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바뀌고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시대변화에 부응하려면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적 니즈에 충실할 수 있다. 그러나 변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시민사회단체의 기본 덕목이다. 공익과 공공성, 도덕성, 공정성, 투명성, 개방성, 전문성 그리고 정치적 중립성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공익과 공공성은 시민사회단체의 본분이다. 도덕성은 시민사회단체에 종사하는 모든 구성원에게 요구된다. 공정성은 의사결정과정의 민주적 절차와 집행의 합리성이다. 의사결정과정에서의 전횡과 집행과정에서의 불편부당함이 없어야 한다.
1. 지켜나가야 할 시민사회단체 기본 덕목
투명성은 회계부문에서 특히 강조된다. 십시일반의 시민 기부금이나 정부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정부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는 스스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지원을 받는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감독은 불가피하지만 간섭은 최소화해야 한다. 시민사회단체가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시민사회단체를 관리하는 목표대치현상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개방성도 중요하다. 개방성은 확장성을 유발한다. 확장성은 시민사회단체 활성화의 단초이다. 사회가 분화된 시대에는 시민사회단체의 전문성이 중요하다. 전문지식 없이 막연한 주장만 해서는 사회적 공감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치적 중립성은 시민사회단체의 현실적 문제이자 중요한 과제이다. 우선 시민단체 스스로 정치화에 대한 방지책을 마련하여 정치나 권력으로부터 관변화 시도를 막아야 한다. 시민사회단체 인사가 정치에 나설 때는 자기가 몸담았던 곳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분명히 선을 긋고 나가야 한다. 그래야 시민사회단체가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변화는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다. 시민사회단체 스스로 해나가야 한다. 먼저 현재 상황에 대한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 시민과 사회가 시민사회단체에게 요구하고 기대하는 것은 사회발전에 적극적으로 기여해 달라는 사회적 책무성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시민과의 공감능력을 확대하는 사회적 책무성이 더욱 요구될 것이다. 그 요구는 크게 보아 국민통합과 시민의식 성숙에 기여, 정부와 시장의 보완 및 견제 역할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2. 시대변화에 부응한 시민사회단체 역할
첫째, 국민통합능력을 높여야 한다. 우리사회에 갈등과 분열이 고착화되고 있다, 일부 정치성향의 시민사회단체가 이런 갈등과 분열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제는 국민통합에 모든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해야 한다. 시민사회단체는 기본적으로 우애(fraternity)의 원리에 기초한다. 사랑에 기초하기 때문에 갈등과 분열보다 통합에 기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애에 기초한 시민사회단체가 되면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어려움과 마음의 상처들을 어루만져 줄 수 있고 국민통합이 가능해진다. 사랑과 배려와 나눔을 유도하면서 공동체의 가치와 연대를 지켜나가면 갈등에서 화합으로, 분열에서 통합으로 나갈 수 있다.
하나의 대안으로 ‘새 마음 운동’을 제안한다. 경제성장시기에 근면, 자조, 협동 정신의 ‘새마을 운동’을 펼쳐왔다면 이제는 갈등에 찌든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포용, 연대, 협동하는 믿음의 운동, 신뢰의 운동을 펼쳐야 한다. 이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운동이다. 이념에 의하여, 정치지형에 따라 이해관계로 갈기갈기 찢어진 너와 나의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라 사랑과 포용으로 뭉쳐진 믿음의 너와 나, 신뢰의 너와 나가 되어야 한다.
둘째, 시민사회단체가 민주적 시민의식과 공동체적 공민(公民)의식 제고에 앞장서야 한다. 시민사회단체는 공공성, 도덕성, 공정성, 투명성, 개방성, 전문성, 정치적 독립성을 덕목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시민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단체 구성원들의 능력과 역량을 먼저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다음,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체 의식을 가진 책임 있는 자유·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에 나서야 한다. 교육을 통해 준법정신, 선거참여, 그리고 국방, 납세 등 국민의무 이행과 함께 배려와 포용 등의 공동체 의식을 높여 나가야 한다.
셋째, 정부와 시장을 보완하고 견제하여야 한다.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인 국회도 다수의석을 가진 정당이 전횡을 일삼는 경우에는 언론과 함께 시민사회단체가 이를 견제해야 한다. 한편 정부나 여당에 대한 감시기능도 강화해야 한다. 입법부나 행정부 힘이 한쪽으로 쏠릴수록 시민사회단체 비판과 견제기능이 더욱 요구된다.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정치화로 정당성이 약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올곧은 시민사회단체가 모여서 비판과 견제기능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시민발의, 시민감시 등을 통해 정부의 정책수립과 집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과 불공정을 줄여 나가야 한다. 이런 노력이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를 줄이는 길이다. 나아가 시장에 대한 감시역할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시민사회단체가 적극적 감시에 나설 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강화될 것이다.
3. 공동체가치를 실현하는 시민사회단체 되어야
시민사회단체가 발전하려면 시민과의 공감능력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시민사회단체 스스로 개혁에 나서야 한다. 이념화, 정파화, 기득권화된 시민사회단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는 더 이상 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려면 과도하게 쏠린 중앙집권적 조직, 지도자중심의 조직이 되어서는 안된다. 풀뿌리 중심의 시민사회단체가 되어야 하고 특정 문제에 대응하는 전문화된 시민운동이 되어야 한다.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하는 시민운동]이 되어야 한다.
시민사회단체는 거대한 국가정책과제보다 지역사회의 크고 작은 어려운 문제를 시민과 함께 풀어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나아가 자발적 자원봉사형 조직으로, 또한 분권형 시민참여조직으로 다시 태어나서 공동체적 가치를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시민운동이 되어야 한다. 정부 보조금을 타기 위한 사진 찍기 행사는 자제하고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일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시민사회단체의 탈(脫)이념, 탈(脫)정치화다. 그래야 지역주민들의 관심이 큰 구체적 생활이슈를 가지고 활동할 수 있다. 물론 이 활동은 박애, 연대, 협동의 공동체적 가치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건전한 시민사회단체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언론을 비롯해서 지식인과 관심 있는 시민들의 비판과 감시도 필요하다. 시민사회단체 간 상호감시와 경쟁도 필요하다. 이는 투명성을 높이는 일이다. 경쟁은 지배구조 개선과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민사회단체 스스로 사회적 책임 이행차원에서 도덕성, 공정성, 투명성, 책무성을 제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편 책임성, 민주성, 정당성 강화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먼저 조직운영에서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 발전하는 시민사회단체가 되려면 시민, 기업, 기관들의 자발적 참여와 기부가 늘어나야 한다. 정부도 시민사회단체 지원을 명분으로 행정 동원이나 전위대로 활용하지 말고 시민의 자조와 협동능력 나아가 시민의식 제고를 유도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재정자립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기부금에 대한 규제 대신 이의 활성화를 위한 유인 제도를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