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14 09:23:01
매사에 때가 있다
김승욱(한반도선진화재단 노동정책팀장,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에 경제면의 읽을거리가 많아졌고, 종교면이 일반면과 통일성을 보이고 있는 등 개선된 모습이 눈에 띈다. 특히 아프간 피랍보도에서 일반면과 미션면의 조화가 잘 이루어졌다. 배형규 목사에 대한 추도사 ‘당신은 진정 선한 사마리아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지혜의 아침’ 칼럼 ‘고 배형규 목사’, 교단 지도자들이 피랍자 가족과 고인 빈소를 찾은 기사, 기독인들의 심정을 잘 표현한 ‘아프간 증후군’ 등은 국민일보의 정체성을 잘 드러낸 감동적인 내용이었다.
또한 한국 해외원조의 문제점을 지적한 ‘나라 격에 맞는 대외 원조’, 국제오픈도어선교회장 이메일 인터뷰, 한국 정부의 획일적인 철수 요구의 문제점, ‘창의적 인질 해법’, 탈레반의 광기를 고발하는 ‘탈레반, 그들은…’ 등의 내용이 훌륭했다.
아쉬운 점은 4일자 ‘곤고한 날’에서 지적한 것처럼 피랍자 석방을 위한 금식기도운동 등 범기독교적 집회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면 하는 것이다. 또 ‘이렇게 아름다운 이들을 왜’에서 약간 다루었지만 그들의 이웃 사랑 실천 미담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피랍자 영웅화에 지면을 더 할애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피랍자 비방물들을 인터넷에 유포한 3명 입건을 다른 언론 매체에 비해 너무 간단하게 다뤄 아쉬웠다. 기독인들의 원성을 산 이들의 행동을 철저하게 비판했으면 했다.
무엇보다 적절하지 못했던 것은 11일자의 설문조사였다. 아프간 사태 이후 최초의 설문조사라고 자랑했지만 이는 시기상조였다. 비기독교인을 80% 포함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일반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교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해외봉사활동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러한 설문조사는 적어도 아직 피랍자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이 시점에 애타는 가족과 교회 앞에서, 그것도 기독교 신문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구원의 유일성을 알지 못하는 비기독교인들은 기독교의 배타성을 늘 비판한다. 그래서 그들을 구하는 데 세금을 써서는 안된다는 악의에 찬 비방도 있는 지금은 온 교회가 하나되어 피랍자 가족을 위로하고 염려할 때다. 이들이 위험한 곳에 간 것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이것을 남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배타적인 모습으로 왜곡하지 말고 이들의 뜨거운 영혼 사랑을 강조해야 한다.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다. 우리는 이들을 사랑을 실천한 영웅으로 부각시켜야 한다.
물론 이번 피랍사태를 계기로 해외 단기봉사·선교활동의 문제점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태가 해결된 이후에 할 일이다. 집에 불이 나 번지고 있는데 끄는 데 전력을 다하지 않고 불낸 사람만 다그치고 있는 꼴이 아닌가.
이 밖에 소비자와 농민의 이해가 갈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는 농민의 입장에서만 다루었다. 지난 두 주간 4차례 관련 기사가 실렸는데 모두 농민과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에 기초한 것뿐이었다. 미국산 쇠고기가 정말 위험한 것인지에 대한 전문가의 시각이 중요한데 정치적 타협의 산물인 협정만 강조하고 정부 입장은 미국 눈치보기로 단정한 것은 너무 편파적이다.
‘화려한 휴가’와 ‘디 워’에 대한 보도는 영화평보다는 관객동원 분석에 초점을 맞춘 탓에 어떤 의미에서 볼 만한 영화인지에 대한 평가가 아쉬웠다. 그리고 ‘우주선의 역사’라는 책의 서평 ‘별나라 친구 언제쯤 만나볼까’라는 제목은 책의 내용과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기자의 세계관에 의심을 갖게 한다.
♤ 이 글은 2007년 8월 13일자 쿠키뉴스 [옴부즈맨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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