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27 13:26:57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회로 삼자
이인실(선진화재단 경제정책연구소장, 서강대 경제대학원교수)
증시를 벼랑으로 몰아넣으면서 투자자들을 떨게 한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가 주말을 지나면서 어느 정도 진정되는 기미가 보인다. 미국의 전격적인 재할인율 인하로 미국과 유럽 증시가 급반등으로 마무리를 했다. 금융위기 재현이라는 극단의 상황까지 예상해야 했던 투자자나 금융정책 담당자나 모두 안도의 한숨이 나왔을 것이다. 지난주 말 글로벌 금융시장의 극적인 반전 상황으로 아마도 금주 초 우리 증시는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소신을 굽히고 시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재할인금리를 0.5%포인트나 내려서 급한 불을 껐지만 이번 위기는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직접적 피해는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피해 규모의 불확실성은 쉽게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기지회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모기지 관련 채권을 투자은행에 팔았고, 은행들은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주택담보부증권(MBS), 자산담보부증권(ABS) 등을 만들어 유동성을 늘렸다. 이 과정에서 다시 부실채권이 발생해도 원금을 보장해 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신용파생상품이 거래되었는데 이것을 헤지펀드들이 대형 상업은행에서 돈을 빌려 사들였다. 이 복잡한 연결고리로 인해 미국 부동산시장 침체가 모기지회사에서 금융기관으로 불똥이 튀는데도 도대체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가 장님 코끼리 만지는 상황이 연출되는 가운데 불안에 떨면서 패닉현상마저 보이게 된 것이다.
이번 사태에 도화선이 된 파생금융상품의 부실이 주가와 환율 등에 연동된 다른 파생상품으로 전이될 위험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이미 외환시장이 출렁이면서 경제에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미국이 재할인금리 인하에 이어 연방금리마저 신속하게 내려주어 경착륙을 막는다 하더라도 안심할 일은 아니다. 미국 금리가 내리게 되면 일본과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어 그동안 망령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협해 왔던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본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모기지 부실이 소비 위축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미국이 예상했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할 수가 있다. 미국의 세계경제에서의 비중을 감안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어차피 이번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일 것이다. 잠재적 불안요인이 사방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금융시장의 불안한 모습은 재연될 것이다.
그러나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딱 맞는 상황일 수도 있다. 동전의 양면이 있듯이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우리 경제에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현금 챙기기에 바빠 털고 나간 외국인의 자리를 국내자본으로 대체할 수도 있고 거품 빼는 계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10년을 보내면서 나름대로 체력을 키워 왔다. 세계 5위의 외환보유고와 탄탄한 기업 실적 등 세계적으로 내세울 것도 많다. 기업 및 금융부문의 내성도 강해졌고 위기에 대처하는 정부 부문의 효율성도 좋아졌다.
그러나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를 계기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우리 증시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큰 불안에 떨어야 했다는 점이다. 아무리 소규모 개방경제라 해도 세계 10위권 진입을 목전에 둔 한국 경제가 필요 이상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라는 된서리를 맞고 우리 증시를 활짝 열고 외국 자본을 받아들인 지 10년이 지났다. 위기 상황에서 황망히 정비했던 금융제도 및 감독시스템, 국내자본과 외국자본과의 관계 등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바닥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향후 장기대책 마련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 이 글은 2007년 8월 19일자 세계일보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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