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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근] '취재 봉쇄' 는 위헌이다
 
2007-08-22 09:43:36

'취재 봉쇄' 는 위헌이다

강경근 (선진화재단 감사, 숭실대 법학과 교수)

 
 
노무현 정부는 5공 정권의 언론 통폐합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대한민국’에 반대하도록 만들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언기법체제’로 상징되었던 전두환 정권의 언론정책은 1980년 12월 제정된 구언론기본법을 채찍으로 삼아 언론을 통폐합하고 기자를 강제해직시켜 국민의 눈을 막고 귀를 가려 정권 찬탈의 부도덕성을 가리려 했던 것이었다.
 
노무현 정부를 보자. 그 일부 규정이 위헌으로 결정된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은 신문을 발행하는 신문사를 통제한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기사를 작성하는 언론사 기자들을 옥죄고 있다. 이런 한편 정부는 2003년 6월 이른바 ‘개방형 브리핑제’라고 하는 것을 도입, 종래의 기자실을 없애고 ‘브리핑룸·기사송고실’로 바꿨다. 기자들의 부처 내 취재활동을 제한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그나마 부처 취재의 거점 역할을 해 온 브리핑룸·기사송고실마저도, 2007년 5월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이란 미명 아래 더 축소했다. 정부는 그 배경을 “송고실이 사실상 출입기자실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은 ‘정부에 언론이 있을 곳을 없애겠다’는 것, 그것이 노무현 정권의 언론정책이었음을 드러낸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은 발행의 자유와 이를 위한 취재의 자유에 있다. 그것 없이는 정부의 정책을 알아야 할 국민의 헌법상 권리의 보장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얘기다. 국민이 언론에 위임한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사회적 책무와 고유의 기능을 무시하겠다는 말이다.
 
각 부처와 기관별로 기자들의 취재활동을 봉쇄하기 위해 아이디어가 백출하고 있다. 기자들의 공무원에 대한 대면접촉이나 전화 취재 등을 사전에 홍보관리관실을 거치도록 하고 공문을 제출한 뒤 접견실에서 하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다. 국무회의는 기자들의 정부 부처 출입을 막기 위해 경비원을 늘리기로 했다. 부처에 따라서는 전자칩이 부착된 신분증을 착용하게 해 부처 내 기자들의 행동 반경을 감시하겠다는 곳도 있다. 기자들의 감시를 받아야 할 정부 부처들이 이를 거부하고 오히려 기자를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이걸 갖고 ‘취재 지원 선진화방안’이라고 우기고 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브리핑룸 통폐합으로 기자들을 ‘모아서 가둬두고’ 공무원을 만날 때 사전에 보고해서 정해진 장소에서 만나게 하는 등, 기자가 관청에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크게 제약하는 조치들은 기본적으로 행정기관에 대한 언론의 액세스권(접근권)을 제한하는 일이다. 정권의 향방에 관계없이 국민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고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공직자들의 헌법상 보장된 직업공무원 제도 및 최소한의 자기결정권도 침해한다.
 
취재원 보호를 언론의 사명으로 삼는 기본을 무시하여, 언론에 위임한 국민의 정부감시권 자체를 원천적으로 그리고 합법적으로 피하겠다는 헌법 무시의 발상인 것이다. 그래도 5공 정권의 언론기본법은 ‘취재원의 보호’를 규정하여 제보자 신원 등의 진술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헌법재판소는 1997년의 결정에서 ‘검열’이란 그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취하는 예방조치라 하였다. 기자와 언론을 거리로 쫓아내고 공무원 만나는 것을 허가받게 하는 정부의 일련의 이른바 취재선진화 조치들은 결국 언론에 대한 허가나 검열이어서,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한 헌법 제21조 제2항에 분명히 반하는 위헌적 조치이다. 스스로 거둬 들여야 한다.
 
 
♤ 이 글은 2007년 8월 20일자 조선일보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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