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un Brief 통권183호
시대정신은 현시대 우리 사회가 이루고자 하는 정신적인 가치이므로 우리가 성취하고자 하는 사회의 모습 속에 있다. 우리가 성취하고자 하는 사회는 한국 사회가 맞이하고 있는 시대적인 요청 또는 과제를 해결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원하는가, 그리고 어떤 과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시대정신을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하는 중요한 시대적인 요청이자 과제가 무엇인가 하는 맥락에서 생각해 본다.
Ⅰ. 현시대 상황 진단
1. 왜 청년들은 헬조선이라 하나?
헬(hell)은 지옥이다. 그런데 청년들은 왜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비하하는가? 단테의 신곡에 의하면, 지옥문 앞에 “여기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고 적혀 있다. 희망을 품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한국은 지옥과 같은 곳이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성인들은 그들이 정말 하기 싫어서 그런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청년들은 일하고 싶고, 연애해서 결혼하고 싶고, 집을 장만하고, 아기를 낳아서 잘 기르고 싶어 한다. 다만, 현실이 이런 것을 할 여건이 되지 못하니 모든 것이 싫고, 자연스럽게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이 바로 헬(지옥)이라는 말 속에 청년들의 절망감이 배어 있다. 왜 안철수 현상이 나타났는가? 안철수가 토크쇼를 통해 청년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어루만져 주었기 때문이다. 만약 청년들이 한국사회에 대해 희망을 품지 못한다면,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없다. 한국사회의 미래는 청소년에게 달려 있으므로 청소년 문제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시대적인 과제이다. 청년들의 취업과 창업, 주거, 출산, 자녀 양육과 교육 등의 과제들을 해결하여 청년들을 지옥에서 구해 주어야 한다.
2. 청년 표심의 의미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의 72.5%가 야당을 선택하고, 22.2%가 여당을 선택했다. 20대 남성은 성장과정에서 학교생활을 통해 여성에 대해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남녀 공학하는 학급에서 남학생이 공부도 더 잘하고, 반장도 남학생이 했기 때문에 불만이 없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여 요즘에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공부를 더 잘할 뿐만 아니라 더 똑똑해서 학급 반장을 차지한다.
나아가 여학생들은 내신도 잘 받고 있다. 오죽하면 많은 엄마가 자기 아들을 남녀 공학이 아닌 남자 학교에 보내기를 원하겠는가? 이것은 남자끼리 경쟁하면 성적 경쟁에서 불리하지 않기 때문에 내신도 잘 받고, 여학생에게 기죽지 않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현실에 대한 불만이 상대적으로 적은 20대 여성은 40.9%가 야당을 선택하고, 44.0%가 여당을 선택했다. 20대 여성이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정부와 여성 후보를 싫어할 이유가 있겠는가? 특히, 요즘 젊은 남자들은 사회가 자신들에게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20대 여성은 하지 않는 1년 6개월간의 군 복무가 자신들의 사회 진출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20대 남자들은 자신들이 마이너리티(minority)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20대 남성들의 피해의식이 표심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3. 교육에 대한 부모의 바램
우리는 엄혹한 국제경쟁 시대에 살고 있다. 살아남는 길은 국제사회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길밖에 없다. 그러므로 부모들은 경제적인 능력만 된다면 자녀들에게 최고로 좋은 교육을 제공하려고 한다. 부모는 자녀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 자식에게 더 좋은 교육을 시키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은 좌파, 우파를 떠나서 우리 사회를 추동하는 가장 강력한 힘의 원천이다. 현재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반미 성향이 있는 운동권 세력까지도 자녀들을 국내의 좋은 학교와 대학에 보내고, 미국 유학까지 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반 국민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국제사회에 대한 정보 부족과 비싼 학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부모의 자녀 교육열이 우리나라를 일으켜 세웠고, 또한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에 남아 있는 소수의 우수학교를 없애려고 노력하는 정부를 보고 있는 부모의 마음은 어떠할까? 엄혹한 국제사회에 대한 이해 없이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힘의 원천을 무시하고 있는 정부에 자녀들의 교육을 맡길 수 있을까? 부모의 입장에서 우려가 될 수밖에 없다.
