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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덫에 빠진 노정부의 ‘자주노선’,위정척사식 명분론”
 
2007-10-17 10:42:07

“덫에 빠진 노정부의 ‘자주노선’,위정척사식 명분론”


김영호(한반도선진화재단 연구위원,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불량국가’ 북한과의 공조위해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공격하는 노 정부”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작년 10월 북핵 실험으로 인하여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최근 ‘10.4 공동선언’은 북핵 폐기 문제에 대한 구체적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 선언의 화려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실패를 감출 수는 없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우리 민족끼리’라는 허구적 ‘민족공조론’에 동조하여 북한에 대한 환상을 초래하고 왜곡된 안보문화와 국론분열을 조장했다.
 
‘우리 민족끼리’는 국제사회와 협력을 배제하는 폐쇄적 민족공조론이다. 민족공조론은 자주라는 미명 하에 체제 유지를 위해 개혁과 개방을 거부하고 쇄국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이 만들어낸 허구적 선전문구에 불과하다.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이란 ‘김일성을 추종하는 민족’을 말한다.
 
오늘날 한국의 민주화와 경제발전은 폐쇄적인 민족 논리에 머무르지 않고 국제사회와 어울리며 세계화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간 결과이다. 우물 안 개구리식의 ‘자주노선’을 선택한 북한은 수백만의 아사자를 낳았다. 그리고선 외부에 손을 벌리고 있다. 민족공조란 허울을 통해서 자신의 잘못을 감추고 벗어나려 한다. 한국에게 북한의 민족공조론은 ‘민족공멸론’에 불과하다. 북한의 민족공조론에 부응하여 북핵 폐기를 위한 국제공조를 등한시하는 노무현정부의 정책이 되풀이될 경우 국가안보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이념적 자주노선’은 한미동맹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크고 작은 국가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내는 국제정치현실은 중앙정부가 없는 정글과 같은 무정부상태이다. 이 상태 하에서 국가들은 자신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은둔, 자강, 동맹의 방법을 채택할 수 있다. 세계화와 정보화로 인하여 혼자 숨어산다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아무리 강한 국가라도 자강에는 한계가 있다. 탈냉전 이후 세계의 유일초강대국으로 등장한 미국조차도 모든 것을 스스로 자급자족하지 않는다. 혼자서 모든 국가들과 경쟁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자원을 국방비에 투입한다고 하면 복지와 교육과 같은 민생은 설 땅이 없다. 결국 국가들은 동맹을 통한 생존의 추구라는 가장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을 채택하게 된다. 대외적 자주성과 자율성에 대해 일정한 제약을 받더라도 생존을 위해 동맹을 체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구한말 우리 민족은 위정척사파식의 명분론적 자주노선을 추구하다가 망국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지금까지 한국은 ‘실용주의적 동맹노선’에 기초한 한미동맹을 통해서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유지해 왔다. ‘자주의 덫’에 빠진 노무현 정부의 위정척사파식의 시대착오적인 ‘명분론적 자주노선’ 때문에 한미동맹이 뿌리째 뒤흔들리고 있다.
 
자주노선이라는 명부 하에 추진된 노무현정부의 전시작전지휘권 이양 문제는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온 한미연합방위체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한미연합사령관은 한미 양국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서 유사시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주한미군 사령관이 겸임하고 있는 한미연합사령관에 의한 전시작전통제권 행사 문제를 군사주권 문제로 비화시켰다. 노무현 정부는 자주노선의 환상에 빠져서 전시작전통제권을 단독으로 행사하는 것이 마치 빼앗긴 주권을 회복하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허위 사실을 동원하여 국민의 감성적 민족 정서를 자극하여 국가안보 문제를 국내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잘못된 것이다. 2007년 2월 한미 양국 국방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게 2012년 4월 17일 이양하기로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이로써 한미연합사령부는 해체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6·25전쟁 초기 전쟁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국군의 작전통제권을 유엔군사령부에게 이양했다.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의 창설과 함께 그때까지 유엔군사령관이 단독으로 행사하던 작전통제권이 한미 양국 대통령에 의한 공동 행사체제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한미연합사령부는 한미연합방위체제의 근간을 이루어왔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지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해왔다. 한미연합사를 대체할 대안적 한미연합방위체제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다.
 
‘자주’라는 명분을 내세워 기반이 잘 다져진 좋은 집을 허물고 거기에 가건물을 짓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은 국가안보를 오히려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북한이 핵 실험을 한 이후 대북한 핵 억지력 확보를 위해 한미동맹과 한미연합방위체제가 더욱 강화되어야 할 시점에 오히려 한미동맹체제의 근간이 뒤흔들리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하에서 한미간에 전작권 이양 문제가 합의되었다고 하더라도 새 정부가 들어설 경우 북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이양 시기를 늦추어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탈냉전 이후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역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필수적인 국제공조에 실패하고 국제사회의 외톨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냉전 시기 국제정치질서는 서방자유진영, 사회주의진영, 제3세계진영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탈냉전 이후 국제정치질서는 세 개의 국가군(國家群)으로 나누어졌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실현한 제1국가군, 공산체제붕괴 혹은 체제개혁・개방노선을 채택한 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러시아, 중국, 베트남, 과거 동구 공산권국가들로 구성된 제2국가군, 국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파탄국가’(failed state)와 무기 수출과 마약 밀매와 같은 비정상적 교역을 통해 생존을 유지하려는 ‘불량국가’(rogue state)로 구성된 제3국가군으로 나누어졌다.
 
