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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 공기업 개혁의 올바른 방향
 
2007-10-11 09:37:49

공기업 개혁의 올바른 방향


박영범(한반도선진화재단 노동경제팀장,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신이 내린 직장' 또는 '신이 감춰둔 직장'. 공기업에 대한 사회적 비난의 목소리가 매우 높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 공기업 등 공공기관(이하 공기업)의 빚은 38%인 41조원이 늘어났는데 정부 지원금은 45조여원으로 증가해 공기업의 부실을 국민 혈세로 메우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공룡화한 공기업의 개혁이 최우선 국정과제의 하나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공기업 개혁을 위해서는, 첫째 정부의 정책 기조가 작지만 강한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 통·폐합 대상이었던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경우 인원이 노 정부 들어서 50%나 늘어나 비대해진 공기업의 전형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있다. 그러나 노 정부와 같은 정책 기조 아래서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역할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주공과 토공은 노 정부의 지역균형개발,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의 최전방에 서서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를 실무적으로 집행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차원에서는 시장에 개입한다는 원칙이 확고히 정립돼야만 공기업 개혁의 기반이 구축될 수 있다.
 
둘째, ‘낙하산 인사’로 대변되는 정치권의 공기업 경영 개입이 근절돼야 한다. 현재와 같이 공기업 감사 모임인 공공혁신포럼의 상임감사 60여명 가운데 정치권 출신이 70%이고 공기업의 자율적인 책임경영을 감시하도록 하기 위해 임명된 비상임이사의 상당수도 역시 비전문가인 정치권 출신인 상황에서 공기업 개혁은 소리만 요란할 뿐 실효성이 없을 수밖에 없다.
 
셋째, 밀어붙이기식 일회성 개혁보다는 설득과 참여에 기반을 둔 공기업 개혁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공기업 개혁의 가장 큰 장애 요인 가운데 하나는 노조로 대표되는 공기업 내부 세력의 집단이기주의다. 외환위기 직후 시행된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개혁을 제외하고는 역대 정부의 공기업 개혁이 실패로 규정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공기업 개혁이 매우 어려운 과제임을 보여준다. 민주사회에서 노조의 정당한 파업권 행사를 용인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정당성을 가진 주도세력이 확신할 논거를 가지고 내부 구성원이 개혁에 동참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낙하산 인사가 아닌 전문가적 식견과 능력을 가진 개혁 세력이 국민적 여론을 기반으로 개혁을 주도할 때 공기업 내부 직원이나 노조도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넷째, 공기업의 성격에 따라 개혁의 방향성이 차별화돼야 한다. 시대적 소명을 다한 공기업은 퇴출시키고, 기업적 성격을 가진 공기업에 대해서는 자율적 경영권을 주며, 사후적인 성과에 대해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그리고 공익적 성격이 강한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수익성 제고보다는 내부 효율성 제고를 기관 운영의 목표로 삼도록 유도해야 한다. 공기업의 사업 성격, 우리가 처한 특유의 상황 등을 무시하고 민영화만이 대안이라는 식의 개혁이 추진된다면 영국의 철도 민영화 실패 사례와 같이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끝으로, 공기업 개혁뿐만 아니라 정부부문을 포함한 공공부문 전체의 개혁을 추진해야 공기업 개혁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노 정부 출범 이후부터 지난 9월까지 국가 전체 공무원은 6만6000명, 공공기관 인원은 1만1000명이 늘었다. 그러나 철도청이 공사화하여 3만여명이 공무원에서 공공기관 직원으로 전환된 것을 고려하면 공공부문의 전체 인원은 7.6% 늘었으나 기존의 공기업 등 공공기관 직원은 오히려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무능·태만 공무원’으로 서울시 현장시정추진단에 배속됐던 102명 가운데 24명이 퇴출된 것이 장안의 화제라는 사실은 공무원이 이제까지 개혁의 무풍지대에 있었음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공기업 개혁을 주도할 수밖에 없는 공무원이 스스로의 개혁으로 선도하지 않고서는 공기업 개혁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실효성도 없을 것이다.
 
 
♤ 이 글은 2007년 10월 10일자 문화일보 [포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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