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8월 22일 오후 ‘국익’에 부합되지 않는다면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의 파기를 결정했다. 국내외 언론이나 전문가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정이었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조차 허를 찔린 격이었다. 왜냐 하면, 22일 파기결정이 있기 직전까지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지소미아’ 유지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문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예전에 비해 일본에 대해 유화적인 모습을 연출하였고, 일본도 삼성전자에 대해 반도체 3대 핵심부품소재의 하나인 포토레지스트(감광액) 2차 수출을 8월 19일 허가하였다. 또한 파기결정 하루 전에 베이징에서 열린 한일 외무장관회담에서도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어 ‘지소미아’는 유지 연장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특히 미국은 한국의 무리수를 방지하기 위해 국무장관 폼페이오의 요청을 비롯해 볼턴 안보보좌관의 방한, 애스터 국방장관의 방한 및 북핵 협상대표 비건의 방한을 통해 많은 공을 들이면서 지속적으로 ‘지소미아’의 유지를 요청했다.
1.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배경
그런데, 청와대는 비건 방문 중에 그리고 한일 외무장관 회담 하루 뒤인 22일 오후 NSC를 열어 논의를 한 다음 갑자기 파기결정을 강행하였다. 문정부는 왜 이런 무리수를 둔 것인가? 그 의도와 속셈에 대한 분석은 난무하지만, 다음 두 가지의 내용으로 정리될 수 있겠다.
첫째, 무엇보다 8월 중순부터 조국 법무장관 후보지명자의 청문회를 앞두고 조국 후보와 그 가족구성원들에 의한 국가자산의 횡령과 자녀 대입부정의 비리 행태 등에 대한 뉴스의 초점을 해외로 돌리고자 물타기 효과를 노린 결정이란 의혹이다. 설마 그런가? 과연 그렇다면 문정권은 조국 후보 한 개인을 살리고자 국민의 생명과 재산 나아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외교안보 사안에서 초유의 무리수를 두었단 말인가? 현재로서 분명히 증거를 들이대긴 힘들다. 25일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조국의 법무장관 적합도 판정에 대한 여론은 2-3일 사이에 적합 의견이 48%에서 18%로 줄어들었다. 청와대와 여당은 바로 직전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고 정권의 핵심실세이었던 조국 후보의 낙마는 문재인정부의 레임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전문가라면 생각할 수 있는 합리적 의심이다. 그렇다면 이 조치는 국민여론을 호도하고 국가 안위를 무시한 정책결정이며 한일관계를 국내정치에 이용한 외교적 폭거이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정권 핵심세력은 원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반대해왔고 이를 연장할 마음이 없었다는 해석이다. 이것은 7월에 일본이 에칭가스를 비롯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3대소재의 수출규제를 하고 8월 초 수출심사우대국가(화이트 리스트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여 한일 수출규제 갈등이 격화된 이후 이러한 전략을 구상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일 수출규제 갈등을 활용해 ‘지소미아’를 파기하고, ‘지소미아’가 파기되면 한미일 안보협력 구도가 와해되어 미국이 매우 분노할 것이란 점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왜냐 하면 ‘지소미아’는 일본과의 군사정보 협력이지만, 이것은 북한 비핵화와 중국의 군사력 확장을 억지하기 위해 미국이 원하는 협정이고 요청이었기 때문이다.
문정부가 과연 ‘지소미아’ 파기가 주한미군의 철수나 한미동맹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다면, 이것은 북한 김일성 3대 세습체제가 주장해온 소위 ‘갓끈 전술’의 일환으로 이용될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갓끈 전술’이란 한국을 지탱하는 두 개의 끈은 한미동맹의 끈과 한일협정의 끈이 있고, 이중 하나의 끈만 절단해도 한국은 심대한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지소미아 파기가 북한의 ‘갓끈 전술’을 지원한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잘못된 판단이다. 지소미아 파기가 한미동맹 파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말 현 문재인 정권이 이러한 점에 착안한 것일까? 그렇다면 북한과의 협력을 위해 한일협력을 부정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기초까지 허물어뜨리는 매우 위험한 반국가적 행위이다.
최근 문대통령의 ‘워드 폴리틱스’(word politics)를 보면 이러한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남북이 협력하여 ‘평화경제’를 실현시켜 일본의 경제침략에 대항하자는 얼토당토 안하는 이야기를 최근 두 번에 걸쳐서 한 바가 있다. 남북한 ‘평화경제’의 실현이란 말은 듣기 좋을지 모르나 북한의 핵무장이 진행 중이고 국제사회가 이에 대한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는 현재로선 가당찮은 말이다. 성립이 될 수 없는 가상적 환상에 불과하다. 한반도가 참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및 인권법치 국가로서 통일이 된다면 그때 가서 성립시킬 수 있는 경제공동체일 것이다. 그 때에 가서라도 북한을 개발하여 개발도상국 및 중진국 경제로 진입시키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많은 세금과 자원이 투입되어야 할 것이며, 이 또한 미국과 일본 및 중국이 함께 협조해야 가능하다. 즉 일본도 투쟁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협조해야 할 평화경제, 통일경제의 중심축인 것이다.
