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2 - 윤석열 정부 부동산정책 평가>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과제들을 점검하고자 기획시리즈로 5회에 걸쳐 싣는다.
(2) 규제완화 정책
윤석열 정부 부동산정책의 두번째 특징은 규제완화이다. 규제를 완화하면 그것이 부동산 투기심리를 자극하여 시장이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를 새 정부도 갖고 있다. 보유세 완화나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집가진 중산층을 구제하는 위기대응방안은 종종 부자감세와 부자편들기로 폄하된다. 그러나 그러한 비난을 하는 그룹은 경제의 파국을 원하거나 혹은 경제를 이해하지 못한데 기인한다. 새 정부는 그러한 폄하나 정치적 공세에는 정론을 펼쳐야 한다. 집가진 중산층들을 파국으로 내몬다고 해서 빈곤층이 집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기위축으로 빈곤한 이들은 더욱 빈곤해진다. 중산층을 구제하기 위한 정책과는 별도로 정부는 빈자들을 위한 주거복지 정책을 더욱 강화하면 된다. 오히려 중산층 구제방안에 반대하는 이들이 빈자들을 위한 정책에는 무심하지 않은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새 정부는 규제지역해제와 대출규제를 완화하였다. 전 정부기간 동안 인위적인 시장개입이 시장을 오히려 악화시켰다는 것을 상기할 때 적절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경기침체기에 부동산시장을 통해 경기부양을 한다는 평가보다는 경기침체기에 연착륙을 위한 조치라고 평가함이 타당하다.
부동산분양시장 규제완화의 내용들은 주로 원가 현실화이다. 이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원자재가격이 급상승하여 민간주택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원활한 공급을 위하여 분양가의 일부 자재항목을 현실화한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분양가 상한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고분양가 논란은 늘 사회적 이슈가 된다. 그러나 이는 ‘고가주택이 중저가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한 지역에 고가주택이 공급되면 중품질 주택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고가주택으로 이동하고, 상대적으로 저품질 저가주택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중품질 주택으로 이동할 수 있다.
고가주택을 분양가상한제로 공급을 제한하면, 그 희소성 때문에 오히려 가격이 더욱 상승하게 되며, 중품질 주택을 고가주택으로 이동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점유하게 되어 공급이 저하되는 간접적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향후 이러한 분양가상한제의 폐혜를 되짚어 사회적 논의가 다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부동산 세금을 정상화하고 규제지역을 해제하는 이 과정들은 주택소유자를 범죄자로 간주하는 전 정부의 시각을 부동산정책에서 제거하여 정상화하는 과정이었다. 과도한 징벌적 세금은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중산층의 고통이 저소득층의 이익이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소비가 위축되어 자영업자들은 더욱 어려워졌다. 또한 은퇴하여 노동시장에서 자리를 내주었어야 할 고령층이 세금을 내기 위해 젊은이들과의 일자리 경쟁에 뛰어들게 했다.
집을 소유하였는가, 주식을 소유하였는가에 있어 그 변동성과 단기 보유관점에서는 주식과 비트코인이 집보다 더 큰 투기적 요소를 갖고 있다. 자산형태에 따라 징벌하고 자산이 어느 지역에 있는가에 따라 징벌하는 제도 또한 저소득층의 주거복지에 효과가 없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새 정부는 규제완화를 비롯하여 지역과 자산형태에 따라 차별하는 정책들을 정상화시켜 나갔다.
(3) 주거복지
주거복지는 전 계층 모두에게 필요한 보편성을 가진다. 중산층 이상에게는 주택시장 가격안정과 주택품질제고가 주거복지이다. 저소득층에게는 안정적인 임대주택의 공급이, 차상위계층에게는 임대에서 자가로 이동하여 중산층으로 상향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주거복지가 된다.
다음 표 7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새 정부는 임차인의 임대료 부담을 줄이고 임대주택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유지했다. 전 정부와 차이점이 있다면, 임대주택에 영원히 머무르는 것을 권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에서 자가로 이동할 수 있도록 자가주택보유를 촉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임대주택의 품질제고와 임대주택 평형을 넓히는 정책을 펼쳤다.
