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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열] 北의 NLL 무력화 책동부터 경계하라
 
2007-11-07 09:52:45

北의 NLL 무력화 책동부터 경계하라


유호열(한반도선진화재단 남북문제팀장,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지난 21일 북한군 해군사령부는 우리 해군이 자신들의 ‘신성한’ 영해를 침범했다면서 이는 10·4 남북정상선언에 대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노골적인 도전이라고 비난했다. 북한군 당국이 정상회담 2주일여 만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와 관련한 경고성 발표를 한 것은 한마디로 북한군은 NLL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10·4선언에서 발표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안은 남한의 NLL 포기를 전제로 합의된 것임을 주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배경과 향후 사태 진전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군이 이 시점에서 NLL을 인정하지 않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하는 배경은 10·4선언에 명시된 합의사항 중 서해평화협력지대안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보다 분명히하려는 것이다. 10·4선언에 대한 우리 정부의 해설 자료를 보면, 서해평화협력지대안은 우리측이 먼저 제안하고 김정일 위원장은 이를 수용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럼에도 10·4선언에 NLL에 관한 언급이 없었던 것은 남북정상이 해상경계선에 대해서는 각자의 기존 입장을 고수한 채 평화협력지대안에 합의한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북한군이 NLL 불인정 입장을 재차 천명한 것은 NLL 고수 입장을 밝힌 김장수 국방장관을 비롯한 우리 정부 당국의 입장에 쐐기를 박고 결국 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NLL의 재설정 또는 폐기가 전제 조건임을 확실히해두려는 것이다.
 
아울러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축과 관련한 제반 논의가 이뤄질 남북 총리회담과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자신들의 기존 입장을 강하게 천명함으로써 우리측을 압박하기 위한 회담 전술로도 파악된다. 양측의 해상경계선 재설정 문제와 서해평화협력지대안의 운영과 이를 군사적으로 보장하는 문제에 관한 회담에 앞서 분쟁 요인인 NLL 그 자체를 쟁점화함으로써 회담의 의제를 선점하고 NLL 무력화를 관철하려는 전략이다.
 
북한군의 NLL 불인정 입장 재확인을 통해 우리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부각시켰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합의가 얼마나 허술한 것인지를 재삼 확인할 수 있다. 북한군의 주장을 보면 이는 남한 내부 갈등을 촉발시키기 위한 이간책일 것 같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성과에 급급했던 나머지 북측 책략에 말려든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도 한다. 북한의 전통적 전략·전술은 있지도 않은 사실을 꾸며대어 내부 혼선을 초래함으로써 적전분열을 조장하는 것인데, 마치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NLL 재설정과 같은 이면합의를 해준 듯한 주장을 펴고 있다.
 
따라서 “평화협력지대 설치를 합의하고서도 불법적인 NLL을 고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리석다”는 북한측 주장에 대해 우리 정부는 명백히 입장을 밝힘으로써 우리 내부의 혼선과 혼란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NLL에 대해 대통령이나 통일부장관 등이 앞장서서 영토개념이 아닌 안보개념이라느니, 영토선이 어쩌고 헌법에 위반되느니 마느니 등 혼란을 초래한 점을 분명히 정리해 ‘신성한 영해’를 주장하는 북측 입장에 분명히 대응해야 할 것이다.
 
NLL은 분단이란 특수 상황에서 우리의 영토선이자 해상경계선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한반도의 평화와 우리의 안보를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양측 경계선에 대한 논의는 최소한 19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한반도의 평화가 항구적으로 정착되는 과정에서 다뤄질 수 있으되, 그러한 시점에 이르기 전까지는 쌍방이 관할하던 지역을 평화적으로 관리하기로 한 합의가 준수돼야 한다. 국제법적으로나 남북기본합의서상에 비추어 정당한 NLL을 사수하는 우리 해군에 대해 군사적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좌시하지 않겠다는 북한군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그 어떤 NLL 재설정 논의도 있어서는 안된다.
 
 
♤ 이 글은 2007년 10월 24일자 문화일보 [포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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