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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한·미 정상회담과 중국의 우려] 통권254호
 
2023-05-09 1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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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통권254호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의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는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북핵 위기가 임계점을 넘어 고도화되고, ·중 갈등의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전개되면서 한국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열린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는 상당하다. 이번 회담은 한·미 동맹 체결 7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으며, 유일 동맹국 미국과 글로벌 포괄적 동맹을 구축하고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국제적 역할을 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의지가 투영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반도체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이나 인플레이션 방지법(IRA)등 미국 보호주의 경향에 무방비로 노출된 한국 기업들의 경제 이익에 대해서는 성과가 없었고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했다며 성과를 폄훼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있는 외교에서 제로섬(zero-sum)은 없다. 이번 회담은 한국의 최대 목표인 북핵 위기 해결에 대한 억지력 제고라는 분명한 성과와 더불어 경제적인 면에서도 바로 가시화되기는 어렵지만, 체계적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확고한 미래 동맹 관계의 단초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미 양국은 일단 동맹의 범위를 크게 확대했다. 양국 정상은 회담 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핵 위기에 대응하는 안보 동맹, 공급망 협력 등 경제안보 협력을 심화하는 경제동맹,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기술동맹 및 국민 유대와 인적·문화교류를 심화하는 문화동맹, 그리고 사이버 안보 협력을 우주로까지 확대하는 정보동맹 협력 체계 구축이라는 다섯 축을 천명했다. 후속 작업이 중요하지만 일단 미래로 전진하는 행동 동맹으로서의 모양새는 충분하다.

 

1. 한국 국가이익의 두 축: 안보와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

 

어느 국가 든 작금의 불확실성 시대에서 국가생존 전략의 두 축은 국가안전의 확보와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에 있다. 특히 북핵의 현실에 노출된 한국의 입장은 더욱 절실하다.

 

우선, 국가 안보 확보를 위해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핵을 포함한 미국 역량을 총동원해 지원하겠다는 미국의 약속과, 이를 처음으로 별도 문서화 한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채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양국은 한국의 선의를 무시하고 핵 무력 완성에 혈안이 되어 핵의 선제적 사용까지 명시한 <핵무력동원법>을 제정하고 본격적인 위협에 나선 북핵 위협을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북한의 비핵화말장난을 더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를 담보하는 미국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의 구체적 협의와 실행기구로 나토(NATO)와 미국 간의 핵 기획 그룹(NPG: Nuclear Planning Group)과 유사한 핵 협의 그룹(NCG: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설립하기로 하였다. 나토처럼 전술핵을 배치하지 않고 실질적인 억지력 보장을 위한 상설협의체로 연 4회 개최되는 NCGNPG가 미국과 나토 간의 다자협의체인 점을 감안하면, ·미 간 일대일 협의체라는 점에서 긴밀도와 결속도가 배가된 한국형 확장억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한미 양국은 미국의 핵무장 잠수함(SSBN) 등 미 전략자산의 한국 상시 전개에 합의함으로써 한반도 주변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를 구체화했다.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전략무기의 하나로 사거리 74km, 최대 80개의 잠수함 발사핵미사일(SLBM)을 장착한 SSBN의 상시 전개는 북한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물론 한국의 핵확산 금지조약(NPT) 의무 이행을 재확인해 핵무장이나 핵잠수함 도입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우려가 투영된 절충안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떠안아야 할 핵 보유나 개발에 대한 국내외적 부담을 고려하면 현재 한국이 택할 수 있는 최상의 억지력임에 틀림없다.

 

워싱턴 선언을 두고 핵 공유냐 아니냐의 논쟁은 무의미하다. 핵 사용은 미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선을 긋고 있는 미국 입장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핵 저지를 미국에 의지해야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사실 나토에 배치된 미국의 전술핵들도 미국 대통령만이 버튼을 누를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 사용을 언급하고,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등 핵 재배치를 통한 확산에 나서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번 선언의 내용을 여하히 구체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돼야 한다.

 

이를 두고 북핵은 협상과 대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데 한미 협의가 북한을 자극해 한반도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는 논리를 펼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정부에서 한국은 충분히 북한에게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핵 개발이 미국으로부터의 안전을 도모하는 외교 행위로 주장했던 북한은 이제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핵 사용으로 한국을 협박하고 있다. 이 상황을 두고도 북한이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므로 대북 제재와 압박보다는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는 편이 낫다고 주장하는 것은 본질 호도다.

 

비핵화는 온데간데없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갖춘 핵보유국으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폐와 북한에 대한 안전 보장이 해결되면 핵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로 평화의 시혜자가 되는 핵 있는 평화(nuclear peace)를 주장한다. 이는 북핵 문제의 본질을 도외시하고 한반도 불안의 직접적 도발자이고 가해자인 북한을 마치 피해자 인양 인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경제적인 면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59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한국의 문화 산업이나 청정수소, 반도체, 탄소중립 등 첨단기술과 제조 능력 등 국제 경제 위상을 재확인하는 산업기술 협력 파트너로서의 네트워크도 강화했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반도체나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미국 보호주의 경향에 우리 기업들의 피해나 구제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부는 미국 상무부와 IRA 및 반도체과학법 이행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영 부담과 투자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밝혔다. ·미 간 첨단산업 분야에 있어서 공급망 협력 강화와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동맹 구축, 그리고 첨단기업들의 투자유치 등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미국 시장 선점 기회를 확대하고 불확실성을 완화했다고 밝히면서 산업동맹 구축에 합의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주지하다시피 IRA나 반도체 과학법은 의회 중심주의 국가인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일종의 산업 정책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여달라는 예외적 조치를 요구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한·미 경제 관계는 이제 기존의 양자 FTA를 통한 무역과 투자에서 첨단기술 협력과 공급망 협의로 전환되는 등 판이 달라졌다.

