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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 세계 금융시장에 드리운 먹구름
 
2007-10-24 09:46:06

세계 금융시장에 드리운 먹구름


이인실(한반도선진화재단 경제정책연구소장,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1987년 10월 19일 경험한 블랙먼데이 20주년을 기념이라도 한 것일까. 미국 증시 급락과 중국 긴축 우려, 고유가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엊그제 국내 주식시장이 대폭락, 우리나라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언론은 이를 내다봤는지 이미 지난주부터 20년 전 블랙먼데이와 현재의 경제·금융시장을 비교분석하는 내용을 쏟아냈다. 돌이켜 보면, 1990년대 초반 미국 저축대부조합 파산, 1994년 멕시코 금융위기,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 2000년 IT 버블 붕괴, 2002년 엔론 파산, 그리고 최근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 등 지난 20년간 수차례의 크고 작은 금융시장의 혼란이 있어 왔다. 그때마다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간섭과 국제적 공조체제에 힘입어 문제를 해결해 왔다.

그동안 수년마다 어김없이 일어난 관계로 경험이 축적되어 대책이 쉽게 손에 잡힐 듯함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도 예외가 아니다. 미 연준의 신속한 대응과 국제적 공조로 급한 불은 껐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서 조그만 충격에도 금융시장이 과잉반응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주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성명을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 발생 이후 처음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신용시장 붕괴가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근저에는 미국이 있다. 쉽게 말하면 부자나라인 미국의 국민들이 가난한 나라인 아시아 각국에 빚을 지면서 벌어들인 것 이상으로 과도하게 소비를 해댄 탓이다. 미국 정부 역시 달러화 유동성을 과도하게 풀어서 여기에 일조를 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달러화 환율은 사상 최저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거대 재정적자와 거대 경상수지 적자의 함정에 빠진 미국이 문제의 출발점이라는 이야기이다. 물론 미국 혼자서는 이 거대한 글로벌 불균형이라는 드라마를 연출할 수가 없다. 거대 중국이 연 10%에 달하는 실질경제성장률을 지속하면서 달러를 끌어당기고 있다.
 
1980년대 중반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쌓여가는 반면, 일본과 독일은 국제수지 흑자가 누적되고 있었다. 이 당시 글로벌 불균형 규모는 최근의 절반 정도였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해결하고자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선진 5개국(G5)의 재무장관들은 1985년 9월 워싱턴에 모여 유명한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를 하였다. 주 내용은 미 달러의 약세를 위해 G5 중앙은행들이 외환시장에 동시에 개입해 보유외환(달러)을 매각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엔화 환율은 그 다음 해인 1986년에는 1985년의 70% 수준으로 하락하였으며 1988년에는 거의 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그때와 다른 점은 이번에는 일본 외에 중국과 유럽의 이해관계가 얽혀서 합의는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G7 재무장관회의에서 위안화가 과도하게 저평가되어 있다는 경고가 있었지만 중국당국은 환율은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이러한 우려를 일축해 버렸다. 문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까지 중국의 고성장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글로벌 불균형의 핵심은 역시 환율이다. 최근 정부는 원화 절상을 억제하기 위하여 해외 부동산 및 증권 투자를 장려하고 있으나 부작용으로 최근 단기 외채가 급증하고 있다. 작고 개방된 한국경제는 외부 충격에 약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불균형에 대한 경고들이 현실화되면 너무 늦는다. 시장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환율을 시장에 맡기는 선제적인 정책을 쓰는 것만이 충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 이 글은 2007년 10월 23일자 세계일보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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