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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한나라가 집권 7부능선 넘었다고 ?
 
2007-08-29 11:36:55

한나라가 집권 7부능선 넘었다고 ?
 
김형준(선진화재단 정치개혁팀장,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건곤일척의 한나라당 경선이 끝났다. 승자의 ‘덧셈정치 선언’과 패자의 ‘아름다운 승복’이 경선의 말미를 장식했다. 경선의 이러한 극적 효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의 지지도는 경선 이전보다 10∼1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의 70% 이상이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본선 승리에 대한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가 남은 4개월 동안 헤쳐 나가야 할 길은 ‘산 넘어 산’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잃어버렸던 10년의 권력을 되찾기 위해서 이후보와 한나라당은 무엇을 해야 하나? 첫째, 당 화합의 위세에 눌려 수면 아래로 잠복되었지만 어떤 형태든 당을 혁신하는 창조적 파괴를 시도해야 한다. 최근에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여론조사한 결과, 한나라당의 이념 성향에 대해 응답자의 51.5%가 ‘보수적’이라고 대답했다. ‘중도’는 27.2%, ‘진보’라는 응답은 8.7%에 불과했다. 문제는 국민들이 보수에 대해 여전히 정체, 부패, 낡음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반면, 진보는 변화, 개혁, 발전과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선점하고 있다. 동일한 조사에서 한나라당의 정체성 문제에 대해 ‘중도세력을 껴안아야 한다’(56.2%)는 응답이 ‘보수 입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21.4%)는 입장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왔다. 따라서, 한나라당 창조적 파괴의 핵심은 수구·보수를 넘어 합리적 중도보수의 길을 걷는 것이다.

 
‘평등, 투명, 분배, 민족, 통일, 포용’이라는 진보의 가치를 무조건 배척하지 말고 전향적인 자세로 보수의 방식으로 이를 해결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한국 보수는 효율성, 자율, 성장, 경쟁과 같은 보편적인 가치보다는 반공에 매몰되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수구·보수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보수로 탈바꿈하려면 무엇보다 대북 정책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국민들의 가슴속에 깊이 내재된 시대정신이 구현되도록 한나라당의 기능을 대폭 개혁해야 한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한국 사회가 극심한 이념, 지역, 세대 간의 갈등을 겪으면서 많은 국민들은 올바른 국가경영을 통한 국민통합이 우리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들은 차기 대통령의 자질로 경기 침체의 장기화, 상쟁과 대립의 정치 고착화, 사회 양극화 심화와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국가 경영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민통합과 경제회복이 2007년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것은 시대정신에 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모든 기능은 이러한 시대정신이 구현될 정책과 공약을 개발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지역정당과 차떼기 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나 ’클린 정책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셋째, 허황된 대세론에서 벗어나 최악의 상황에 대처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범여권은 한나라당 분열을 전제로 한 선거연대를 구축할 수도 있다. 한국 대선에서는 DJP 연대와 같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파격적인 정치 실험을 실행에 옮긴 세력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범여권은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한나라당 경선 패배 측과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영호남 연대를 시도할 수도 있다. 경선 승자는 이러한 최악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냉철하고 지혜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어떤 고통과 수모를 당하더라도 삼고초려의 정신으로 끝까지 패자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더불어, 전략적인 차원에서 패자의 ‘아름다운 승복’ 못지않는 핵심 측근들의 ‘아름다운 후퇴’를 주도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에서 부족했던 2%는 저절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오직 시대정신을 정확하게 읽어 민심을 사로잡을 철학(포용)과 과학(전략)이 살아 숨 쉬도록 끊임없이 진화하고 혁신할 때만이 가능하다.
 
 
♤ 이 글은 2007년 8월 26일자 세계일보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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