4. 북한주민의 인권보장 없는 대북정책
현재 한국은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있기 때문에 남북통일이 항상 주요 과제로 주어져 있다. 통일도 중요하지만 먼저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통일전 서독의 동독 지원 목적은 항상 동독 주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한국의 북한 지원이 비판을 받는 이유는 이러한 지원이 북한 주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쓰이기보다는 북한 독재체제의 유지와 핵 개발과 같은 대남 군사 전력 우위를 위해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지독한 지옥과 같은 북한의 인권에 대한 실상이 35,000여 명에 이르는 탈북민들에 의해 국내외 언론에 전달되고 있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외면하는 정부는 남한 주민의 인권을 외면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인권 존중은 남과 북을 가리지 않고 중요한 과제이다. 특히, 북한 주민의 기본적인 생활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은 2019년 7월 국무부에 ‘천부인권위원회(Commission on Unalienable Rights)’를 신설하였다. 인권은 하나님으로부터 받았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건국 과정에 나타나 있는 인간의 자유와 기독교적 천부 인권의 건국 정신을 부정하고, 낙태는 물론 동성애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등 천부 인권을 부정하는 각종 정책이 미국 사회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는 1948년 유엔이 세계인권선언을 발표한 지 70여 년이 지난 지금, 아직 세계의 곳곳 특히, 중국과 북한 등에서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1월에 출범한 미국의 민주당 정부는 중국의 인권탄압에 대해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즉, 위구르, 티베트 등에 대한 인권탄압, 홍콩 인권탄압 등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5. 부담능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복지 포퓰리즘
복지는 부담능력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조세와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을 위한 준조세 부담 수준은 국민의 부담능력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은 조세와 준조세를 포함하여 27% 수준이다(표1 참고). 적은 재원으로 국민부담률이 40%가 넘는 유럽국가 수준으로 보편적 복지를 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이번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기본소득당도 시장 후보를 내세웠다. 기본소득제도는 국민부담이 40% 이상 되는 국가도 채택하지 않고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표 1 : 2019년 기준 조세부담률 및 국민부담률 국제비교>
구 분 | 한국 | 미국 | 일본 | 영국 | 독일 | 이태리 | 스웨덴 | 프랑스 | OECD 평균 |
조세부담률(%) | 20.0 | 18.4 | 25.8 | 26.6 | 24.1 | 29.2 | 33.7 | 30.5 | 24.9 |
국민부담률(%) | 27.4 | 24.5 | 32.0 | 33.0 | 38.8 | 42.4 | 42.9 | 45.4 | 33.8 |
출처: OECD Revenue Statistics(2020년 판)
적은 재원으로 전 국민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는 보편적 복지를 하면, 혜택을 받아야 하는 빈곤계층에 지원할 금액이 적어진다. 야당에서 지원받아야 할 아주 어려운 취약 계층에게 더 많이 줄 수 있는 선택적 복지를 하자고 하면, 여당은 복지를 하지 말자는 것이냐고 프레임을 만들어 뒤집어씌운다. 이것은 복지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최저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표를 의식한 이런 소모적인 논쟁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이 표 때문에 과도한 복지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양식 있는 시민이 막아야 한다. 과도한 복지 포퓰리즘을 극복하는 일은 사회주의와 전체주의의 유혹을 극복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재확립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6. 가치 중심 동맹의 중요성
국제적으로 현재 미국은 중국과 헤게모니 전쟁을 하고 있다. 즉, 중국의 사회주의가 민주주의가 지배하는 국제사회를 잠식하지 못하게 하는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군사 분야는 기본이고, 무역 분야는 물론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경쟁을 하고 있다. 군사 분야는 쿼드(Quad), 5G로 대표되는 통신 분야는 클린네트워크(Clean Network), 디지털 기술 무역 동맹(Five Eyes), 중국의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에 맞서기 위해 블루 닷 네트워크(Blue Dot Network) 등을 가동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은 분야별 전선을 형성하여 중국과 차단(Decoupling)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미국 중심의 자유우방 네트워크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한국은 자유우방 선진국의 일원으로서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강대국의 눈치를 보는 중진국같이 행동하고 있어 국제사회에 실망감을 주고 있다. 적어도 첨단 기술 분야 네트워크에는 참여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기술 분야에 격차가 생기면 만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9월 학생들에게 건국 정신 교육을 하기 위해 ‘1776 국가위원회’(President’s Advisory 1776 Commission on American History)를 신설하였다. 1776년은 미국이 독립선언을 한 해이다. 이 위원회는 영국의 지배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조지 워싱턴이 전쟁을 거쳐 세운 미국의 건국 정신을 재조명하기 위해 신설되었다. 미국의 건국 이전 역사에는 인간의 자유와 기독교적 천부 인권의 건국 정신이 나타나 있지 않기 때문에 1776년의 건국 정신을 특별히 강조하려는 것이다.