노무현 정부는 한국이 제1국가군에 속하면서도 제3국가군에 속한 북한과 공조하기 위해 우리와 같은 군(群)에 속하는 국가에 대해서 필요 이상으로 공격하는 잘못된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노무현정부의 안보 및 외교 정책의 실패는 탈냉전 이후 새롭게 짜여진 국제정치질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으며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고 있다.
 
북한 핵 실험은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중심이 되어 세계적 차원에서 대테러전쟁을 진행하고 있는 중에 이루어졌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핵 문제를 대테러전쟁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북한으로부터 핵무기와 핵 물질, 기술 등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는 대북한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또한 세계 70여개 국가들이 핵무기와 기술, 물질 등의 이전을 해상, 영공에서 차단하기 위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 PSI)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 통과 이후에도 금강산관광을 중단하지 않고 PSI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압박 수단으로 대북한 경제지원의 중단을 고려해야 한다는 미국측의 요구에 대해 중국은 자국보다 더 많이 퍼주고 있는 한국이 더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한 유화정책으로 인하여 한국은 외교적으로 더욱 고립되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발언권은 점점 더 약화되고 있다. 새 정부는 새롭게 짜여진 국제정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PSI 등과 같은 국제안보협력을 적극적으로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지구상에 북한 동포보다 더 가혹한 인권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은 없다. 북한 동포보다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더 절박하게 외부의 지지와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없다. 노무현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경우 북한 정권을 자극할 것이라는 전혀 근거없는 이유를 들어 북한 눈치보기에 급급하면서 북한 동포의 고통을 외면해 왔다.
 
노무현 정부는 유엔인권위원회가 북한의 인권 상황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을 때 수차에 걸쳐 기권해 왔다. 이러한 북한 인권 무시 정책에 대한 대내외적 비난이 거세지자 노무현정부는 마지못해 2006년에야 유엔 총회가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했다. 그 이후 노무현 정부는 북한 정권을 자극해서는 안된다는 미명 하에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어떤 실질적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와 유엔이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 강건너 불보듯이 침묵으로 일관함으로써 노무현정부는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현재 김정일세습체제 하에서 핍박받는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한국 정부가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북한 주민을 억압하는 북한의 집권세력에게 현찰을 갖다 바칠 경우 북한 주민은 한국 정부에 대해서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현재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북한 인권 개선 노력에 노무현 정부는 수수방관함으로써 스스로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있으며, 또한 북한 긴급 상황 발생시 북한 문제 처리와 관련하여 국제사회에서 발언권 약화를 자초하고 있다. 노무현정부는 납북자 및 국군 포로의 송환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고 있다. 또한 노무현정부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에도 소극적인 입장으로 일관하여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공조체제 구축을 저해하고 있다.
 
새 정부는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북핵, 경제협력, 인권 문제를 ‘삼위일체형’으로 묶어 동시적으로 다루는 ‘한반도형 헬싱키 모델’인 ‘서울 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한다. 지금까지 북핵 위기 때마다 북핵 프로그램 동결과 폐기를 전제로 하여 북한에게 경제 지원을 했지만 북한의 핵 실험과 보유를 막아내지 못했다. 북한의 핵 보유가 북한 주민의 생존권과 인권을 무시하는 북한 체제의 성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면 인권 문제 개선을 통한 북한 체제의 근본적 변화없이 군사안보 문제의 해결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서울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북한 인권 문제 개선에 성과가 있을 경우 이것을 동북아 지역 국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동북아판 헬싱키 모델’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새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남북한 정부 차원의 협상의 중요한 어젠다로 삼아야 한다. 지금까지 북한과의 협상에서 군사적 문제가 우선시되었기 때문에 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가 빠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한국과 국제사회가 지레 겁을 먹고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는 점은 깊이 반성해야 할 점이다.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경우 회담 자체를 열지 않거나 진행 중인 회담을 중단하겠다는 북한의 협박의 결과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그릇된 논리에 ‘사회화’되었기 때문이다.
 
날로 악화되고 있는 북한 인권 상황에 비추어볼 때 북한 인권에 대한 침묵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바로 죽음을 의미한다. 새 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적극적으로 인권 문제를 제기하여 인권 문제의 중요성에 관해 북한 정권이 국제사회의 논리에 사회화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는 ‘서울 프로세스’ 추진을 위해 유엔인권위원회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공조해야 한다.
 
지난 5년간 노무현 정부의 ‘자주노선’의 폐해로 인해 생겨난 대외정책의 표류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경우 한국은 선진국 진입의 대외전략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함으로써 선진국의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 것이다. 이 점에서 이번 대선은 외교정책적 측면에서도 해방 이후 가장 중요한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선진화를 위한 여러 가지 구체적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주노선과 같은 시대착오적 대외노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있지 않고서는 구체적 정책 실행을 위한 대외적 여건을 창출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중동이나 발칸반도에서 보는 것처럼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한국의 경우 안정적 안보구도가 허물어지면 경제발전을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핵 실험 이후 한반도 긴장상태가 더욱 고조된 상황에서 대외정책의 안정 기조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고 국제협력노선을 강화하는 길밖에는 대안이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 추진되어온 한국의 외교노선을 살펴볼 때 자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정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위해 지금까지 축적되고 전승되어온 한국의 대외정책 전통에 대한 공감대를 희생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러한 전통을 중시하면서 대북, 외교, 통일 정책은 결코 국내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되어서는 안된다. 이번 대선은 오늘날 한국의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가능케 한 이러한 전통을 ‘단절과 청산’이 아니라 ‘계승과 발전’의 관점에 서서 재인식하고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을 수 있는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되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2007년 10월 16일자 데일리안 [정치 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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