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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근] '10·4선언' 국민 동의 필요하다
 
2007-10-05 13:57:40

'10·4선언' 국민 동의 필요하다

 
강경근(한반도선진화재단 감사, 숭실대 법학과 교수)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과 이른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 김정일의 제2차 정상회담이 10월 2일부터 4일까지 북한 사회주의헌법 제166조가 수도라 정한 평양에서 이루어졌다.

언론이 김정일 안색이 어떻고, 하루 더 묵으라 했다느니, 심기가 상했다느니 등의 흥미 유발 사항들을 보도한 것은 그만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통령과 위원장의 만남 자체가 의미 있는 일임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강제노동하듯 동원된 북한 청소년들을 보면서 아리랑 공연이 최상급의 대접이라는 태도는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생각한다면 삼가야 한다.

 
어쨌든 ‘남북관계발전 평화번영선언’이라 하여 한반도 평화, 남북 공동 번영, 화해와 통일 등의 8개 사항을 포괄적으로 담은 ‘10·4 남북공동선언’이 서명되었다. 노 대통령은 출발에 앞서 회담에서의 ‘금기(禁忌)’는 없을 것이라 하였다. 그래서 ‘대한민국헌법’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대한국민’은 이번에 나올 공동선언에 내내 불안감을 금치 못하였다. 헌법대로라면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할 일의 순서는 명료할 수밖에 없는데, 이 헌법이라는 금기를 무시하고 어떤 합의를 남북관계의 질적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할 것인지 촉각이 곤두서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헌법 제3조에서 정한 바에 따라 한반도의 유일합법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은 헌법 제66조 제2항이 부여한 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의 이행을 위하여 미수복지역인 북한을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는 최고책임자 김정일에게 이를 확인시킬 책무를 이행하면서, 제3항에서 정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 실현의 순서를 지켜야 한다. 평화선언을 한다면 ‘영토보전’이 전제되어야 하고 통일 문제 역시 ‘국가계속성’ 유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협정체제는 북핵 위협이 제거되어야 진전될 수 있는 것이다. ‘번영 있는 곳에 전쟁도 없다’는 기조 하의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조성 등의 남북경제공동체 구상 역시 북핵 및 북한 인권 문제가 정리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어질 낮은 단계 연방제 등의 정치공세를 막을 수 있다. 그런 전제 없는 종전선언을 위한 한반도에서의 관련 당사국 회의와 평화협정, 경의선(문산∼봉동) 화물 철도 개통 또는 북방한계선(NLL) 조정 등은 영토보전과 국가계속성이라는 헌법의 근간을 흔들고 ‘남북관계발전에관한법률’에 따른 국회 동의 과정에서 남남갈등을 격화시킬 것이다.
 
이번 공동선언은 우리 국가와 헌법의 품격이 어떤 수준에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9·19 공동성명의 2단계 조치 이행에 관한 6자회담 참가국들의 합의문이 3일 저녁 공식 타결됐다지만 폐기까지는 기약이 없다. 오히려 미국의 핵우산을 치우고 주한미군도 철수하라고 하는 것이 북한이다. 행정권 수반에 불과한 5년 임기 대통령이 5000만 국민의 생사를 가늠할 권한까지 부여받은 것은 아니다. 선언 내용은 차기 국회까지 가더라도 국민의 의사를 듣고 또 들어야 한다. 즉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일단 기정사실화되면 새롭게 효력을 갖는다는 ‘페타콤플리(fait accompli)’ 논리를 신봉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 공동선언문은 남북합의서와 같이 신사협정에 준하는 효력만 가진다. 노 대통령은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아 김정일의 만수무강 기원과 함께 하는 남북관계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는 반보를 놓은 것으로 자위하면서 이제 그 공을 국민에게 넘겨야 한다. 그리고 공동선언에 직접 서명한 바에 따른 책임질 일은 진다는 대국민 다짐도 함께 하여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2007년 10월 4일자 세계일보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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