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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자가당착의 괴담 정치, 극복하려면] 통권270호
 
2023-08-28 17:01:44
첨부 : 230828_brief.pdf  
Hansun Brief 통권270호 

홍성기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824일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를 방류했다. 원전 처리수 방류와 함께 한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괴담 정치가 진행되고 있다. 과학적 근거는 사라지고 선전·선동의 괴담이 난무하고 있다. 오직 당리당략의 정치적 이득을 위한 괴담 정치가 국민들의 올바른 판단을 흐리게 한다. 안타까운 우리 정치의 현실이 아닐 수 없다.

 

1. 과학적 사실을 무시하는 한국 정치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의 처리수를 방류하기 시작한 824일 독일의 제1국영TV(ARD)의 인터뷰에 응한 하노버대학 방사능생태학 전문가 클레멘스 봘터(Clemens Walter) 교수는, 방류를 금지할 만한 방사능 생태학적 이유가 있을까요?라는 인터뷰 진행자의 질문에 분명 아니오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동시에 발터 교수는 한국과 중국의 항의에 대하여 생태학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삼중수소] 배출량이 도쿄전력이 현재 계획하고 있는 것보다 높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것은 정치적 행동의 문제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독일 국민들의 높은 반()원전 인식을 감안할 때 봘터 교수의 발언은 과학적 사실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려주는 인터뷰다.

 

반면 2023826일 한국의 야4당은 일본의 원전 처리수 방류를 규탄하는 모임을 열었다. 경찰 추산 1만 명의 이 집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은 일본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 핵 오염수 방류는 태평양 연안 국가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일본이 이웃 나라 눈치를 보며 방류를 망설일 때 이런 패악질을 가장 합리화하고 지지한 사람은 윤 대통령이라고 비판하였다. 이 집회에는 90개의 시민단체 연합인 ○○공동행동도 참여하였는데, 이들은 일본 정부가 인류와 바다 생태계에 대한 핵 테러 범죄행위인 오염수 해양 투기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하였다.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있으나, 이를 비판하는 한국 야당의 주장이 자가당착임은 두 가지 사실로 충분하다. 첫째, 한국과 중국은 물론 세계의 수많은 원전도 처리수를 생태계에 방출하고 있다. 서해 저편에 있는 중국의 원전은 이번 일본의 처리수보다 6-7, 유럽의 재처리 시설에서는 수백에서 1000배 정도 더 많은 방사선을 방출한다는 점, 둘째 이 원전들이 방출하는 방사선은 생태계에 무해하다는 사실이다.

 

2. 언론의 잘못된 안정 대 위험프레임

 

따라서 한국의 야4당과 언론 일부가 주장하는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가 설정된 방사능 기준치를 준수할 경우 위험하다는 주장을 입증하는 사실은 단 하나도 없다. 이른바 세슘 (Cs)범벅 우럭등의 보도는 왜곡된 것이다. 즉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관찰을 위해 원전 앞에 쳐 놓은 그물 속의 물고기이고, 이 물고기는 처리수와는 무관하다는 전후 맥락을 완전히 삭제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언론인이라면 국내 보도 이전에 관련 기관이나 전문가에게 그 의미를 확인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또한 한국의 언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처리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찬반 논쟁은 사실 그 자체가 잘못된 형식이다. 마치 위험하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객관적으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고도의 과학적 지식이 요구되는 문제에 대한 언론의 사명은 전문가 집단공식적인, 그리고 사실에 부합하는 보도를 하는 것이지, 비전문가인 언론인이 개별 전문가들의 논쟁을 통해 비전문가 대중들이 짧은 시간에 결론을 내라는 식의 찬반 논쟁은 실제로는 근거가 희박한 소수의 주장을 대중에게 마케팅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이후의 후쿠시마 괴담파의 일정은 뻔하다. 거친 언어와 증오로 범벅이 된 집회 열기이다.

 

3. 위험한 집단 망상성언어에 대한 대응

 

여기서 후쿠시마 괴담 유포에 나서고 있는 한국의 좌파 정당, 정치인 그리고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있음이 드러난다. 앞에서 인용한 것처럼 처리수 방류를 태평양 연안 국가에 대한 전쟁, 핵 테러 범죄행위라고 표현한 것은, 설사 감정이 뒤섞인 비유로서도 인정할 수 없고 또 해서도 안 된다. 바꿔 말해 이들이 사용하는 표현들은 정상적인 문명사회에서 통용되는 언어가 아니고, 따라서 비논리적이고 사실에 부합하지 않으며, 차라리 그 자체가 논리와 사실에 대한 폭거, ()지성의 무식인 것이다. 이쯤되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설득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들은 의처증이나 의부증, 건강염려증과 유사한 종류의 망상증에 걸리지 않았나 의심이 된다.

 

그렇다면 이런 집단 망상성언어가 함축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것은 괴담 유포자들이 주장과 언어가 일종의 버블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들을 다루는 방식과 목적도 이에 상응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버블 확산의 규칙을 이해하는 것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믿으면 믿을수록 버블은 더 많은 사람들을 유인하여 더 큰 거품이 된다는 사실이다. 거꾸로 말해 버블을 터뜨리는 방법은 초반에 진실의 차가운 물을 대량으로 부어 꺼뜨리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정부와 여당의 대응은 안이하다. 그 이유는 목표를 이번 후쿠시마 괴담이 스스로 잦아들게 두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현지에서는 처리수 방류에 대하여 여론은 담담할 뿐이고, 한국에서도 수산물 판매 저조 현상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니 정부와 여당은 그냥 놔두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의 정치, 언론 그리고 시민단체가 만들어낸 수많은 괴담 중에서 이번처럼 진실게임에서 이기기 쉬운 것은 없다. 2008년 광우병과는 달리 한국의 원자력 전문가, 방사능의학 전문가 그리고 IAEA는 처리수 방류의 기준이 지켜진다면 생태계와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은 없다고 결론을 내렸고, 이에 반대하는 집단은 한국의 좌파와 중국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난 20여 년간 한국 사회를 각종 괴담으로 괴롭히면서 민주주의를 훼손시켜온 한국의 정당들과 일부 언론의 행태를 결정적으로 바꾸는 것, 한국 사회에서 괴담을 유포자의 무덤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정부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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