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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기] 건보 재정 운용 이대로는 안된다
 
2007-10-31 09:30:22

건보 재정 운용 이대로는 안된다


조영기(한반도선진화재단 교육네트워크 실장, 경제학 박사) 


보건복지부가 추산한 ‘2008년도 건강보험 재정 전망’은 수입은 7.8% 늘지만 지출이 12% 증가해 1조4115억원 규모의 당기 수지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내년도 건강보험료를 8.6% 인상해야만 건보 재정이 적자를 면할 수 있다고 한다. 인상률만 놓고 보면 역대 최고 수준이다. 국민의 눈에는 지출을 줄이면 될 일이지, 왜 인상을 강행하려는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또한 적자를 앞세워 힘없는 국민을 협박하려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주먹구구식 재정 추계를 바탕으로 입원환자 식대 지원, 고액 중증 보험급여 대상자 과보호 등의 선심성 재정 지출은 확대됐다. 특히 연간 4500억원 정도 지원되는 입원환자 식대 지원은 건보 재정의 압박 요인과 직결된다는 비판이 있다. 이런 주먹구구식 재정 추계가 보험정책 추진의 기초자료로 활용됐으니 정책 불신은 자초한 일이다.
 
건보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또 다른 요인은 2004년부터 실시한 차상위 의료급여제도를 2008년부터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체계로 바꾸기 때문이다. 차상위 계층 의료급여 환자의 건보 전환은 의료급여에 지원되던 국고 지원을 줄이는 대신 그 부담을 건보 가입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건보공단은 2008년 2755억원, 2009년에 7248억원의 부담을 새로 떠안게 된다고 한다. 이런 보건복지부의 행태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정책일 뿐 정부의 책무를 저버린 처사다. 또한, 복지 예산 증가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위한 꼼수다.
 
보험료 징수도 항상 문제다. 납부할 능력이 있는 상습 체납자의 방치,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의 소득 허위신고와 체납, 피부양자의 소득 은폐 등의 수법으로 인해 탈루액이 천문학적이다. 또한, 건보료 체납자의 부당 진료 금액만도 6000억원이 넘는다. 건보공단은 건보료 징수체계를 정비하여 탈루와 국민의 부담을 줄이고 체납자의 부당 진료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임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역대 최고 수준의 건보료 인상을 운운하기 전에 건보 재정관리 체계의 효율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의 선심성 건강보험정책으로 인해 내년에는 약 8500억원의 건보 재정 적자가 전망된다. 결국 국민은 건보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해마다 6~10%의 건보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할 판이다. 건보의 재정 적자 문제는 엉터리 재정 추계, 선심성 정책으로 해마다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적자가 발생할 때마다 보험료를 인상해서 해결하는 방법은 시대착오적 정책 운용이다. 17년간 건보료가 7배 증가했지만 의료 서비스의 질은 거의 개선되지 못했다. 건강보험 체계의 패러다임 변화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건강보험은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재화(value good)이기 때문에 반드시 공급돼야 한다. 문제의 초점은 적은 비용으로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하느냐다. 그런데 건보 제도의 특징은 의료 공급자가 이해관계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 공급 서비스의 양과 질을 효율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의료 공급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통합건보 체계를 조합별, 또는 광역별 체계로 바꿔 보험자를 다원화해야 한다. 이는 다수의 보험자가 의료 서비스 공급자를 감시 통제하는 체계로 의료 공급 기관의 전횡을 차단할 수 있다. 그리고 건보의 본인 부담과 비보험 급여를 충당할 수 있도록 민간 의료보험을 도입해야 한다. 민간 의보 도입은 민간 의보 회사가 가입자들의 건강 관리와 보험급여 심사에 참여함으로써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의 통제가 가능한 부분은 시장에 그 권한을 넘겨준다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 이 글은 2007년 10월 30일자 문화일보 [포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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