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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정치 태풍으로 다가오는 남북정상회담
 
2007-08-22 09:47:36

정치 태풍으로 다가오는 남북정상회담

 
남성욱(선진화재단 대북.통일팀장,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1995년 겪었던 100년 만의 홍수에 해당하는 580㎜라는 엄청난 폭우가 한반도의 북쪽을 강타하면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10월초로 연기됐다. 북측은 친절하게 날짜도 남측에서 정하도록 했다. 청와대는 정상회담의 연기 사유로 수해 이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수해 외에 뭔가 말 못할 각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논리적 추론이 가능한 것은 한국의 대선 정국 때문일 것이다. 특히 폭우가 끝난 14일 개성 예비접촉에서 북측 최승철 대표가 평양∼개성간 고속도로가 문제가 없다고 언급한 만큼 수해 때문에 정상회담을 연기할 것이라는 예상은 의외였다. 또한 지난 2000년 송금이라는 기술적 문제(?)로 하루가 연기됐던 전례 역시 수해가 과연 전부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수해 외에 추측되는 짐작은 북한 내부 사정과 한국의 정국일 것이다.
 
북한의 통전부는 정상회담 발표 이후 10여일간 한국의 여론을 탐문했으나 1차와 달리 평양이나 김정일신드롬은 없었다. 70%의 여론이 정상회담 자체에는 찬성했으나 구체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임기가 4개월 남은 정권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에 대해 북한 군부의 이견도 있었을 것이다. 정부가 평양 예비접촉에서 언급한 사전 언약에 대해 북측이 약속 이행을 압박하는 시나리오도 추론해볼 수 있다. 북측은 회담 연기로 손해 볼 게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이제 정부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정상회담은 대선 정국의 태풍으로 다가오고 있다. 야당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임기 말이지만 할 일은 한다는 차원에서 정략적 회담은 상상할 수 없다고 정부는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대선 정국은 정상회담에 부정적인 야당과 이를 통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여당 간에 격심한 대립의 장으로 변할 것이다. 역설적으로 너무 늦은 정상회담은 10년 만에 정권 탈환을 노리는 야당에 거대한 암초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대선은 경제회복이나 정책실패 논란보다는 평화와 전쟁세력 간의 대결 구조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임기말 정상회담은 수사(修辭)적 차원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사회간접자본(SOC) 지원은 어음 형식이든 현금이든 총론적으로는 합의될 수 있으나 이행은 차기정부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국회의 동의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평화체제 논의나 비핵화 협의, 그리고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 문제도 원론에 그칠 수밖에 없다. 12월19일 선출되는 대통령 당선자가 본격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이다.
 
찬바람이 불면 한국의 민족주의가 약해진다는 계절적 요인도 고려하지 않았다. 아니면 ‘연기’라는 카드가 취소로 이어지는 지연전술인지 아니면 모종의 언약을 지키려는 무언의 압박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모두 밝혀질 것이다. 현재로서는 정부의 발표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논리를 전개하기에는 사실관계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17대 대선도 북한 변수가 경제 문제와 민주세력·산업화세력간 대립 이슈와 함께 3대 대선 이슈로 부상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정상회담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니 지금이라도 차기정부로 이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발상일까. 이런 상상은 대통령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임기 하루 전이라도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에 양보해야 하는지는 국민이 답할 주제다. 노무현 대통령이 거창한 통일 담론이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국내정치 개입과 같은 역풍의 가능성이 짙은 주제는 잊어버리고 오히려 담박한 심정으로 평양을 홀가분하게 다녀오길 기대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인가.
 
 
♤ 이 글은 2007년 8월 21일자 문화일보 [포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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