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08 14:57:10
'공시족'이 점령한 대학도서관 해방시키자
이창원(한반도선진화재단 연구위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요즘 대부분의 언론은 남북정상회담과 변양균-신정아 사건 등으로 온통 야단법석이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의 앞날을 조금이라도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한번 차분한 마음으로 대학 도서관에 가보시기 바란다. 거의 모든 대학에서 ‘학문의 전당’이라는 분위기는 사라진 지 오래고, “취업만 한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자세로 오직 취업 준비에 찌든 대학생들로 채워진 도서관을 보게 된다. 어느새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은 ‘이구백’(이십대 90%가 백수)으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이제는 ‘십장생’(십대도 장래실업을 생각한다)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20대 구직자의 47.3%가 ‘취업 스트레스로 자살 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다’고 하는 조사결과까지 나왔다. 공식적으로는 2006년 청년 실업률이 7.9%로 나타나지만, 구직을 포기하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취업준비생들이 모두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기 때문에 실제 체감실업률은 19.5%에 달하고 주위에서 많은 분들이 이 수치 이상으로 청년실업을 체감하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20대 청년 구직자의 절반 이상이 각종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公試族)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대기업 및 금융업 등 소위 ‘괜찮은 일자리’가 1996년 154만 개 정도에서 2004년에는 131만 개로 오히려 감소한 데 반해 노무현 정부가 공무원 자리를 대폭 증가시켰다는 것과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경쟁이 빡빡한 민간기업보다 오히려 경쟁이 느슨하고 간섭이 거의 없는 공직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공시족이 점령한 대학 도서관으로는 우리의 앞날이 암담하다.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지만 고용증대와 일자리 창출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몫이지 정부 본연의 할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정부주도하에 ‘일자리 창출’ 방안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냈다. 그런데 정부가 공무원 숫자를 늘리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재정지출을 증가시키면 일견 일자리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부문에서의 일자리가 감소한 결과이다. 노무현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엄청난 세금을 쏟아 부었지만 우리 사회 전체의 고용량을 증가시킨 것이 아니라 부문 간의 고용구성 형태만을 변경시킨 것이다.
청년실업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법은 경제학의 원론으로 돌아가는 데 있다. 먼저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투자활성화는 세계의 자본과 기술을 우리나라에 지속적으로 유인해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철폐를 통해 기업의 투자 애로 요인을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지금처럼 경제규제비용이 약 49조원으로 가구당 304만원에 이르는 현 상황에서는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의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서민과 중산층의 조세부담을 경감해 이들의 구매력을 강화함으로써 소비가 진작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의 99%,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는 과거 ‘발등의 불끄기’식 지원이 아닌 자생력 있는 중소기업의 글로벌화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시장 정보 제공을 보다 체계화하고, R&D 투자에 정부가 위험을 공유하며, 직원들에게 평생학습체계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의 선별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제 단지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국민들은 어떠한 후보를 선택할까? 많은 여론조사 결과가 제시하듯이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틀림없이 해낼 수 있는 후보이다. 국민은 공시족이 점령한 대학 도서관을 도전정신과 세계시장을 주름잡겠다는 야망으로 가득 찬 젊은이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그러한 후보를 선택할 것이다.
♤ 이 글은 2007년 10월 4일자 조선일보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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