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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 서브프라임이 아시아 경제패권 앞 당긴다
 
2007-11-16 14:45:16

서브프라임이 아시아 경제패권 앞 당긴다


이인실(한반도선진화재단 경제정책연구소장,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충격으로 지난 주말 뉴욕증시 폭락에 이어 금주 초 아시아증시가 동반 급락했다. 서브프라임 충격의 여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 못한 바는 아니었으나 서브프라임 문제가 세계경제의 두통거리임을 다시 한번 입증시켜주는 사건이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서브프라임의 망령이 나타나 금융시장을 괴롭힐 것이다. 당장 싼 금리의 엔화 자금을 빌려 미 달러 등 각국 통화로 바꿔 전 세계 고수익 자산에 투자한 2,000억달러에 달하는 엔캐리 자금의 청산이 이루어지면서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을 칠 것으로 보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건의 핵심은 금융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에서 비롯된 불확실성이다. 우량하지 않은 미국 소비자에게 무리하게 대출해 준 모기지 회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모기지 관련 채권을 투자은행에 팔았고, 은행들은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담보부증권을 발행했다. 투자은행들은 더 나아가 부실채권이 발생해도 원금을 보장해 주는 신용부도스와프와 같은 파생상품까지 만들었다. 여기에 헤지펀드까지 끼어들어 파생상품을 샀는데 그 헤지펀드에 상업은행들이 돈을 빌려 준 것이다. 문제의 발단인 비우량 소비자가 집값 하락으로 이자를 못내게 되고 담보로 잡은 집 값으로 부실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물고물리는 관계 속에서 부실이 쌓이면서 유동성이 돌지 않게 된 것이다. 이번 증사파동은  몇몇 상업은행들이 사상초유의 부실을 상각을 해야 한다고 발표한데서 발단이 되었다. 급기야 미국 재무부의 압력으로 시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 모건체이스 등 미국의 소위 3대 은행이 750억~1000억달러 규모의 서브프라임 대처 기금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연내 만들어질 이 기금은 서브프라임으로 손실을 입은 투자목적회사(SIV) 등의 파산을 막기 위해 사용될 것이다. 국제 금융시장의 동요를 막기 위해 다국적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진은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계속될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는 직접적인 연관은 적지만 여진의 여파에 환율과 유동성이 출렁이면서 경제와 금융시장이 모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불확실성 가운데도 확실한 것이 있다.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로 경제패권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옮겨지는 것이 앞당겨 질 것이라는 점이다.
 
처음 이 사건이 터졌을 때 만해도 중국 위안화 본격 절상 시 전세계 주식․부동산 가격 상승 떠받쳐 온 골디락스 경제가 끝나는 것이 아닌가에 논의의 초점이 많이 맞추어졌지만 벌써 여러차례 여진이 이어지다보니 논의의 초점이 바뀌고 있다. .
이문제의 핵심은 미국의 5배를 웃도는 중국과 아시아 경제의 성장이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경제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올래 성장률이 2%대에 그칠 것인 반면 중국은 11%대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세계 경제 성장의 25%를 기여하게 되고 미국의 성장 기여도는 2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중국경제가 세계 성장기여도 면에서는 1위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물론 올해 들어서만 100%이상 오른 중국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주식시장은 고평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우려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주가수익률(PER)이 아닌 주가수익성장비율(PEG)을 생각해 보면 아시아시장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도 있다.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중국이 지금처럼 고성장을 해나간다면 이제 글로벌 유동성을 결정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될 것이다. 이번 서브프라임사태로  월가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구겨졌다. 버냉기 미연준 의장이 소신을 굽히고 미국의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기준 금리를 전격 인하했지만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대변하는 달러화 가치는 급락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중심의 경제패권 시대가 서브프라임 사건을 계기로 앞당겨지고 있는 것이다. 약달러로 인해  미국의 팍스 아메리카나도 저물어 가고 있다.

 
♤ 이 글은 2007년 11월 넷째주 선진한국신문에 실릴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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