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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 '일하기 3분의 1 법칙'을 깨자
 
2007-09-17 10:39:15

'일하기 3분의 1 법칙'을 깨자
 
이인실(한반도선진화재단 경제정책연구소장,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인간이 배워야 할 점이 가장 많은 생물은 개미이다. 곤충학자에 따르면 개미는 원자폭탄과 빙하기, 지진 등 온갖 자연 재해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온 생물이다. 300만년밖에 안 되는 인간의 역사는 개미의 역사에 비하면 하나의 사건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요즈음 대학은 취업의 계절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필자는 항상 개미처럼 부지런하라고 이야기해 왔다. 아무리 똑똑해도 성실함과 부지런함을 당할 자가 없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그 개미의 부지런함이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일본 홋가이도의 사카이 교수가 열심히 관찰한 결과 개미가 조금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는 것 같아도 80%는 놀고 있다는 것이다. 정작 일하는 개미는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개미는 논다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개미를 골라서 모아놓으니 다시 20%의 개미는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는 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20대 80의 법칙으로 불리는 개미 생태계의 현상은 사실 100년 전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소득 분포의 불평등도를 주장하면서 만들어낸 것이다.

 
생태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생태계에 일하기 3분의 1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단다. 이 역시 개미에 관한 것이다. 개미사회에서 대체로 개미의 3분의 1은 일개미라고 한다. 만일 일개미의 수를 줄이면 그만큼 병정개미가 일개미로 전환된다고 한다. 일하기 3분의 1의 법칙이 좀 다른 각도로 적용되는 예도 있다. 바로 벌새의 경우이다. 벌새는 벌처럼 작으면서 꽃의 꿀을 먹고 살아서 벌새(humming bird)라고 불린다. 시속 90㎞로 날아다니다 꿀을 발견하면 45도 각도로 정확하게 돌진하여 바늘처럼 생긴 부리를 꽃 속에 깊숙이 박아 꿀을 빨아 먹는다. 이때 벌새는 다른 새들처럼 꽃 앞에 이르러서는 꽃에 앉는 것이 아니라 정지한 상태에서 날면서 부리를 꽃을 향하게 한 다음 정확히 앞으로 날아 부리를 꽃 속으로 집어 넣는다. 그리고는 충분한 양의 꿀을 채취할 때까지 마치 꽃 앞에 정지해 있는 것처럼 부지런히 날갯짓을 한다. 이때 날갯짓이 얼마나 빠른지 눈에 안 보일 정도인데 작은 벌새는 1초에 80번을 펄럭인다. 이런 날갯짓을 위해 당연히 보통의 새와는 다른 구조로 된 특별히 발달된 날개근육을 갖고 있는데, 체중의 3분의 1이 날개근육이 차지한다.
 
요즘 우리 사회에도 일하기 3분의 1의 법칙이 통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75세 정도이다. 태어나서 돈을 벌기 시작하는 나이가 대략 25세이다. 직업의 차이는 있지만 외환위기 이후 명퇴 바람이 세게 불어서 50세 정도이면 은퇴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보면 인생에서 일한 기간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남자의 경우 병역 의무를 마치고 취업 때문에 재수 삼수하다 보면 심지어 30세에 가깝게 된다. 이렇게 늦게 시작한 사람들을 50대 중반도 못되어 나가라니 3분의 1도 일을 못하게 된 세상이다. 옛날 평균수명이 45세에 불과하던 시절에는 15년 배우면 일을 시작했다. 당시는 정년이 없다보니 심하게 보면 3분의 2를 일한 셈이다. 명퇴 바람으로 옛날에 비하면 수명은 늘어났는데 일하는 시간은 줄어든 것이다. 75세 일생을 25년으로 먹고살려 하다 보니 짧게 일하는 기간에 해먹을 수 있는 한 해먹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은 아닌지. 그러다 보니 각종 ‘게이트’도 생겨나고 권력형 비리도 나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국가적으로 볼 때도 25년 일하는 인구가 50년 일하지 못하는 나머지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벌새도 살아남기 위해서 처절하게 날개를 움직여대는 데 전체 체중의 3분의 1을 사용한다는데 우리는 인생의 3분의 1도 일하는 데 쓸 수 없다면 생존력 있는 사회가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빨리 만들어 3분의 1의 법칙을 3분의 2의 법칙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 이 글은 2007년 9월 14일자 세계일보 [세상사는 이야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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