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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토지주택공사의 이권 카르텔, 해결 방안은?] 통권269호
 
2023-08-23 15:18:26
첨부 : 230823_brief.pdf  
Hansun Brief 통권269호 

정수연 한선재단 부동산정책연구회장


1. 위험한 공기업 중심의 이권 카르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시공 아파트의 철근 누락 사태, 임원들의 꼼수 사퇴는 공기업 중심의 이권 카르텔이 공고하게 형성되었다는 방증이다. LH뿐만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그들만의 리그를 각자가 구축해 왔고, 이권 카르텔에 대한 불감증이 만연해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이권 카르텔의 폐해는 첫째, 전관을 두지 못한 기업이 더 효율적일지라도 업무를 수주할 수 없게 만드니 시장을 교란한다. 둘째, 효율성을 추구하던 기업도 전관을 둔 기업이 잘나가는 것을 보고 효율성 추구는 던져버리고 인맥 쌓기에 골몰할테니 시장의 건전성과 경제발전을 저해한다. 셋째, 시장 주체들이 그것을 보고 배우니 기술 발전에 노력하는 기업을 비웃고 향응과 뇌물, 연줄이 최고라는 부패의식이 만연한다. 누구도 기술확보, 효율성 제고에 매진하지 않고 의식이 타락하니 사회 전체가 망가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2. 선수와 심판 겸하는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

 

우리나라 공기업들이 선수와 심판을 겸하는 문제는 이곳 저곳에서 감지된다. LH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LH 퇴직임직원이 설계와 감리를 했다는 문제가 불거졌다. 감리는 설계가 시공에 잘 반영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감독작업이다. 그러나 이 작업을 LH ·현 직원들끼리 연줄에 의지해 감리업무가 불실하게 이루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행위는 선수와 심판이 다 같은 편이 되어 경기하는 이상한 게임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미 2018년에도 LH 아파트 10곳 중 8곳이 셀프 감리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즉 셀프 감리 자체는 불공정 논란이 자동으로 따라붙는 꼬리표다. 이런 불공정성을 윤석열 대통령과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은 이권 카르텔로 명명하고, LH 퇴직자 즉 전관 기업이 수년간 1등으로 선정되는 현상은 심사과정에서도 문제 도적적 해이가 있었다는 방증이다. 이런 현상은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3. 대안 마련에 필요한 고려 요소

 

. 분리, 또는 축소가 대안인가?

 

이런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기 다시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로 분리하자는 논의가 있다. 그러나 이는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런 식의 대안은 앞으로 나란히정책을 옆으로 나란히정책으로 바꾸는 격이다. 비대해진 조직을 다시 해체한다고 해서 부패와 이권 카르텔의 문제가 해결될 리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두 개의 조직에서 이권 카르텔이 다시 두 배로 증식할 것이다. 기업조직은 스스로 규모를 늘려가고자 하는 속성이 있어 두 개로 분리된 공기업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각자의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방적인 규모 축소가 대안인가? 이 또한 주의해야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기능을 분리해내는 것은 타당하나 그것이 다른 공기업으로 이관된다면 그 또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이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패와 이권 카르텔의 생태계는 다른 공기업으로 이전하여 싹을 틔울 것이다.

 

. 합병과 분리는 경제 논리로

 

2009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탄생할 당시 토지공사는 적자가 아니었으나, 주택공사는 적자상태였다. 20087월 감사원은 주택공사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30조 원의 금융부채가

16년에는 141조원까지 확대되어 수년 내에 경영난을 겪을 것이라 지적한 바 있다. 결국 LH의 탄생은 효율적 기업과 비효율적 기업의 합병이었다. 그렇다면 효율성 제고를 위해 구조조정이 수반되어야 했다. 그러나 약 3천명이던 토지공사와 약 4천명이던 주택공사는 인력감축 없이 비효율의 불씨를 그대로 안은 채 거대한 공룡으로 탄생했다.



