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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철] 지역균형 이념화, 비효율 낳는다
 
2007-08-03 11:31:12

지역균형 이념화, 비효율 낳는다

 
신도철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실장,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참여정부는 지난 25일 2단계 균형발전정책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지방에 획기적인 투자 유인을 제공하고 기업과 함께 사람이 지방에 모여들 수 있도록 쾌적한 생활 여건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2단계 균형발전정책도 그대로 실행될 경우 많은 부작용과 재정 낭비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행정도시와 혁신도시의 건설, 그리고 이와 연계한 중앙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등 참여정부가 균형발전을 내세우면서 추진해 온 정책들은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고도 얻는 것은 오히려 업무의 비효율, 직원과 국민의 불편, 지역 간 갈등뿐이라는 것이다.

 
2단계 균형발전정책은 지방에서 창업하거나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전문인력 채용 비용의 보조, 지방기업 종업원에 대한 주택공급 지원 등 인센티브 제공을 주요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물리적으로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고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정책과는 그 성격이 다소 다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단계 균형발전정책도 수도권이 과밀하고 지역 간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잘못된 인식과 수도권의 인적·물적 자원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국가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란 근거 없는 전망에서 출발하고 있음은 그 이전의 정책과 마찬가지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인적·물적 자원이 수도권 등 도시권으로 집중하게 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관찰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선진국에서도 도시권의 인구 및 산업생산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개별 경제주체들의 자발적인 선택의 결과로, 예컨대 제조업은 도심에서 벗어나 토지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교외나 지방으로 이전해가고 지식집약적인 전문서비스업은 대도시에서 그 비중이 커진다. 이러한 대도시의 발전과 변화에 부응하여 필요한 인프라를 적시적소에 제공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다.
 
중앙정부가 그 개념도 모호한 균형발전을 내세우면서 자의적인 기준으로 어떤 지역의 입지 선택은 규제하고 다른 어떤 지역의 입지 선택은 지원하는 식의 정책을 펼 경우, 시장기능은 왜곡되고 온갖 부작용과 비효율이 나타나게 된다. 어떤 기업은 수요처에서 더 멀어 더 낮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역이지만 정부 보조금을 감안하여 그 지역에 입지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당해 지역이 가급적 발전 정도가 낮은 지역으로 분류되기 위해 퇴행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기업은 수도권에서 형식적으로 창업을 한 후 지방으로 이전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더 많은 법인세 감면을 받고자 할지도 모른다. 기존의 지방기업은 이전기업에 비해 지원을 적게 받아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기준을 정하고 속임수를 가려내기 위해 공무원 인력이 추가로 필요할지도 모른다. 결국 인센티브를 왜곡하여 비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유지하는 데 또다시 국가예산이 낭비되는 상황으로 될 가능성 높은 것이다.
 
수도 이전은 애초에 정치적 목적으로 공약되었고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다른 지역을 달래기 위해 추진되었다. 참여정부는 그 뒤 이들 정책을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목으로 포장하였다.
 
이제 균형발전정책은 참여정부에 최상의 정책으로 이념화되어 있다. 2단계 균형발전정책도 포퓰리즘적 성격이 강하고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을 조장하게 될 것이지만, 국회가 이런 정책의 입법화를 막을 수 있을지 우려되는 바 크다. 선진 제국에서 그동안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이제는 폐기하고 있는 정책을 우리나라가 이 시점에서 채택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 이 글은 2007년 7월 27일자 세계일보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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