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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제3의 외국인 물결’ 활용하자
 
2007-08-14 09:18:12

 

‘제3의 외국인 물결’ 활용하자

 

안세영(한반도선진화재단 국가경쟁력팀장,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조우 리나. 방년 24세.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와 석사학위를 받고 국내 굴지의 증권회사에 취직했다.
 
리 루 메이. 프랑스에서 학부를 마치고 국내 명문 대학원에서 공부한 후 재벌회사에 당당히 입사했다.
 
둘 다 영어와 우리말에 능통하고 친구들 사이에 섞여 있으면 외국인인 줄 전혀 알아볼 수 없다. 이 나라에서 학위 따고 취직까지 했으니 한국 사회가 받아 준다면 결혼하고 한국인으로 살길 원한다.
 
이들이 바로 몇 년 전부터 부쩍 늘어난 ‘제3의 외국인 물결’이다. 제1의 물결이 공장에 일하러 몰려온 외국인 근로자들, 제2의 물결이 중국 필리핀에서 농촌으로 시집 온 새댁들이라면, 제3의 물결은 이 땅에 공부하러 찾아오는 고급 인력들이다.
 
2001년 1만명 정도 수준에 머물던 국내 외국인 유학생들이 불과 5년 만에 3만2000명으로 늘었다. 유학 패턴도 과거의 단기 어학 연수 중심에서 장기 유학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는 제3의 외국인 물결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2030년경에는 네 명이 일해 한 명의 노인을 먹여 살려야 한다. 정말 이런 시대가 온다면 복지고 성장이고 모두가 끝장이다. 좀 더 실감나게 말해 현재의 저(低)출산을 방치하면 2020년경부터 절대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해 300년 후면 한국은 지구상에서 사라진다고 한다. 더욱이 2010년부터 100만명 이상의 심각한 전문 인력 부족에 직면한다.
 
이제 외국 인력 수입은 선택이 아닌 당위다.저출산·노령화의 공백을 외국 인력으로 메우지 않으면 국가 자체가 생존하기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좀 더 전략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인력을 수입해야 한다면 지금의 단순 생산직, 저학력 결혼 이민 중심에서 벗어나 우수한 외국 인력을 데려오자. 이들이 국내 대학에서 공부하며 말과 문화를 배운 뒤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우리 경제 활력에 일조하도록 하는 것이다.
 
UN에 의하면 2000년대 초 200만명 정도에 불과하던 전세계 해외 유학생이 곧 800만명을 뛰어넘는다고 한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우수 인력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밖으로 나간다.
 
지금 선진국들은 이 고급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호주 같은 나라는 유학생 유치를 아예 국가 전략 산업으로 정해 정부가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물론 아시아인을 기피하던 백호주의는 이미 오래 전에 벗어 던졌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고급 외국 인력 유치는 국가의 흥망성쇠를 가름 지었다. 16세기 프랑스에서의 종교 박해를 피해 찾아온 신교도 위그노를 끌어안은 영국과 네덜란드, 그리고 가깝게는 나치로부터 망명한 유태인을 받아들인 미국. 이 나라들은 모두 당시 고도의 전문지식을 지닌 외국 인력을 거저 얻어 국가 발전의 초석으로 삼았다.
 
한국이 이 경쟁에 뛰어들려면 우선 순수 혈통만을 고집하는 배타적 단일민족주의를 버려야 한다. 이미 2000년 전에 저 멀리 인도 야유타국에서 김수로 왕에게 시집온 홍옥공주의 후손들이 김해 김씨와 함께 우리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한 많은 성씨의 시조가 중국은 물론 베트남, 아라비아에서까지 왔다. 고려 말까지만 해도 아랍인들이 개성 근처에 공동체를 이루고 살며 당시의 선진 기술과 문화를 전파해 주었다. 그런데 조선에 들어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고 19세기 말에 이르러 외국인 배척이 극에 이르더니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다.
 
조그만 도시국가 로마가 대제국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인종을 가리지 않고 능력 있는 인재를 로마시민으로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우리도 호주나 싱가포르처럼 발 빠르게 움직여 보자.
 
‘남을 끌어안아 우리로 만드는’ 다민족 공동체로의 의식 혁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학을 국제화시키고 개도국 원조 차원에서 정부 장학금을 대폭 확대하며 규제 위주의 국적법 등을 전면 개편하자. 그래서 우수한 외국 인력이 이 땅에 찾아와 공부하고 전문직에 취직하여 ‘브랜드-뉴’의 한국인으로 살게 하는 것이다.
 
 
♤ 이 글은 2007년 8월 9일자 조선일보 [경제초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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