 

이 점에서 미국 첨단기술기업들이 한국의 미래 기술 성장성에 주목해 한국 투자에 나선 것은 고무적이다. 아쉽기는 하지만 동맹국 한국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향성을 분명히 확인하면서 양국 실무 부처 차원의 지속적이고 기술적인 세부 협의로 이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 반도체 분야의 압도적 제조기술의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전체적인 IRA 시행 이후에 산업계에서는 최대 수혜국이 한국이 될 수 있다라는 외국의 평가를 현실화하는데 경주해야 할 것이다.

 

2. 중국과 북한의 반발

 

·미 정상회담 과정을 지켜본 중국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한미 합의에 놀란 북한은 급기야 한·미 정상을 겨냥해 화형식까지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정권의 종말'까지 언급하자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이를 빌미로 한반도 정세 불안의 책임을 한미 양국으로 돌려 핵·미사일 개발 등 군사력 증강과 7차 핵실험 등 향후 도발의 구실로 삼겠다는 속내일 것이다. 특히 중국은 한·미 정상이 대만 해협의 안정과 평화를 언급하자 정부와 언론을 동원해 말참견이나 불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는 등 거친 언사를 거듭하더니 한국 외교의 국격까지 언급하는 무례와 간섭을 범했다.

 

정상회담 후에는 한국이 계속 친미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북··러의 경고를 무시하면 보복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협박까지 하고 나섰다. 특히 정상회담 이틀 전 미국이 중국에 한미정상회담 내용을 설명하면서 과민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음에도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한국이 더 이상 미국의 주장에 앞장서지 말라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는 것이다.

 

북한은 속히 대화 테이블로 나오는 것이 중요하고, 북한의 최대 조력국인 중국은 북핵 문제에 대한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윤 대통령은 북핵 위기의 고도화가 중국의 책임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중국이 북핵 위협을 줄여주든가, 핵확산 방지에 책임이 있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써 핵 위협에 대한 국제 제재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중국에 대한 기대를 분명하게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작년 말 한국판 인·태 전략을 발표하면서 중국을 주요 협력 국가로 명시한 것은 중국과 적대하지 않겠다는 한국식 고충의 표현이며 북핵 위기 해소를 일차목표로 하면서 경제 교류의 새 기준점을 찾아 중국과 정상적 관계를 도모하겠다는 의지의 천명이다. 중국은 미국이 펼치는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재편이 미국의 기술패권주의로 인식한다. 또 한국이 칩(CHIP)4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 워크(IPEF)라는 미국 중심의 소집단주의에 앞장서고 있다는 인식으로 한국을 압박한다. 한국 외교정책에 대한 노골적 간섭에 다름 아니다.

 

중국은 북핵의 최대 피해자인 한국의 상황을 애써 외면하는 데서 속히 벗어나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과 한국의 지도자가 왜 이런 인식을 갖게 됐는지 한국의 입장에 대한 근본적 인식 전환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 동맹의 강화나 진화된 안보협력의 본질이 북한의 핵 보유에 있으며, 한국의 일차적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를 통한 안정적인 평화 환경의 구축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미·중 갈등의 한 요소로서 북핵 문제를 바라보지만 한국에게 북핵 위협은 국가 존망과 직결되는 생존의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당연히 한국의 공급망 재편 논의도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며 대만 해협의 안정과 평화언급이 하나의 중국원칙을 부정하는 것도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통해 문제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 한·중 협력 공간 확대의 첩경임은 불문가지다.

 

3. 한국, 무엇을 해야 하나

 

이미 미·중 갈등에 본격 노출된 한국은 이 두 강대국의 견제가 만만찮아 고민이 많다. 북핵 문제에 대해선 워싱턴 선언으로 억지력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경제에 있어서는 미국의 대 중국 압박이 반도체나 배터리 분야에서 자칫 한국이 최대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312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시진핑 주석은 광둥성의 LG디스플레이 공장을 이례적으로 전격 방문했다. 특히 주력 생산품인 OLED가 미국의 새 기술 제재 목록에 추가될 수 있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첫 외자 기업 시찰로 한국 업체를 선택한 것은 한·중 경제 협력의 중요성과 함께 미국 대중 견제의 한국 동참을 저지하려는 우회적 메시지다.

 

일단 한국은 워싱턴 선언이 북핵 위협이 제거되거나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간다면 영원히 사용할 일이 없는 방어적기제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무기는 결코 한국의 무기가 아니며, 북핵 사안에 대한 중국의 역할이 강화되면 양국 관계가 새로운 기준점을 찾을 수 있다는 설득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국가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경제발전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국의 입장을 강조하면서 경제 교류에 대한 중국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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