당시에도 합병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없었으며, 현재 재분리를 논하지만 그 또한 경제적 효과에 대한 논의가 없다. 기업구조를 변경할 때에는 그에 상응하는 경제학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책은 그러한 근거에 기반하는 일이 매우 드물다. 만약 그 당시 합병의 효과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한 후, 구조조정 없이는 효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면, 어땠을까? 그 근거에 기반하여 국민을 설득하고 양 공사 구성원들의 반발을 잠재울 정책 동력으로 삼아 구조조정을 했다면 오늘날 전혀 다른 상황이었을지도 모른다.

정치 논리에만 의존하여 구조개혁을 논하면, 때로는 지나치게 가혹하게, 그리고 때로는 지나치게 온정주의로 흐를 위험이 크다. 이후에는 경제 논리에 기반하여 LH의 효율화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논해야 할 것이다.

 

. 주택청 설립이 대안인가?

이론적으로 비대한 조직은 모니터링이 어려워 필히 부실과 부패의 위험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알려져 있다. 싱가포르 주택청은 5500,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Departmen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8186명 조직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싱가포르나 미국보다 직원이 더 많은 거대조직이다. 그러나 리콴유가 31년 장기 집권한 나라답게 싱가포르에는 영장 없이 체포가 가능한 반부패 조사기구 부패행위조사국(CPIB)이 있으며 주택청도 그 통제하에 있다.

 

최근 싱가포르는 CPIB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패 스캔들이 터졌다. 국제투명성기구의 2022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국가 청렴도 5, 아시아에서는 1위인 싱가포르 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재벌과의 커넥션으로 부패 스캔들에 휩싸였다. 지난 712일 싱가포르 부패행위 조사국(CPIB)는 수브라마냠 이스와란 교통부 장관과 말레이시아 부동산 재벌 옹벵셍 호텔프로퍼티 회장을 체포했다(일만 하라고 10억 줬더니... 부패 장관, 불륜 의원, 싱가포르 쇼크”, 중앙일보, 202388일자). 주거정책 조직 대안으로 흔히 언급되는 주택청의 모델 국가인 싱가포르에서도 부패는 발생한다. 그러니 금번의 LH 사태가 단순히 주택청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은 헛되다. 조직구조가 문제가 아니라 조직원의 도덕적 해이 구조가 문제다.

 

4. 바람직한 대안은?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LH의 주요 기능들을 민간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정한 경쟁으로 민간 건설기업들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택지 및 주택공급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가 관리 감독하면 될 일이다. 공공은 선하고 민간은 선하지 않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선악구도에서 벗어나 공공과 민간, 각자의 역할을 해야한다.

 

거대한 공룡 기업은 필히 시장에서 독과점 형태를 만들어내는데, 그것이 민간도 아니고 공기업이라면 민간과 공정한 경쟁이 되기 더더욱 어렵다. 더구나 민간기업에 대해 의 위치에 서는 공기업이라면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으로 민간기업들을 하청 기업화 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다루어야 할 사안이 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하며, 공기업과 민간이 겹치지 않는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겹친다면 공정한 경쟁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시급하다.

 

공공의 임무는 초기 비용이 과도하여 민간이 공급을 꺼리는 부문을 담당하는 것이다. 즉 공공부문이 담당하여야 할 영역은 민간 건설기업들이 이윤이 나지 않는다며 꺼리는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공급이다. 하지만 주거복지를 수년간 공공이 담당하면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서로 경쟁함으로써 공공 부문이 민간의 영역을 침범해 들어가는 일이 많아졌다. 일자리는 민간기업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 부문이 민간 영역을 잠식하면서 민간 부문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오히려 공기업 일자리만 늘어나면서 세금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하니 국가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금이야말로 단순히 LH를 분할할 것인, 아니면 기능을 이관할 것인가의 수준으로 논의를 그칠 것이 아니라 민간 시장을 활성화하고 공공일자리가 아닌 민간일자리가 건설분야에서 창출될수 있도록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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