기간 동안 98개국의 자료로 가지고 정부지출 비중의 증가가 경제성장을 견인하는지 검토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민간투자가 많을수록 경제성장률이 높았다. 그러나 정부의 소비지출은 역성장을 유도하며, 정부의 투자가 경제를 성장시키는지도 유의적이지 않았다. 비단 바로뿐 아니라 랜다우(Daniel Landau) 등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돈은 쓰는 방법과 분야가 성과를 결정한다. 연구개발에 대한 재정투자마저 잘못 쓰면 효과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경험이다. 연구개발 투자와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경제성장에 중요한 투자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도 잘못 쓰이면 낭비가 될 뿐이다. 25만 원 지역 상품권을 뿌리는 정책과 같이 정부 소비를 늘리면 성장이 아니라 역성장이 된다는 점이 역사의 교훈이다.

 

재정지출은 세금을 통해서 민간이 쓸 돈을 정부가 쓰는 것이다. 정부지출 비중이 증가한다는 것은 민간이 번 돈을 정부가 대신 더 많이 쓴다는 의미다. 번 사람과 쓰는 사람이 다를 때, 더 잘 쓴다는 법칙은 없다. 오히려 돈이 낭비될 확률이 높다. 우리가 더 유능하고 효율적인 정부를 원하는 것은 민간보다 더 돈을 잘 쓰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정부는 효율적인 정부가 되지 못하고 민간이 번 돈을 낭비하기 마련이다.


혹자는 세금이 아니라 정부 부채를 늘려서 재원을 마련하면 성과가 날 것이라는 낭설을 이야기한다. 19세기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리카도의 이름을 따서 만든 리카도의 동등성 정리가 있다. 이 정리는 정부가 재원을 세금으로 조달하든 부채로 조달하든 결과에는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부채로 조달하더라도 어차피 갚아야 한다면 세금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과도한 정부 부채는 나라 재정을 망치고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도록 만든다.

 

3. 정부 부채와 경제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가장 많은 오점을 남겼다고 할 정도로 무능한 정부였다. 문재인 정부는 사술에 매료돼 최저임금을 올리면 경제가 성장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빚내서 쓰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이 재정건전성을 걱정하는 학자들을 윽박질렀다. 문재인 정부의 통계를 믿는 사람들도 없지만, 그 통계마저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감추지 못했다.

 

국가채무는 2017년 말 660.2조 원에서 2022년 말 1067.4조 원으로 급증했고, 2025년 말에는 1277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의 비율이 40%를 넘으면서 추가적인 재정 수입 증가가 이자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앞으로 재정수지가 균형을 이루더라도 국가채무는 증가하게 됐다. 더욱이 저성장 기조로 재정 수입은 줄고 늘어난 재정지출로 인해 균형재정을 이루기는 더 힘들어졌다.


치케티(Stephen G Cecchetti) 등은 2011년 과도한 부채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치케티는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 대비 85%가 넘어가면 국가채무는 문제가 생긴다면서 문제가 생기기 전에 재정 수요가 요구되는 특별한 상황에 대비하여 완충적 재정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치케티는 더 나아가 기업 부채와 가계부채도 국내총생산 대비 각각 90%85% 이내로 관리돼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부채가 증가할수록 부채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출해야 하는 이자 흐름과 이자를 지급하는 소득 흐름의 불균형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거시적 충격에 경제가 붕괴할 가능성도 커진다.

 

국제금융협회의 세계부채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20251/4분기 기준 국내총생산 대비 90.3%로 조사 대상 38개국 중 캐나다(100.4%)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치케티의 기준보다 높아 언제 가계부채가 붕괴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가계부채와 기업 부채를 합한 민간 부채는 20243분기 기준 201.9%로서 가계부채와 기업 부채 모두 기준선을 넘었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이자 부담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금리정책이 제약을 받는 상황이 됐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조금만 올려도 가계와 기업이 이자 부담을 힘들어하게 되고 이에 따라 물가가 올라가는 상황에서도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금융 당국의 통화정책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물가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물가는 올라가고 경기는 침체하면서, 우리 경제는 유가 인상과 관세 인상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해져 있다. 더욱이 민간 부채와 공공부채는 서로 연계되어 있다. 민간 부채의 붕괴를 막기 위해 재정지출이 증가할 수 있다. 민간 부채 증가로 인한 재정 수입 감소로 공공부채가 증가한다. 따라서 민간 부채 수준이 매우 높을 때, 공공부채의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 돈을 푸는 정책은 붕괴 직전의 경제를 무너뜨리는 실마리를 제공할 뿐이다.

 

4. 올바른 정책 방향

 

국가채무 비율이 급증하고 있고, 가계부채와 기업 부채가 기준선을 넘었으며, 더욱이 물가 상승 압력이 상존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분명히 한계를 보인다. 재정지출이 경제성장률을 올리는 최적 수준을 넘었고, 수도권 주택 가격은 거품을 걱정할 정도로 올랐다.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고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정책은 부작용만 낳을 것이다. 재정지출의 한계를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면초가의 경제 환경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경제의 구조조정이다. 부동산 PF의 부실을 정리하고, 금융기관의 강건성을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 작업이다. 지출의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지출의 효과를 올리고, 재정의 건전성을 강화하여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가용 자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하여 노인인구의 경제활동 참가를 활성화하고, 청년층의 고용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출산율 제고 정책보다는 현재 줄어든 인구에 적합한 맞춤형 시스템을 구축하는 저출산 적응 정책을 펴야 한다. 지역의 재구조화로 국토 발전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위기 없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관세 협정 과정에서 양허안이 결정된다면 피해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 비용도 필수적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요되는 재정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선심성 재정지출을 억제해야만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 무능하다면 중지를 모는 지혜라도 가지길 바란다.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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