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13 10:04:25
北核문제 국제적 조망 필요하다
홍규덕(한반도선진화재단 외교안보팀장,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 정치 최대의 고민은 개전 이래 이미 3600명의 전사자와 1만 여명의 부상자를 양산한 이라크전에서 효과적이면서도 명예로운 철수가 가능할지 혜안을 찾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이라크전은 이미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를 역대 대통령 중 최하위권으로 떨어뜨렸을 뿐 아니라 작년 11월 중간선거 이후 민주당으로 하여금 상하 양원의 주도권을 모두 잡게 했다.
그러나 비판적인 민주당 지도부 역시 조기 철군으로 이라크 질서가 붕괴될 가능성에 두려워하고 있다. 지난 1월 이후 새로운 군사전략에 의한 안정화 작전을 전개하는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이 성과를 장담하는 만큼 최소한의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는 부시 행정부, 특히 국방성 관리들의 읍소를 외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이 쉽게 철군하지 못하는 것은 이라크의 실패가 미국 외교에 심각한 후폭풍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붕괴는 이란을 절대강자로 만들어 대다수 온건 아랍국가들의 불안을 가속화할 수 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의 불안은 미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미 행정부나 의회는 이스라엘의 안전과 관련해 유대인 압력단체들로부터 심각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가장 큰 두려움은 이란의 핵 무장이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그 중 하나는 친이란 성향이던 인도를 전략적 동반자로 삼아 이란과 분리시키는 것이다. 이미 2006년 12월 미국은 인도와 평화핵 협력안에 서명했고, 이란이나 북한과는 달리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은 인도에 평화적 핵 개발에 필요한 우라늄 공급을 허용하는 등 민주주의 동맹이라는 명분하에 예외적인 대접을 하고 있다.
나머지 대안은 북한에 대한 핵 포기 협상을 잘 성사해 이란이 핵 수순을 밟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행히 북한은 우여곡절 끝에 불능화 단계를 이행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물론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지만 미국과 5개 국가가 제공하는 정치적, 경제적 이익과 핵을 맞교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문제는 부시 행정부의 대전략이 의도대로 작동할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이란을 철저히 고립시키면서 핵무장의 속도를 최대한 늦추거나 강경 일변도의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국민들의 지지로부터 유리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석유라는 무기를 갖고 있는 이란이 자원이 전혀 없는 북한의 대미 접촉 방식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 믿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 북한이 과연 핵 포기를 신속하게 단행할지 장담하기도 어렵다. 대부분의 북핵 전문가들은 검증과 이행 과정이 길고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라 진단하고 있다.
북핵 문제를 풀고자 하는 남북 지도자들의 의욕과 열정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북핵 문제를 동북아 지역에 국한시켜 생각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반도 문제는 미국의 국내 정치, 경제, 이라크 및 이란,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과 연관시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며, 라이스 국무장관 팀이 고민하는 전략지도를 항상 염두에 둔 채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창의적인 전략을 짜내야 할 것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미 400여명의 전사자를 낸 상황이다. 이번 주에만 9명이 전사했다. 21명의 한국 인질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이 그들과 함께 전쟁을 수행한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다는 점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가 모든 노력을 북핵 문제에만 집중하다 보니 세상 모든 일이 다 연결되어 있다는 간단한 진리조차 잊고 살기 쉽다.
♤ 이 글은 2007년 8월 2일자 세계일보 [통일논단]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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