임차인에게만 집중되는 주거복지정책은 임차인에게도 좋지 않다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부동산정책에 있어 보편적 복지보다는 청년과 저소득층, 임차인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순위에 있어서는 바람직하나, 중산층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주거복지도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임차인에게만 집중되는 주거복지정책은 민간임대주택의 공급자인 임대인의 임대주택공급능력을 상실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유의하여야 한다.
임대주택이건 분양주택이건 간에 주택공급은 매우 중요하다. 지나치게 높지도 낮지도 않은 가격을 유지하려면 공급의 고삐를 쥐었다 풀었다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조절능력이 있으려면 공급계획이 미리 수립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주택수요를 매년 추정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의 수급변화를 관찰해야 한다. 호황에는 불황을 대비하고, 불황에는 호황을 대비해야 하는바, 주택공급계획은 미래의 호황을 대비하는 것이 된다.
최근 발생한 빌라 전세사기의 경우, 임차인 구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부동산시장 하락기에 나가는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대출해서 내줄 수 없는 임대인과 가격하락으로 보증보험가입 자체가 불가능한 임대인들도 구제하여야 한다. 그것은 집주인들에게 제공하는 주거복지처럼 보이겠지만, 저렴한 임대주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함으로서 미래의 잠재적 세입자를 보호하는 방법이 된다.
10억원 아파트에 5억원에 전세 들어있는 세입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3억원 빌라를 소유한 집주인의 보증금반환의지를 꺾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공익적일 수 있다.
새 정부는 주거복지와 주거약자에 대한 관점을 달리해야 하며, 보다 더 상대적인 관점에서 주거복지의 수혜대상들을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
2. 결론
지난 5년간 왜곡된 시장을 1년내에 정상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여소야대 국회상황으로 법안통과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 근본적인 개혁 추진이 쉽지 않았다. 여야대치 국면에서 국민들을 괴롭히는 법안들이 그대로 존치되면 국민들 고통만 가중된다. 이제는 여야가 서로 협의하는 ‘정치의 기술’을 구사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한 정치 기술이 구현되려면 사실상 국민들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어야 한다. 하지만 ‘갈라치기 된 국민들을 하나 되기가 쉽지 않다. 학계와 시민사회단체의 중립적 판단, 활발한 대안 제시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들이 강력한 요구를 할 수 있도록 ‘사실을 알리는 활동’은 정치권을 움직일 수 있고, 개혁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지난 1년간 새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획기적인 성공’은 아닐지라도 나쁘지 않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판단된다. 국내 경제환경도 좋지 않은데다가 파국으로 치달을 뻔한 주택시장 붕괴를 막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택시장이 붕괴되면 집을 싸게 살 수 있을 거라 착각한다. 그러나 주택시장의 붕괴는 결국 우리나라 실물경제의 붕괴를 의미한다. 막상 그런 상황이 되면 폭락한 집값에도 집을 살 수 없을 정도로 각 개인들의 경제상황이 악화되어 있을 것이다.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 그리고 공급을 통한 부동산가격 안정화를 추구할지라도 꾸준히 계속해야 하는 것은 ‘촘촘하고 든든한 주거복지 지원’이다. 자가 마련에 한계가 있는 저소득층에게는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중산층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중산층에게는 구매가능한 주택을 공급하고 부동산가격의 폭등 또는 폭락이 없는 안정적인 부동산시장 흐름을 유지해주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주거복지이다.
앞으로 1년간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은 증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은 2023년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 상저하고와 상저하저의 의견이 엇갈린다. 이는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1년간 국토교통부는 시장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적기에 신속하게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때에 정확한 부동산시장예측은 매우 중요하다.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자본주의 경제의 속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 또다시 올 경기침체를 대비하여 부동산가격지수, 통계의 중립성과 정확성을 확보할 방안을 장기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