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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증시, 멀리 보는 사람이 웃는다
 
2007-08-20 09:51:07

증시, 멀리 보는 사람이 웃는다

 
이창용(한반도선진화재단 경제살리기팀장,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주에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마저 환수될 경우 제2의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걱정에 국내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주식시장이 요동을 치면 평소에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에게 주가 전망을 묻는 전화를 받곤 한다. 공연히 아는 척했다가 예측이 틀리면 돌팔이란 소릴 들을 테니 애매하게 답하는 것이 상책이다. 계속 물어 오면 소액 투자자인 필자는 아직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지 않았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경제위기가 다시 찾아 올 수 있다는 주장은 과장된 듯하다. 외국인 투자가가 떠나면서 주가가 폭락한 점은 공통적이지만 외국인 투자가가 나간 이유가 전혀 다르다. 1998년에는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 외환보유액의 부족 등 내부 요인이 악화되어 외국인 투자가가 한국을 등졌다.

지금은 해외 금융기관 스스로의 문제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중이라 한국경제에 악재임이 사실이지만 국내 실물 경제가 크게 침체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오히려 외국인 투자가가 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그간 크게 절상된 환율이 올라가면서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장점이 있다.

단기 변동에 일희일비 말기를

국내 기관 투자가의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므로 심리적으로 위축되지만 않는다면 외국인 투자가가 보유했던 우량 주식을 되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기업도 현금 보유 비율이 높아 대출 수요가 크지 않은 상황이므로 당분간 금융시장이 경색되더라도 기업투자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이다.

경제위기까지 번지지는 않더라도 당분간 주가가 하락할 것이니 이 기회에 주식을 처분했다가 나중에 다시 사겠다는 친구도 많다. 그렇게 주가의 정점과 저점을 잘 예측할 수 있다면 벌써 부자가 됐어야 했다.

그런 능력을 갖지 못한 필자는 주가의 단기 변동에 연연하기보다 3년 이상의 기간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결정한다. 또 주식 투자에서 대박을 노리기보다 예금 이자율의 두 배 정도만 벌면 된다는 소박한 목표를 갖고 있다. 필자와 같은 성향을 가진 투자자라면 당분간 주가가 하락해도 주식시장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여러 가지 있다.

우선 외환위기 이후 국내 주식시장은 체질이 강화되어 중장기 전망이 밝은 편이다.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어 경영주보다 주주 이익을 우선하는 주주 자본주의가 정착되고 있다. 고령화 추세로 연기금 등 기관 투자가 비중이 커지면서 주식 수요가 추세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10년 이후 퇴직보험 충당금에 대한 세제 혜택이 사라지면 퇴직보험제도가 기업연금제도로 전환되면서 주식 수요가 추가로 증가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고 국가 신용등급이 높아지면 국내 주식시장이 선진국 시장에 편입되면서 해외투자 자금의 유입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단기적인 주가 변동을 우려해 매수 매입 시점을 잡으려 하지 말고 중장기 수익률에 관심을 둔다면 지금 당장 주식을 처분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지금 주식을 팔더라도 재투자할 대상이 불분명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위기가 시작된 만큼 부동산이나 해외 시장에 투자할 수 없고 예금을 하거나 국채에만 투자한다면 안전하겠지만 노후대책이 난감하다.

외환위기를 통해 단기간에 주가가 반 토막 나는 현상을 경험한 투자자가 금융시장 요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필자의 짧은 소견으로는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조정이 바람직한 측면도 크다.

장기투자자 대접 받는 계기로

그간 몇 개월간 국내 주가는 실물경제와 관계없이 유동성 장세의 힘으로 너무 빨리 올랐다. 그 과정에서 상환 능력을 무시하고 돈을 빌려서까지 주식투자를 하는 투자자가 크게 늘었다. 이번 주가조정은 이들 투기성 투자자를 징계하는 성격이 크다.

외국인 투자가의 이탈로 당분간 주식시장이 요동을 계속하겠지만 이번 사태가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장기 투자자가 대접받고 주식시장을 천천히 장기적으로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 이 글은 2007년 8월 20일자 동아일보 [동아광장]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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