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15 10:33:48
네이버와 구글에서 희망을 찾는다
강석훈(한반도선진화재단 금융정책팀장,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대부분 사람들이 처음에는 빨리 뛸 수 있다. 그러나 계속 뛰다보면 점차 기운이 빠져서 뛰는 속도가 느려지고 결국에는 더 이상 달릴 수가 없게 된다. 이렇게 어떤 일을 하면 할수록 잘하는 속도가 점차 줄어드는 현상, 또는 갈수록 점차 수익증가율이 떨어지는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한계 수확체감(收穫遞減)의 법칙’이라고 말한다.
이 법칙은 국가경제에 적용될 수 있다. 어떤 국가의 경제 규모가 작은 상태에서는 경제성장률이 높을 수 있지만, 경제 규모가 커지게 되면 경제성장률은 점점 하락한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높고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낮은 것은 ‘한계수확체감의 법칙’으로 일정 부분 설명된다.
한계수확체감의 법칙의 반대에는 한계수확체증(遞增)의 법칙이 있다. 한계수확체증이란 어떤 일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잘하는 속도가 증가하는 현상, 또는 갈수록 점차 수익증가율이 커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만약 국가경제에 이 법칙이 적용된다면 먼저 앞서나간 선진국은 후발주자인 개발도상국에 비해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선발주자와 후발주자의 격차는 좁혀질 수 없고 오히려 갈수록 양자 간의 격차는 더욱 확대된다. 앞선 경우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는 승자독식(勝者獨食) 현상도 이 법칙에 근거한다.
과거 경제학에서는 한계수확체감의 법칙이 불변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지만, 최근 경제현상 중에는 이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견된다. 지식정보화와 디지털, 그리고 소프트파워가 중요한 분야에서는 한계수확체감의 법칙이 아니라 오히려 한계수확체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모두 생김새가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지만 모두가 동일하게 사용하는 것이 개인용 컴퓨터의 윈도시스템이다. 윈도를 만드는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바로 승자독식과 한계수확체증 법칙의 전형적인 예이다.
한국경제의 성장지체 현상에 대한 우려가 높고,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갈망도 높다. 성장지체 현상을 타파하려면 정부 주도의 규제경제 시스템을 민간 주도의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은 한계수확체증의 법칙이 작용할 수 있는 분야에서 찾아야 한다. 교육 분야나 금융 분야, 소프트웨어 분야, 그리고 인터넷 비즈니스 분야는 전형적으로 한계수확체증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분야들이다.
한국경제에 희망이 있다면 한계수확체증의 법칙이 작용할 수 있는 분야들은 모두 거대한 자본과 막대한 양의 천연자원이 중요한 분야가 아니라 사람과 지식이 중요한 분야들이라는 점이다. 한국경제에 희망이 있기가 어렵다면 바로 이 분야들은 이미 선진국들이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영원히 따라가기 어려운 분야들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한계수확체증 현상이 지배하는 듯한 분야에서도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앞서나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한계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생각하던 디지털 비즈니스 분야에서 후발주자인 구글이 선발주자인 야후를 앞서나가고 있고, 후발주자였던 네이버가 선발주자인 다음을 큰 폭으로 앞서나가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승부하면 한계수확체증의 법칙이 작용되는 승자독식의 게임에서도 후발주자가 승자독식 대열에 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경제도 마찬가지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인적자원을 키워내고 이들이 역량을 최고조로 발휘하는 나라가 된다면 후발주자인 한국경제도 선발주자를 추월할 수 있다.
2007년 대선에서 운하를 파서 국운을 융성시키겠다는 공약보다 한계수확체증의 법칙이 작용하는 분야를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대선공약을 보고 싶다.
♤ 이 글은 2007년 10월 11일자 조선일보 [경제초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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