이 위원회는 2019년 8월 NYT가 미국 흑인 노예의 역사를 재조명해 보자는 취지로 진행한 ‘1619프로젝트’와는 확실히 다른 입장을 취한다. 400년 전인 1619년은 흑인 노예가 미국에 처음 도착한 해이다. ‘1619프로젝트’는 선의적인 의도와는 달리 미국의 역사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좌파 흑인운동(BLM)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반면에, ‘천부인권위원회’와 ‘1776 국가위원회’는 미국의 역사를 보다 긍정적으로 접근함으로써 건국 정신을 되살려 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트럼프가 만든 이 ‘1776 국가위원회’를 취소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시대적인 과제는 국내적으로 흐트러진 건국 정신과 인간의 자유와 천부 인권을 되살림으로써 각종 사회주의적인 도전을 극복하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을 눌러 인간의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기독교적 천부 인권을 지키려고 하는 가치와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Ⅱ. 시대정신에 담아야 할 내용
위에서 기술한 시대적인 상황들을 종합하여 한국사회의 시대정신을 정리해 본다. 한국의 시대정신은 첫째, ‘청년이 희망을 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청년이 취업하거나 창업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 ‘헬조선’, ‘청년 백수‘, ‘청년실업’ 등과 같은 말이 더 이상 사회적인 이슈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청소년들이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둘째, ‘우리 국민이 남과 북 어디에 살아도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먼저 북한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의 인권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재 남과 북 사이에 존재하는 이데올로기, 경제 수준 등의 차이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주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기본적인 인권을 존중해 주는 일이다.
셋째, ‘과도한 복지 포퓰리즘의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 국민의 재정 부담을 항상 먼저 고려하고, 가장 힘든 사람에게 혜택이 가장 많이 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혜택을 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에게는 자유와 근로 동기를 유발하여 재정 파이를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인과 기업에 자유를 주지 않고 재정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재삼 강조하지만 과도한 복지 포퓰리즘을 극복하는 것이 바로 우리 사회가 사회주의와 전체주의로 가지 않고 자유민주주의를 잘 지켜나가는 길이다.
넷째, ‘미국을 비롯한 자유우방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이다. 해방 이후 우리는 미국을 비롯한 자유 우방국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으면서 나라를 발전시켜 왔다. 그것은 우리의 크나큰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본과의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고, 미국과도 깊은 신뢰를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제사회는 중국의 팽창주의에 맞서 대립적인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미경중(安美經中)과 같이 양쪽에서 좋은 것을 다 취하겠다는 태도는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한다.
안보와 경제도 중요하지만, 우리와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가치동맹(value alliance)이 더 중요하다. 우리가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안보동맹, 그리고 자유시장 경제를 공유할 수 있는 자유우방 네트워크가 바로 우리가 선택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방향이다. 한국은 자유우방 선진국의 일원임을 자각하고, 우리의 선택이 자녀들과 한국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시대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