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과 같은 대재앙은 우리의 의식과 제도, 그리고 관행 등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볼 기회를 주고 있다. 현재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다수의 교사와 학부모들이 청원 등을 통해 9월 신학년제 정책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 정국이 9월 신학년제의 도입을 검토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9월 신학년제는 오래전부터 교육 분야의 전문가들에 의해 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9월 신학년제 도입 문제는 당면한 코로나19 정국뿐만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교육정책 수립의 관점에서 신중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
1. 글로벌 인재양성 시대의 국제교류 현황
우리는 현재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다. 2018년 통산 2,900만여 명의 한국인이 해외로 나갔고, 1,600만여 명의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했다. 현재 국내에는 240만여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으며, 그 자녀는 22만여 명에 달한다.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의 수는 170여 개국 750만여 명에 이르고 있다.
글로벌 시대는 글로벌 인재양성의 시대를 의미한다. 2018년 기준으로 고등교육을 받기 위해 외국으로 유학을 나가 있는 학생은 22만 명이며,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14만여 명이다. 이것은 가계의 교육투자로 봐야 하지만 비용 측면에서만 보면 우리는 매년 4조 원 정도의 유학·연수 수지 적자를 보고 있다. 국내외 유학생은 물론 해외동포 자녀, 국내 외국인 자녀들이 더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국경을 넘나들고 있으며, 대부분의 선진국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교육을 제공하고 인재를 기르고 있다.
2. 3월 신학년 제도의 문제점
국내 학생들은 3월에 시작하는 국내 학제와 9월에 시작하는 국제 학제의 차이로 인해 외국에 나갈 때와 다시 국내로 들어올 때 각각 반년씩 1년 정도의 손해를 본다. 마찬가지로 한국에 들어오고 나가는 외국인 유학생도 같은 정도의 시간적인 손실을 본다. 그러므로 국제적으로 원활하게 소통되지 않는 국내의 3월 신학년제는 국내 학생들에게 불편과 불이익을 줄 뿐만 아니라 해외의 우수한 인재를 놓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3월 신학년 제도가 유용한 점이 있었다. 즉, 유학을 나가는 학생들이 영어를 잘하지 못해서 학원에 등록하여 의사소통 정도 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 간 편지로 입학 수속을 밟는데 몇 달이 걸렸기 때문에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유학 가는 학생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인터넷으로 실시간 입학서류를 주고받기 때문에 입학 수속을 밟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귀중한 6개월의 시간이 더 이상 유용하게 쓰이지 않으며, 이력서와 포트폴리오상에도 공백 기간으로 나타난다. 해외에서 부모를 따라 국내에 들어오는 초중고 학생의 경우에는 외국에서 이수한 학년과 같은 학년의 한 학기를 더 해야 한다. 현재 기존 제도를 바꾸는 수고로움과 추가적인 비용 때문에 9월 신학년 제도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를 바꾸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위해 어느 정도의 수고로움과 비용은 감수해야 한다.
3. 정책제언: 9월 신학년 제도의 도입
지금은 전 세계가 하루 24시간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시대다. 한국이 국제적으로 좋은 파트너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가 국제적인 교류와 소통과정에서 불편이나 불이익을 느끼지 않고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신학년제를 운영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대부분의 좋은 대학과 학교는 세계 국가의 70%가 있는 북반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9월 신학년제를 운영하고 있다.
9월 신학년제가 도입되면 젊은 세대의 국제교류를 위한 국가 간 통용성이 제고된다. 9월 신학년제를 도입하면서 겨울방학 기간을 줄이고 여름방학 기간을 늘리면 사회로부터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사회를 경험할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대학생들은 긴 여름방학 동안 공공기관과 회사에서 인턴십을 하며 사회를 익히고 졸업 후 취업으로 연결할 수 있으며,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거나 해외여행을 통해 국제사회를 배울 기회를 갖게 된다.
물론 초·중·고 학생들도 긴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마음껏 소질과 재능을 키울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사회정서적인 능력의 발달을 통해 더 성숙해질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겨울방학 이후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까지 2월 한 달간의 귀중한 시간이 제대로 사용되지 못했던 문제가 해결된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11월 수능과 1월에 진행되는 정시 입시로 인해 추운 겨울이 더 춥게 느껴지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
9월 신학년제는 6개월을 당기거나 또는 6개월을 늦추어 시행할 수 있다.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청원의 방향은 대체로 한 학기를 늦추자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학생들은 대부분의 주요 국가보다 6개월 늦게 학교에 가고 있다. 만약 6개월을 더 늦추면 취학 연령이 1년 높아지고, 사회 진출도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현재 군 복무 등으로 인해 젊은 세대의 입직과 사회 진입 연령이 비교적 높은 편인데 더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새로운 9월 신학년제를 도입할 경우에는 6개월을 당겨서 시행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즉, 시행 첫해는 2월에 시작하고, 둘째 해는 1월에, 셋째 해는 12월에, 넷째 해는 11월에, 다섯째 해는 10월에, 그리고 여섯째 해는 9월에 신학년을 시작하면 6년 만에 새 학년제가 완성된다. 이와 같이 1개월씩 단계적으로 당기는 방법이 학교의 학생 수용 공간 등 자원의 활용에 있어서 혼란을 적게 가져올 것이다. 대학이 3학기제(semester system)로 할지 4학기제(quarter system)로 할지는 각 대학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좋다.
9월 신학년제는 국제적으로 본류(main stream)이고, 3월 신학년제는 아주 작은 지류(side stream)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가뭄이 들면 지류부터 먼저 마른다’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호환성이 약한 소프트웨어는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하여 소외되고, 결과적으로 소멸했음도 정책 판단의 준거가 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6개월을 늦추어 9월 신학년제를 성급하게 도입하는 것은 잘못된 방향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9월 신학년제의 도입은 코로나19 정국이 잘 마무리된 다음, 학교 운영에 혼란이 없도록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미래지향적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