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선 칼럼

  • 한선 브리프

  • 이슈 & 포커스

  • 박세일의 창

[이인실] 미국발 금융위기의 교훈
 
2007-08-20 11:45:51

미국발 금융위기의 교훈

이인실(한반도선진화재단 경제정책연구소 소장,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지난주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부실사태는 미국이 진화에 나서 전격적으로 재할인금리 0.5%포인트 인하라는 카드를 꺼냄으로써 가까스로 진정이 되었지만 여전히 불씨는 사방에 남아있다. 온갖 신문과 방송들이 남북정상회담 연기, 한나라당의 경선후보 결정 등 굵직한 사안이 많았음에도 상당부분의 시간과 지면을 할애해서 이번 사태를 집중적으로 분석하였다. 당연히 이번 사태에 책임을 따지고 위기 대처방안이 적절했는가 하는 논쟁이 이어졌다. 한나절도 못되는 국제금융시장 정보를 파악하지 못해 콜금리 목표치를 2개월 연속 올리는 무리수를 둔 한국은행이나 금융위기론을 부추는 발언을 한 재정경제부나 이번 사태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 수 주간 외국인들이 꾸준히 매도한 주식을 사들인 개미군단의 고통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번 사태는 파생금융상품이라는 복잡한 금융테크닉으로 인해 선진화된 금융시장이 자기 발등을 찍은 경우다. 미국의 주택시장침체로 모기지회사 부실에서 시작된 불통이 파생금융상품이라는 도화선을 타고 글로발 금융시장에 폭탄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피해가 얼마나 될지 모르는 가운데 경제학자가 제일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일을 증폭시키면서 패닉현상으로 까지 이어졌다.
 
버냉키 미연방제도 이사회의장의 금리인하로 급한 불은 껐지만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앓고 있는 글로벌 유동성이라는 몸살감기에 더 센 진통제 처방을 해준데 불과하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이번처럼 공조하여 위기상황을 막고자 노력해 나가겠지만 사태는 장기화될 것이고 금융시장의 출렁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은 이번 사태를 놓고 경제적·정치적 책임 소재를 따지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언뜻 놓고 보면 금융시장에서 더구나 글로별 시장에서 일어난 일로 우리와는 별로 관련이 없다고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더욱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경우 이번문제는 능력이 넘어서는 주택담보 대출이 주택경기 침체로 부실로 이어지면서 비롯되었다. 여기에 과당경쟁으로 무분별한 대출 확대와 투기적 자본이 결합하여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강타하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결국 낮은 금리와 과중한 유동성이라는 버블은 꺼질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우리나라 증시가 다른 나라보다 더 커다란 충격을 받은 것에 대한 원인은 제도를 그렇게 만든 정치권과 경제정책 당사자에게 있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주식시장을 활짝 개방하면서 이들을 견제할 장치는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국내자본은 금산분리 원칙에 의해 꼭 묶어두고 외국자본에게는 문을 열어 놓아 이들이 우리 시장을 좌지우지해도 막을 방법이 없게 만든 것이다.
 
외환위기 전까지 우리는 만성적인 자본 부족국가였기 때문에 제대로 된 금융자본이 만들어질 토양이 없었다. 외환위기가 발발한 지 10년 지난 지금은 상황이 매우 다르다. 현재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내부유보율이 720%나 될 정도로 기업에 돈이 남아 돌고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다. 외환위기전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견제하기 위한 감독 규정도 있고 시장 감시도 잘 되고 있다. 이대로 두면 관치만 키우게 된다. 올해와 같은 대선정국에서는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각종 미시적 정책을 내놓으라고 정책 당국자를 압박할 것이다. 이번 사태로 금융시장의 참가자들은 개미군단이든 투자은행이든 모기지회사든 고통스러운 조정을 거치고 장기적으로는 안정을 다시 찾아갈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 나름대로 일조를 한 정치권은 개과천선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서브프라임 모지기 사태의 교훈을 정치권에서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좋은 금융정책과 금융법안을 만들어 내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2007년 8월 29일자 선진한국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목록  
번호
제목
날짜
206 [유호열] 남북 주민접촉은 투명해야 한다 07-09-06
205 [강경근] 벌거벗은 국정원장 07-09-05
204 [김영봉] 이 정도 의혹이 ‘깜’ 이 안된다고? 07-09-03
203 발전도 균형도 놓친 ‘균형 발전론’ 07-09-03
202 [남성욱] 정치 논란의 중심에 선 정상회담 07-08-30
201 [비평 2007 가을호 특집] 21세기 국가비전 “대한민국 선진화의 길로” 07-08-30
200 [김형준] 한나라가 집권 7부능선 넘었다고 ? 07-08-29
199 [이인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회로 삼자 07-08-27
198 [강경근] 民心을 사는 대선후보 되길 07-08-27
197 [이창원] 폐지해야 할 것은 국정홍보처다 07-08-27
196 [황성돈] 참여정부의 전자정부사업 성과 07-08-24
195 [김영봉] 학력위조 동정할 일 아니다 07-08-23
194 [이창용] 채권소매시장 육성 정부가 나서라 07-08-22
193 [남성욱] 정치 태풍으로 다가오는 남북정상회담 07-08-22
192 [강경근] '취재 봉쇄' 는 위헌이다 07-08-22
191 [박영범] 동의명령제 도입 취지와 문제점 07-08-21
190 [이인실] 미국발 금융위기의 교훈 07-08-20
189 [신도철] 남북정상회담에 바란다 07-08-20
188 [이창용] 증시, 멀리 보는 사람이 웃는다 07-08-20
187 [강경근] 광복 62년, 자유민주주의 건국 59년 07-08-17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119 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