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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열] 남북 주민접촉은 투명해야 한다
 
2007-09-06 10:10:04

남북 주민접촉은 투명해야 한다
 
유호열(한반도선진화재단 남북문제팀장,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정부가 최근 북한 주민들과의 접촉을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방향으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개정안의 핵심은 우리 국민이 북한 주민들을 접촉했을 때 대통령령으로 정한 경우에는 접촉 후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다. 정부는 기존 교류협력법에 따라 북한 주민을 접촉하고자 할 때 통일부장관에게 사전 신고해야 하는 조항은 유지하되 그 틀에서 이루어진 접촉은 사후 신고를 면제할 수도 있도록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이미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지난달 말 국회에 접수되었다.

지난 10여년 동안 남북관계 활성화에 따른 남북 주민 접촉 증대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번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법 개정에 적극 찬성하는 일부 남북 교류 단체들은 개성이나 금강산, 또는 중국 등 제3국에서 매일 수백명씩 남한 관광객이나 실무 종사자들이 북한 주민들과 접촉하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무상 작업 현장에서 북한 주민들을 매일 접촉해야 하는 남한 사업가나 기술자들은 물론이고, 평양, 금강산, 개성 등을 방문해서 안내원들과 얘기하거나 식당이나 상점에서 점원들에게 주문하는 것조차 광의로 보면 북한 주민과의 접촉인데 이를 그때 그때 모두 신고해야 하느냐는 것이 법 개정에 찬성하는 측의 주장이다. 사전에 북한 주민을 접촉할 목적이 없었거나 방문증명서가 필요없는 북한 이외의 지역에서도 북한 주민들과 마주칠 기회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중국 옌지는 말할 것도 없고 선양, 베이징, 그리고 최근에는 캄보디아 등 중국 외 지역에서도 북한에서 직영하는 식당이 많이 생겨났다. 그곳 식당들에는 북한에서 종업원들이 파견되어 있는데 어떻게 이들과의 접촉을 피할 수 있으며 이를 굳이 신고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도 법 개정의 배경이다. 앞으로 북한이 폐쇄와 고립을 벗어나 국제사회에 진출을 확대하면 북한 주민들을 접촉할 기회는 더욱 많아질 것이며 접촉의 내용도 더욱 다양해질 것인데 현행 교류협력법에 따른 신고제도는 이 같은 변화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북한을 진정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가급적 북한 주민들과의 접촉을 증대시켜야 하는데 그런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현행 법은 조속히 개정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 남북 교류 현장의 목소리나 일반 국민들의 순수한 경험은 남북교류협력법의 기본 취지에 어긋나지 않으며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여 북한 주민접촉 신고 관련 규정 개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일반 국민들이 북한과 북한 이외의 제3국에서 정상적이고 상식적으로 북한 주민들을 접촉한 경우 이를 당국에 사전, 사후 신고해야 하는 문제와 특별한 목적으로 북한 주민들을 접촉하는 경우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북한과의 교류협력이 증대하면 할수록 정치적인 접촉과 그렇지 않은 접촉을 구분하는 것은 더욱 필요하고 중요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정부 개정안은 특별한 목적으로 북한 주민을 접촉하는 경우 신고 의무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기보다는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를 대통령령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정부가 자의적으로 법을 적용할 여지만을 넓혔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또한 이번 개정안은 지난 5월 말 통일부 주관으로 마련되었는데 이는 통상적인 남북 주민 접촉 신고의 불편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당시 논란이 되었던 안희정씨의 대북 비밀접촉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비판과 우려를 벗어나기 어렵다. 매일 수백건의 남북 주민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제대로 신고되지 않는 현실도 문제이지만 지난 10년간 교류협력법이 시행되었음에도 정작 법 위반으로 처벌된 경우는 금년 상반기까지 겨우 9건에 불과하다는 점도 주목해야 된다. 교류협력법이 현실에 맞게 개정되어야 한다면 차제에 국가보안법을 보다 현실적으로 적용하거나 불법 대북 접촉을 철저히 가려내고 보다 엄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2007년 9월 3일자 세계일보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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