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정책들을 보면 아파트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것은 가장 중요했고 빌라는 그저 재개발을 통해 아파트가 되어야만 했다. 수도권 부동산시장의 과열 혹은 침체는 국가적인 중대사로 다루어졌다. 하지만 비수도권 부동산시장의 안정화에는 그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제는 비수도권, 비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는 나머지 절반의 국민들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파트 중심 정책들은 비아파트, 즉 단독주택이나 빌라들도 아파트가 되어야만 한다는 사고에 기초하고 있다. 쾌적한 단지형 아파트에 거주하고 싶은 개인의 욕망은 당연하고 그것에 부응하여 정책이 개발되는 것도 타당하다. 그러나 재개발을 통해 아파트가 들어서려면 최소 10년은 걸리며, 재개발이 될 정도로 노후되려면 신축 빌라들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긴 시간 동안 비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아파트 중심 주거정책에서 소외된 채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아파트 단지의 주차장을 부러워하며 비아파트 주민들은 좁은 골목 빼곡히 들어선 차들 사이로 주차 공간을 찾아 밤늦게 헤매야 한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는 아파트 단지 안에는 존재하나 빌라 밀집지역에서는 찾기 어렵다. 아파트 각 동마다 설치된 출입문은 보안이 좋아 안전해 보이고, 단지 내 환한 가로등은 밤늦은 산책에도 안전을 보장해 줄 것처럼 보인다. 관리실이 있어 어두운 구석 취객이 있어도 금방 해결되고 관리비를 걷어 주기적으로 보수되는 아파트 외관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비아파트도 그와 같은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단독주택과 빌라가 밀집한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뛰어다니는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비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정주환경 개선정책’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비(非)아파트 지역의 주거 쾌적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 추진
첫째, 단독, 다가구주택, 빌라가 밀집한 지역을 일정하게 구획하여 ‘단위구역 1’, ‘단위구역 2’로 명명하고 단위구역마다 도서관, 주민체육시설, 실내놀이터, 야외놀이터, 관리사무소를 배치한다.
* 통계청에서 인구주택총조사를 할 때 사용하는 ‘집계구’가 밀집한 비아파트 주택들을 단위구역으로 묶을 때 기준이 될 수 있다. ‘집계구’는 도로, 하천 등 지형지물을 경계로 하는 기초단위구들을 결합시켜 만든 공간적 구역단위이다.
* 다음 그림은 인천시 계양구의 한 지역이다. 보라색 건물은 단독·다가구주택이고, 초록색 건물은 빌라이다. 빨간 선은 ‘집계구’이다. 비아파트 밀집지역의 집계구들을 그룹화하여 단위구역으로 명명하고 각 단위구역마다 아파트 단지에 상응하는 편의시설들 -도서관, 실내 놀이터, 체육시설, 주차장 등 -을 배치하면, 비아파트 거주 주민들의 주거 쾌적성이 증가할 것이다.
<사례: 인천 계양구 지역의 아파트, 단독·다가주택, 빌라>
둘째, 비아파트 밀집 단위구역마다 주차전용 건물을 건설한다. 주차전용 건물은 1층과 2층은 상업용 시설을 배치하고, 3층 이상부터는 주차장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국비와 지방비로 지원하되, 1층과 2층의 상업시설 유치, 임대료를 걷고 주차장 운영유지 비용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한다. 셋째, 비아파트 밀집 단위구역마다 마을 보안관제도를 두어 안전을 강화한다. 이때 마을보안관제도에 지역 노령인구를 적극 활용하여 노인 일자리를 창출한다. 주차장, 놀이시설, 야간 퇴근길과 하교 길의 동선을 따라 마을 보안관이 주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도록 한다.
넷째, 비아파트 밀집 단위구역의 도로와 담장 보수를 촉진하도록 단위구역 내 조경 조성사업을 지원한다.
다섯째, 안전시설을 강화한다. 단위구역마다 마을 안심 가로등 숫자를 늘리고 일부 지자체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안심택배를 전국으로 확대, 확충한다.
2. 비(非)아파트 지역의 주거 쾌적성 제고 효과
단독·다가주택 그리고 빌라가 언젠가 대단지 아파트가 되기를 바라는 주민들의 소망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소망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그리고 재개발을 원치않는 주민들이 있다면,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지금, 바로 주거 쾌적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비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정책을 신속히 실행하여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는 것은 다음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첫째, 비아파트에 거주하는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한다. 이는 자기집에 거주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임차인에게도 동일한 혜택이다. 집주인 중심 정책에 집중한다는 임차인의 반감도 완화될 것이다.
둘째, 임차인이 주거 쾌적성을 누릴 때 집주인의 자산가치도 올라간다. 아파트만 가격이 상승하는 것에 대한 박탈감으로 아파트 중심정책에 가졌던 주민들의 반감이 사라질 것이다.
셋째, 아파트 중심 주거문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거유형을 공급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비아파트도 아파트만큼 쾌적할 수 있다면 아파트로 집중되는 수요도 장기적으로는 분산될 수 있다.
3.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치적 대의보다 중요한 건 ‘주민의 삶’이다
비아파트 주택의 쾌적성을 강화하는 정책은 진작부터 실행되었어야 한다. 아파트 소유자는 소유했기 때문에 아파트에 집중하고, 아파트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은 아파트를 언젠가는 사고 싶어 아파트에 집중한다. 그리고 이러한 심리에 기대어 정책가나 정치인 모두 아파트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는 절반의 국민들이 있다. 그리고 미래 거주할 아파트뿐만 아니라 오늘 현재 거주하는 비아파트 주택의 쾌적성과 안전성도 개인에게는 중요하다.
그동안 간과되었던, 나머지 절반의 국민들, 비아파트 거주 주민들에게 정책의 초점을 맞춰보기를 권한다. 정치적 대의보다 중요한 건 ‘주민의 삶’이다. 특히 지역의 대표를 뽑는 국회의원 선거는 다른 무엇보다 ‘주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공약’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공약은 주민들에게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이고 실체적인 약속이어야 한다. 내일 당장 내 삶을 변화시킬 정치인을 고르는 현명한 유권자들이 많아져야 한다. 선거에서 ‘집토끼’라는 말이 사라져야 정치인들이 주민들 삶을 바꾸는 정책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법이다. 2024년 4월 10일의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민생 밀착정책으로 승부하는 지역대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비아파트 주거 쾌적성 강화 정책이 정치인들을 통해 제안되기를 기대한다.
※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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