2. 월등한 일본의 정보능력과 한미동맹 약화
이번에 파기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인 ‘지소미아’는 다양한 시각에서 그 효용성을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한일 양국 모두에게 유용하겠지만 우리의 현실에서 보면 8:2 정도로 한국에게 더 유리한 협정인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한미동맹의 파트너인 미국이 강력히 원하는 안보전략 구도인 것이다. 첫째, 일본은 많은 정보자산을 소유한 자유우방 이웃국가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월등한 신호정보, 영상정보, 통신감찰 정보능력을 가진 국가이다. 한국에는 없는 정찰위성 8기를 소유하여 20분마다 한반도 상공을 촬영할 수 있으며, 한반도 전역을 통신감청을 할 수 있는 대규모 통신감청소 19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둘째, 일본은 다양한 정보자산을 운용하는 첨단 정보자산 군사력 국가이다. 전자정찰기 16대, 조기경보기 22대, BMD 능력 보유 이지스 구축함 8척 등 현 수준에서 한국보다 월등한 정보자산 군사력을 운용중이다. 북한의 핵미사일공격을 막아내고 억지시키기 위해선 일본의 이러한 능력을 활용해야 한다. 셋째, 일본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토대로 한 가치동맹 국가이자 위기 시에 안보협력을 해야 하는 이웃 ‘유사동맹’(Quasi-alliance) 국가이다. 한반도 급변사태나 북핵위기 고조시 한미동맹을 가동하여 대응해야 하지만, 주한미군의 병참 자원과 인원 및 전략자산의 요체가 일본 요코스카기지나 오키나와기지에 대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반도 위기 시에 일본의 안보협력이 필수적이란 뜻이다. 정보자산의 공유는 물론이고, 중장기적인 안보협력의 핵심파트너로서 일본과의 안보협력, 정보공유협력은 북핵 대비 대한민국 안보에 불가결하다. 마지막으로, ‘지소미아’는 한미동맹의 유지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며 한미일 3국간 안보협력을 위해 불가결한 점이다. 또한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이 적극 협력하고 있는 ‘인도 ? 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의 발전에도 유용하다.
이번 파기결정에 대한 미국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미국 국무성과 국방성 고위관리들은 청와대 안보실이 설명한 미국과의 ‘협의와 이해’는 없었다고 잘라 말하면서, 문재인정부에 대한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시했다. 심지어 한 고위관리는 문재인정부는 ‘거짓말’(lie) 하고 있다고 분노를 표시하기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영향은 차후 나타날 것이라고 입장을 다소 외교적으로 유보시키긴 했지만, 미국의 이러한 실망감과 배신감은 차후 2020년도 주한미군 방위비협상 과정에 크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한 한미동맹 자체에 대한 회의로 작용할 위험이 없지 않으며, 한국 자신이 스스로 자신을 미국 방위선에서 제외시키는 ‘신 애치슨라인’을 긋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살 정도이다. 문재인정부가 한미동맹을 약화 또는 와해시키고 중국이나 북한 쪽으로 경사할 위험성을 직시하고 있다는 위험신호인 것이다.
3.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복원시켜야
일본정부는 ‘도대체 문재인정부의 의도가 뭐냐’라고 충격을 받는 모습이다, 아베 수상의 ‘신뢰 해치는 대응에 유감’, 이와야 방위상의 ‘현재의 안보환경을 오판한 대응이며 실망’이란 비판이다. 한국 문정권을 도저히 이해도 신뢰도 못하겠다는 의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협정종료는 한일이 더 이상 우방이 아님을 나타내는 상징적 조치’라고 보도했다. 9월에 예정되었던 한일 ?일한 의원연맹 합동총회도 연기되었다. 일본은 표면적으로는 대단히 놀라면서도 속으로는 좌파정권 문정부의 속성을 꿰뚫고 있다. 이미 2018년 12월의 방위계획대강 및 2019년 방위백서 등을 통해 한국과의 안보협력 및 경제협력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일본의 방위협력 우선순위는 미국, 호주, 인도, 동남아이며 맨 꼴찌로 한국을 거명할 정도로 회의적이다. 문정부는 외교협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때늦은 감이 있으며 협상을 하려면 먼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합당한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한일 간 조약이나 외교협상 결과에 대한 신뢰의 차원이란 것이다.
상기 여러 의미와 ‘지소미아’의 효용성을 생각한다면 문정권은 지소미아가 효력을 상실하는 11월 23일 이전에 파기결정을 거두고 한미일 3국 협력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한일 군사정보협력의 상실은 미국의 동아시아전략에 차질을 가져올 것이며 나아가 북핵에 대비한 한미동맹의 약화 또는 와해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결정이다. 이번 대통령의 결정은 헌법 제66조 2항의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는 대통령의 책무를 망각한 무지한 결정임을 재차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