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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봉] 언제까지 교육을 정부에 맡길 것인가
 
2007-11-20 10:15:22

언제까지 교육을 정부에 맡길 것인가


김영봉(한반도선진화재단 지도위원,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우리 대학입시 정책의 목적은 “변별력(辨別力)을 없애자”는 것이다. 향후 좌파정부가 계속 집권한다면, 이미 여권 대선후보가 시사했듯이, 종국에 대학입시는 완전히 없어지고 지금 중·고교처럼 국가가 모두 배정할 것이다.

 
대입 수능 점수는 이제까지 가장 중요한 입시 평가지표였지만 금년부터는 무의미해졌다. 등급제로 바뀌기 때문에 1등급의 경우 상위 4%, 2만2000명이 전부 똑같은 점수를 받는다. 중앙대 정경대가 과거 상위 3.5% 정도를 합격시켰으니 곧 서울 소재 대학의 학생 수준은 모두 같아질 것이다.
 
고교 내신(內申)도 마찬가진데, 3불(三不) 정책에 의해 우수한 고교 출신에게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그런데 2003년 치러진 ‘OECD 수학시험’ 결과를 보면, 어떤 외고는 72%의 응시생이 상위 4%에 들어간 반면 어떤 일반고는 상위 60% 안에 단 한 명도 집어넣지 못했다. 실상 이런 학력차이 자료는 공개하는 것조차 금지돼 있다. 기업으로 말하자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무제표는 불량 기업에게 불리하니 투명하게 만들거나 공개하지 말라”고 명령하는 격이다.
 
대학이 직접 시험을 치러 학생을 뽑는 본고사는 물론 금지돼 있다. 이것은 대학이 제가 가르칠 학생이 가르칠 재목인지 아닌지 테스트하고 기왕이면 좋은 재목을 뽑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막고 “왜 세계적 대학을 못 만드느냐”고 대학을 꾸짖는다. 마치 기업에게 “품질관리 하지 말고 일류상품을 만들어내라”고 주문하는 격이다.
 
오늘날 한국의 교육은 ‘선진국 중 꼴찌’다. 외국 대학생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한국에 유학 오기를 가장 기피한다. 2007년 OECD국가 평균 외국인 대학생 비중이 7.6%인데 한국은 0.5%로 꼴찌를 차지했다. 한편 학생이 후진국으로 가장 많이 탈출하는 나라도 한국이다. 2006년 중국의 외국인학생 중 무려 38%가 한국인이었다. 뉴질랜드의 외국인 초등학생 2907명 중 한국학생은 83%! 2429명이었다.
 
세계 12대 경제대국이며 세계에서 가장 유별난 교육욕구를 가진 한국교육이 이 모양이 돼야 하는가? 이것은 마치 미얀마가 쌀을 수입하고 인도네시아가 석유를 수입하는 꼴과 똑같다. 해방 후 우리나라에는 사학(私學)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자랐고 성공한 기업가들은 학원 설립과 인재 육성을 일생의 보람으로 삼았다. 그러나 계속된 좌파 교육정책이 이런 기업가정신의 싹을 자르고 명문(名門)의 씨를 말려 버렸다.
 
최근에도 참여정부는 “교육 불평등을 대물림시키는 주범”인 외고, 예고 등 신흥 명문고를 과거 실업계고교인 특성화고로 전환시키기로 했다. 만약 휴대폰이나 자동차도 “불평등과 위화감을 조성하므로” 부자가 소비함을 금지시켰다면 서민들이 지금 자가용 승용차를 굴리고 휴대폰을 쓸 수 있겠는가. 지난 반세기간 우리 교육 부문을 시장에 맡겨 마음껏 성장하게 놔뒀다면 지금쯤 세계적 명문고와 대학이 온 나라에 넘쳐, 휴대폰·승용차처럼 서민들이 좋은 학교를 골라 가게 됐을지 모른다. 우리 아이들이 후진국에 가는 대신 한국의 각급 학교가 세계 유학생으로 넘쳤을 수도 있다.
 
미국의 대학 수준은 세계 최고지만 정부가 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 하버드대학이나 6개월짜리 비서학원이나 자유롭게 ‘칼리지’ 간판을 달 수 있고, 교육 소비자는 마치 상표를 보고 물건을 고르듯 학교를 선택한다. 대학은 학력, 돈, 가문 무엇이든 제가 좋은 기준을 정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그러나 대학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므로 “정부의 은혜가 아니라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따라서 경쟁적으로 수업의 질을 높이고 낙제한 학생을 가차 없이 퇴출시킬 수밖에 없다. 만약 미국의 대학도 정부가 일일이 통제했다면 한국처럼 됐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좌파집단은 자녀 교육을 어떻게 시장에 맡기느냐고 소리친다. 그러나 지금 좌파 정권하의 교육부총리나 대통령 후보는 외국으로 자녀를 보내고 평준화 교육의 고통은 모두 서민이 떠맡는 현실 아닌가. 이런 속임수에 노상 빠지는 국민은 후손에게 교육지옥을 ‘대물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이 글은 2007년 11월 19일자 조선일보 [아침논단] 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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