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업무 숙련도와 생산성이 떨어지는 외국인에게도 내국인과 동일한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지만 여당과 다른 야당은 ‘외국인 차별’이라며 공격하고 있다. 이슈만 제기되면 이슈의 본질보다 정쟁으로만 흐르는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단면을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란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중소기업들이 꾸준히 제기해왔고, 최근 최저임금위원회 공청회에서도 의제로 올랐다. 첫째로 외국인 근로자의 낮은 생산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 채용 이후에도 기본적인 언어소통, 작업능력을 가르치는 데 최소 1년을 투자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부담이 된다”고 했다.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의사소통이 안 되는 등 생산성이 내국인 근로자보다 낮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3월 27일 발표한 ‘외국인력 고용 관련 숙식비 제공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동생산성은 내국인의 87.4%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최저임금 심의 관련 공청회에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는 이유다. 업체 10곳 중 7곳 가량은 말이 통하는 북한 근로자 고용을 원한다고 할 정도다.
정부는 근로기준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들어 국적에 따른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중기중앙회는 의사소통과 숙련도, 생산성 등을 고려해 2년간 수습기간을 두고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건의서를 내어 놓고 있다. 일본이 외국인 산업연수생에게 1~2년간 최저임금의 80~90%만 지급하는 방식을 참고하는 등 외국인 근로자를 차별하자는 것이 아니라 국제규범 내에서 적어도 생산성은 반영되는 임금체계를 가져가자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둘째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가 외국인에게 제공되고 있는 현물숙식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지 않아서 사업주가 지급하는 임금이 내국인보다 많아지는 내국인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 제조업체 외국인력(E-9) 활용 관련 숙식비 부담 현황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갈 곳 없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기중앙회 조사에서 기업들은 외국인 1명당 평균 40만원에 달하는 월 숙식비 부담을 떠안고 있어 임금과 별도로 기업들엔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물가수준을 고려할 때 이 정도도 최소한의 원가만 고려한 최소부담 수준으로 보인다. 만약 한끼 식사를 5천원, 하루 1박 비용을 1만원으로 가정할 경우 매월 사업주가 지급해야 하는 숙식비는 75만원이 된다.
올해부터 교통비·숙식비 등 복리후생비 중 최저임금의 7% 초과분이 최저임금에 산입되지만, 현물로 제공하는 기숙사와 점심식사는 제외된다. 이로 인해 숙식비만큼 내국인 역차별이 발생한다. 생산성이 낮고 잦은 이직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주로 현물로 지급되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도 포함되지 않는 숙식비로 인해 내국인보다 많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고용노동부가 숙식비를 외국인 근로자에게 징수할 수 있도록 ‘외국인 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2017.2.6.)’을 마련했지만, 숙식비 전액을 공제하는 업체가 5.8%에 불과할 정도로 유명무실하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동의서 서명을 거부하는 데다, 사후에 공제할 경우 이직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숙식비 공제 조항을 표준근로계약서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고용부는 업무지침을 만든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는 식으로 대응이 없는 실정이다.
정부와 국회가 지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일부 확대했지만 미봉책에 그쳤다. 복리후생비 일부만 포함시키고, 매달이 아니고 두세 달에 한 번 주는 정기 상여금은 산입조차 되지 않았다. 여권에서도 최저임금 동결 목소리가 높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크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바로잡아야 한다.
셋째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더해 외국인근로자들의 잦은 이직으로 겪는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이 2년간 29%나 급등한 상황에서 숙련도가 떨어지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내국인과 동일한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보다 낮은 보수를 찾아가는 이직이 갈수록 잦아지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낮은 업무숙련도가 개선되지 않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을 많이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명절이 오기가 무섭다고 한다. 명절 연휴기간을 이용해 동료들을 만나러 가서 돌아오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적지 않다는 하소연이다.
현행법은 입국 후 최초 3년간 3회, 재고용 1년 10개월간 2회의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 조사 결과 첫 직장에서 1년을 채운 경우는 39.9%에 그쳤다. 더 좋은 사업장으로 옮기기 위해 꾀병이나 결근, 태업 등을 하는 사례가 많은데도, 회사에서 제재할 수단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생산 차질에 따른 납품 지연 등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이 떠안아야 한다. 일본처럼 1년간 근무처 변경을 불허하도록 해야 한다는 업계의 제안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임금수준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로 인해 오히려 외국인 근로자에 비해 내국인 근로자들이 역차별을 받는 실정까지 이르다 보니 외국인 근로자들의 ‘코리안드림’ 행렬은 줄을 잇고 있다. 자연히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도 급증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불법체류 외국인은 2016년 20만 9천명에서 2017년 25만 1천명으로 증가하다 2018년에는 35만 5천명으로 10만 4천 명이나 급증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이러한 불법체류자를 포함해 100만 명이 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고 이들의 국민연금 보험료도 절반은 회사가 낸다. 대다수의 근로자가 출국할 때 사업주가 낸 금액까지 합쳐 반환일시금으로 받아 가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그들에게 ‘이중 퇴직금’이 되고 있고 국민연금기금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 5년간 이들이 해외로 송금한 돈의 합계가 14조 7,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건강보험 부담도 적지 않은 문제다.
외국인 근로자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중소 제조업 현장에서 부족한 일손을 메우고 있다. 노동인권 침해로부터 이들을 보호할 사회안전망은 작동되어야 하고 당연히 국제규범도 준수되어야 하지만 생산성을 넘어서서 내국인이 오히려 역차별 받는 문제는 시정되어야 한다. 업계의 요구를 잘 살펴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전면 보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