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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관] X파일과 신당 경선파행 사태
 
2007-10-11 17:05:27

X파일과 신당 경선파행 사태


이교관(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외교연구소장)


 여러 해 전 미국에서 제작된 ‘X 파일’이라는 제하의 텔레비전 드라마 시리즈가 국내에서 한동안 인기리에 방영된 적이 있다. 줄거리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멀더와 스컬리라는 두 젊은 남녀 수사관이 외계인의 존재 여부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이 드라마는 미국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렸다. 비결은 미국 정부가 외계인의 존재 사실을 감추고 있다는 음모론(conspiracy)이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한창 국내에서 방영될 때였다. 이 드라마와 관련해 미국 정부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기대 수준을 드러내주는 짤막한 외신 뉴스가 있었다. 그 내용은 대략 이랬다. “정말로 미국 정부가 외계인의 존재를 감추고 있다면 좋겠다. 그렇다면 얼마나 유능한 정부란 말인가. 그러나 그런 정도의 유능한 정부라면 이렇게까지 무능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는 미국 국민들이 오래 전에 자국 정부가 결코 유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올해 우리 국민들은 미국과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정책 실패를 거듭한 결과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대패해 재집권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것이 확연해졌을 때조차 12월 대선에서 여권의 ‘9회 말 역전 만루 홈런’ 가능성을 얘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지리멸렬한 여권이 통합해 신당을 만들어 2000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 국민 경선 드라마를 다시 연출하면 대선의 향배를 속단하기 힘들다는 것이 그 같은 가능성을 언급하는 사람들의 논리였다. 이들이 여권 지지자들이건 반대자들이건 간에 그들의 심리에는 현 정부와 여권이 정책 능력은 낮을지언정 ‘정치 공학’ 능력만큼은 유능하다는 평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평가가 허상인 것으로 확인되기까지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낯 뜨거운 이합집산을 통해 만들어진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9월 들어 실시되자마자 ‘차떼기 선거인단 대리등록 의혹’ 등 조직 동원 선거 논란으로 경선 중단과 속개를 반복하는 파행을 겪어 온 것이다. 원내 제 1당의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이 경찰의 특정 후보 캠프사무실 수색과 고소ㆍ고발 사태로까지 비화하자 ‘9회 말 역전’은커녕 ‘콜드 게임’ 주장이 제기되는 등 대선 게임이 9회까지 계속될지도 우려될 지경이다.

  문제는 어쩌다 지난 10년간 국정을 담당했던 현 여권이 ‘원만한 대선 후보 경선’이라는 최소한의 정치공학 능력도 보여주지 못하는 수준으로 전락했느냐는 것이다.

직접적인 원인은 여권 정치 세력이 노무현 정부의 공과 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12월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심판 받겠다는 의연한 자세를 갖추지 못한 데서 찾아야 한다. 지난 두 개의 정부에서 온갖 수혜란 수혜는 다 즐긴 여권이 현 정부가 국민적 신뢰를 잃자 이로 인한 책임은 지지 않은 채 대선에서 승리하려고 신당을 만들어 흥행에 성공하려다 보니 무리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여권 세력이 신당 창당을 통해 현 정부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털어버리려는 시도를 용납해 온 우리 시민사회, 즉 국민에게도 문제가 있다.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올해 대선 과정은 시민사회가 거듭나야 정치사회가 발전한다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 이 글은 2007년 10월 17일자 선진한국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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