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15 09:55:33
領土高權 부정하는 盧대통령 발언
강경근(한반도선진화재단 감사, 숭실대 법학과 교수)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해 “그 선이 처음에는 우리 군대(해군)의 작전금지선이었다”며 “이것을 오늘에 와서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휴전선은 쌍방이 합의한 선인데 이것은 쌍방이 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며 이를 가지고 “국민들을 오도하면 여간해서는 풀 수 없는 문제가 될 것”이라 하였다. 서해 NLL에 관한 노 대통령의 이런 인식이야말로 국민을 오도하여 북한 김정일과의 관계에서 풀 수 없는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발언 직후 한나라당에선 ‘김정일과 밀약’ 의혹을 제기하며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수류탄”이라고 즉각 지적했고 청와대는 “정략적 공격을 말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영토선’이란 한 나라의 영토고권(법질서 내지 국가권력)이 미치는 선적 한계이다. 그 점에서 국가와 국가 간의 국제적인 선적 한계인 국경선과 다른 개념이다. 국경선이란 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곳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된 공간적 한계선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국경선 내의 영토에 공동체를 설정하여 공동체 구성원을 국민이라는 이념적 통일체로 구체화하여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 그 안전성, 한정성, 연속성을 갖게 된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영토고권이 미치는 공간적 범주, 즉 영토의 범주를 한반도 전체로 보고 있다. 제헌헌법 이후 이 조항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표상해 온 것이다. 이에 근거하여 헌법의 최고이며 최종적인 유권적 해석권자인 우리 대법원은 건국 이후 60년간,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창립 이후 20년간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대한민국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정통성 있는 유일의 합법정부를 지니는 국가이고 북위 38선 이북 지역의 북한은 불법적 점거단체에 불과함을 명정하여 왔다.
그러므로 대한민국과 북한 사이에는 국경선도 영토선도 그어질 수 없다. 아무리 김대중·김정일, 노무현·김정일의 2차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과 공동선언이 있었다 하더라도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을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는 단체인 소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우리와 북한 사이의 경계선이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은 한국전쟁의 휴전과 더불어 설정된 북위 38도선에 설정된 휴전선, 즉 대한민국이라는 영토 내에서 경찰권이 사실상 미치지 못하는 지역의 범주를 나타내는 군사분계선일 뿐이다.
그러므로 노 대통령이 서해 NLL을 우리 군대(해군)의 작전금지선이며 쌍방이 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고 하면서 그것이 군사분계선, 즉 휴전선이 아니라고 한 것은 이를 영토선이 아니라고 한 것과 더불어 결과적으로는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해 우리의 영토고권을 부정한 것이다. 영토고권이란 일정하게 공간적 범주로서 존재하는 공동체 구성원에 구속력을 지니는 국가의 배타적 국가권력 내지 통치권이다. 즉 ‘영토’ 개념의 다른 말이다. 노 대통령은 결국 서해 NLL 근역을 대한민국의 영토로 보지 않겠다는 법률적 고백을 한 셈이다.
10·4공동선언에서는 남과 북의 한반도에서의 평화 보장을 위해 서해에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로 하고, 이를 위해 남측 국방부 장관과 북측 인민무력부 부장 간 회담을 금년 11월 중에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하였으며, 남북 총리회담 제1차회의를 금년 11월 중 서울에서 갖기로 하였다고 한다. 노 대통령의 서해 NLL의 영토선 발언이 이런 수순을 위해 미리 우리의 영토고권이 미치는 범위에서 백령도와 연평도를 포함하는 서해5도 근역을 우리 영토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북측에 잘못 전달되지 않기를 바란다.
♤ 이 글은 2007년 10월 14일자 세계일보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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